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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현실주의를 이끈 화가 중 유일한 생존자라던 영국 출신 멕시코 화가 레오노라 캐링턴이 별세했다고 멕시코 국립 문화예술위원회가 26일(현지 시각) 밝혔다. 향년 94세.

    캐링턴은 25일 노환으로 병원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의 친구이자 전시 기획자인 아이작 마스리 박사는 "그녀는 위대한 삶을 살았고 고통 없이 품위있게 죽음을 맞았다"고 전했다.

    캐링턴의 시신은 멕시코시티의 장례식장으로 옮겨져 조문객을 맞는다.

    캐링턴은 1917년 영국 랭커셔에서 태어났다. 1930, 40년대 많은 예술가처럼 그녀 역시 시인 앙드레 브르통이 '초현실주의자들의 나라'라고 명명한 멕시코로 이주했다.

    당시 초현실주의 미술계는 남성들이 독점하고 있었지만 캐링턴은 프리다 칼로, 레메오디스 바로와 함께 멕시코에서 활동한 대표적인 초현실주의 여성화가 3인방으로 명성을 얻었다.

    그녀는 동물들이 등장하는 종교의식과 같은 인상적이고 몽환적인 장면들을 즐겨 그렸다. 멕시코 국립 문화예술위원회는 "캐링턴은 코브라가 염소와 엉켜 있거나 눈먼 까마귀가 나무가 되는 모습 등 환상적인 소재들과 동물들을 이용해 신비로운 장면을 만들어냈다"면서 "있는 그대로의 현실 모습에 집착하는 기존 예술을 초월한 작품 세계"라고 평가했다.

    캐링턴의 오랜 친구이자 그녀의 삶을 다룬 소설 '레오노라'를 쓴 멕시코 작가 엘레나 포냐토프스카는 "그녀는 정말 특별한 여자였다"고 그녀를 회고했다.

    또 다른 친구인 멕시코 시인 오메로 아리드히스도 "캐링턴은 마지막 남은 초현실주의자이며 살아있는 전설이었다"라면서 그녀의 죽음을 아쉬워했다.

    아직 캐링턴의 장례 절차는 확정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