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에 약간 공감..이스라엘, 골칫거리"
  • 종반전에 들어선 칸 영화제에서 독일계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에 "조금" 공감한다고 발언을 하는가 하면 미국 영화배우 피터 폰다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F"로 시작하는 육두문자로 욕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들의 실언소동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대통령의 집권 과정을 영화로 만들어 "정복(The conquest)"이라는 제목으로 비경쟁부문에 출품함으로써 이번 칸 영화제에 화제를 제공한 프랑스의 자비에 뒤랑제 감독을 무색하게 하는 것이다.

    덴마크 국적을 가진 독일계 감독 폰 트리에는 18일(현지시각) 칸 영화제 대상인 황금종려상 후보에 올라있는 자신의 영화 '우울증(Melancholia)'에 대한 기자회견을 갖는 자리에서 자신의 독일 혈통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이 질문에 대해 "정말 유대인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러다가 내가 사실은 진짜 나치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왜냐하면 하르트만이라는 독일인 성을 갖고 있기 때문인데 이런 것이 나에게 기쁨을 주기도 했다"고 기분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도발성 발언으로 악명이 높은 폰 트리에는 이어 "히틀러를 이해한다. 그가 나쁜 짓을 했다고 생각한다. 정말 그렇다! 그러나 그가 마지막 순간에 벙커에 앉아있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울증'에 출연한 독일계 여배우 커스틴 던스트는 그의 발언에 좌불안석의 모습을 보이며 같은 영화에 함께 출연한 여배우 샤를로트 갱스부르에게 "맙소사 (Oh my God), 이건 엉망진창이야"라고 말했다. 이에 폰 트리에는 "말의 마지막 부분에 포인트가 있다"며 말을 이어갔다.

    그는 "나는 단지 그(히틀러)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고 있을 뿐이다. 그는 좋은 사람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은 아니지만 나는 그를 많이 이해한다. 그리고 조금은 그와 공감한다. 그렇다"고 말했다.

    폰 트리에는 이어 "그렇다고 내가 제2차 세계대전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유대인을 싫어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조금은 싫어한다 왜냐하면 이스라엘은 골칫거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색한 웃음과 함께 어깨를 으쓱하며 "오케이! 나는 나치야"라며 말을 맺었다.

    폰 트리에는 그러나 이날 오후 늦게 사과성명을 발표하는 등 서둘러 파문진화에 나섰다.

    그는 "만약 오늘 아침 내가 기자회견에서 한 말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다면 진심으로 사과한다. 나는 반(反)유대주의자도 아니며 인종적으로 어떤 편견도 갖고 있지 않다. 나는 나치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폰 트리에의 "우울증"에서는 던스트와 갱스부르가 지구와 지구보다 더 큰 떠돌이 행성의 충돌로 세상의 종말에 직면한 자매로 출연한다.

    한편 이와는 별도로 1969년작 '이지 라이더(Easy Rider)'로 유명한 배우인 폰다는 오바마 대통령이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하지 못했다며 외설적인 용어로 비난했다.

    폰다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당신은 빌어먹을 반역자(fucking traitor)'라고 이메일을 보냈다"고 밝혔다. 지난해 발생한 멕시코만 원유유출사고를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인 "더빅픽스(The big Fix)"의 공동 제작자인 그는 오바마대통령에게 "당신은 반역자다. 당신은 외국인들의 발길이 우리 영토에 들어와 우리 군대에, 이 경우에는 해안경비대를 말하는데, 이래라 저래라 하고, 미국 국민에게 뭘 해라 하지말라고 말하도록 허용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외국인의 발길이란 영국의 에너지 기업인 BP를 의미하는데 BP는 미 역사상 최대의 해상원유유출사고인 멕시코만 원유 유출사고를 일으킨 기업이다. "더빅픽스"는 BP가 미국 정부와 한통속이 되어 이 재난의 전모를 덮고 있다고 주장한다. 조쉬 틱켈과 레베카 틱켈이 감독한 "더픽픽스"는 올해 칸 영화제 공식부문에 출품된 유일한 장편 다큐멘터리다.

    칸 영화제는 오는 22일 막을 내린다. (칸 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