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비대위원장의 과제’ 문건 입수“박근혜만 쳐다보는 형국 안돼”
  •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외부세력을 규합하기 위해 합당 및 영입을 고려한 당헌, 당규 개정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합당이 이뤄질 경우 당명 개정도 검토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동아일보>는 ‘비대위원장의 과제’라는 제목으로 당 위기 진단과 원인, 과거 혁신사례와 해법까지 제시된 문건을 입수했다고 1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정의화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첫 비대위 회의 도중 당 실무진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이 문건을 꺼내 진행에 참고로 했다.

    문건에서는 한나라당은 박근혜 전 대표만 쳐다보는 형국으로 인재가 고갈됐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당이 어려움을 겪은 원인으로는 내부동력 고갈, 관료적 체질, 현실 안주, 미래비전 제시 능력 부족 등이 꼽힌다고 지적했다.

    문건에 따르면 당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혁신 사례와 해법은 외부 세력을 규합하기 위한 합당 및 영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 ▲ 한나라당 정의화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첫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원유철 비상대책위원과 귀엣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나라당 정의화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첫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원유철 비상대책위원과 귀엣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건은 1995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새 바람을 몰고 올 거물급 인사로 이회창 전 국무총리를 중앙선거대책위원장으로, 박찬종 의원을 수도권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고 당명을 신한국당으로 개정한 것을 첫 번째 혁신 사례로 꼽았다.

    1987년 통일민주당이 전당대회에서 김영삼을 대통령 후보로 추대하면서 박정희 대통령 서거 당시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정승화 장군을 파격 영입한 사례도 혁신 사례로 꼽았다.

    1988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23석에 불과한 평화민주당을 이끌면서 외부단체인 평화민주통일연구회(평민연)와 최고위원 및 수도권 공천을 5 대 5로 과감히 양보하면서 합당해 당 쇄신 이미지 구축에 성공했다는 점도 적시했다.

    문건은 당 위기 타개책으로 “당 밖의 광범위한 세력을 규합해 외연을 확대하고 과감하게 5 대 5로 합당할 각오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전 대표가 최근 언급하는 ‘보수대연합’과 같은 맥락으로 정당뿐 아니라 보수 시민사회단체 등을 모두 망라하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구체적 실천방안으로는 최고위원 수를 10명으로 늘리고 5명을 외부세력과의 영입 및 합당에 대비해 비워 두는 방안을 제안했다. 합당 시 중앙위원회 의결로 당 대표 선출과 당명 개정을 할 수 있도록 위임조항을 신설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건은 청와대에 정무기획 기능 쇄신을 공개적으로 건의하고, 매주 민생현안 토론회를 개최할 필요성도 제시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외부세력을 규합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정 비대위원장은 당 사무처에 당권-대권 분리 조항을 수정하는 데 따른 실무적인 검토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