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물 간 ‘인해전술’이제는 나홀로 선거가 대세
  • 누군가 말했다.

    시대의 흐름을 먼저 읽어내고 그것에 대비하는 것이야말로 성공을 위한 하나밖에 없는 해답이라고..

    “나도 혼자 했으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까.”

    “그들이 왜 지원을 마다하고 혼자 거리에 나섰는지 이제야 좀 알 것 같다.”

    “나도 변화의 흐름을 따랐어야 했다.”

  • 이번 4.27 재보선에서 고배를 마신 한 후보가 내뱉은 말이다.

    27일 오후 11시. 투표함 하나하나가 열리면서 수많은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후보의 머릿속을 스쳐간다.

    출마를 만류하던 아내가 생각난다.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다니면서 만난 지역 주민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적극적으로 돕겠다며 팔을 걷어붙인 고마운 자원봉사자들의 표정이 기억난다.

    이러한 가운데 왠지 모를 씁쓸한 질문이 갑작스레 뇌리를 스친다.

    “요새는 나홀로 선거운동을 많이들 하시던데.. 몰려다니면서 하는 유세, 좀 바꿔보셔도 좋지 않을까요?”   

    한 기자의 질문이다. 당시에는 ‘그가 굳이 이런 질문을 왜 했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제는 왠지 알 듯하다.

    우연의 일치였을까. ‘나홀로’ 전략을 택한 후보들이 모두 이겼다.

    유권자들은 시끌벅적한 ‘인해전술’보다 조용한 ‘1인 유세’를 택했다.

  • 대표적인 예가 경남 김해을에서 승리를 거머쥔 김태호 후보다. 그는 중앙당의 선거 지원을 일체 거부한 채 홀로 거리에 나섰다.

    선거캠프 보좌진도 일체 대동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나홀로’다. 골목을 누비느라 몸무게가 5~6㎏이나 줄어들었다. 그러면서 시민들과 손을 맞잡았다. ‘승리’라는 두 글자를 얻었다.

    성남 분당을의 손학규 후보도 그랬다. 한나라당이 총출동, 노래를 부르고 각종 대규모 유세를 벌인 것과 대조적이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최소한의 인력으로만 움직였다. 명함을 나눠주는 선거운동원 1명과 수행비서 1명만이 손 후보의 뒤를 따랐을 뿐이다.

    결과는 손학규의 승리, 한나라당의 침묵이었다.

    이러한 선거운동의 배경에는 이재오 특임장관이 있다.

    지난해 7·28 재보선 은평을에 출마한 그는 중앙당의 지원을 일체 거부했다.

    안상수 당 대표가 전화통화에서 “어떻게 도와주면 좋겠느냐”고 묻자 “날 살리려면 한강을 넘지 말라. 내가 한강을 넘을 때까지 기다려 달라. 정치선거가 아니라 은평 지역선거로 치르겠다”고 답했다.

    이러한 전략을 손학규·김태호 후보가 벤치마킹한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모두 승리를 거두면서 ‘나홀로’ 선거운동이 정치권 내 ‘트렌드’로 자리잡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