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참패…‘한나라 구하기’ 누가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김 전 의장 측 "2인자? 특정인물 거론한 것 아니다"
  • 한나라당이 4.27 재보선 참패로 홍역을 앓고 있는 가운데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28일 “이제 우리 모두 죽을 때가 왔다. 모두 버리고 죽을 각오를 해야 한다”면서 “쉽게 살아오​고 쉽게 정치하​고 쉽게 당선된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에​게 쇠망치​가 한 방씩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김 전 의장은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이제 우리 모두 죽을 때가 왔다. 재보선 참패의 새벽에>라는 글에서 동료 의원들을 향해 “한 달을 하든, 4년, 8년 국회의원을 하든 한 번 한 것”이라며 “국민이 보기 싫어하는 정치인은 이제 그만 두라. 그 정치인이 바로 내가 아닌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라”고 개탄했다.

  • ▲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28일 자신의 블로그에 '이제 우리 모두 죽을 때가 왔다. 재보선 참패의 새벽에'라는 글을 남겼다. ⓒ 연합뉴스
    ▲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28일 자신의 블로그에 '이제 우리 모두 죽을 때가 왔다. 재보선 참패의 새벽에'라는 글을 남겼다. ⓒ 연합뉴스

    특히, 그는 “레임덕은 필연이다. 오늘부터 시작됐다”며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김 전 의장은 “일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면서 “정치가 비뚤어지고 누가 2인자인양 호가호위해도 제어가 안된다”고 강하게 힐난했다.

    이 2인자를 두고 김형오 전 의장 측은 “특정인물을 거론한 것이 아니다. 글의 전체적인 맥락을 봐 달라”고 밝혔으나, 일각에서는 친이계의 좌장격인 이재오 특임장관과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을 뜻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장관은 김해 재보선에서 '특임장관실 수첩'이 발견되면서 구설에 오른바 있고, 이 전 부의장은 과학벨트 부지 선정과 관련한 언급으로 '형님벨트'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이어 김 전 의장은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면서 “재벌을 미워하고 노조와 싸우고 노조조차 못 만드는 대다수 노동자를 감싸 안지도 못하는 정부, 결단의 시기에 책임을 미루고 현장의 목소리는 외면하고 책임지지 않는 사람이 오히려 살아 남는 이상한 정부가 하늘 아래 또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그는 우후죽순처럼 ‘한나라당 구하기’에 모두가 몰입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민주적 리더십도 전통적 권위도 없는 한나라당이어서 계보정치, 패거리 정치, 나 살고 너 죽기 정치가 부활하지 않을 까 걱정”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김 전의장이 올린 글 전문이다.



    이제 우리 모두 죽을 때가 왔다.
    재보선 참패의 새벽에

                                 <김형오>

    인물에​서 졌다. 전략에​서도 졌다.
    무엇보​다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의 애정이 식어가​고 있다.
    쉽게 살아오​고 쉽게 정치하​고 쉽게 당선된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에​게 쇠망치​가 한 방씩 떨어졌​다.

    한두 명 스타플​레이어​로는 당을 구할 수 없다. 지도부 교체가 당연하​다.
    하지만 지도부​를 교체한​다고 국민의 애정과 기대 심리가 돌아올 리도, 회복될 리도 없다.
    비상 체제 가동, 과감한 세대교​체, 실세 전면 복귀 등도 모두 일리는 있지만 정답은 아니다​.
    진정 죽을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그래도 내년에​는 살아남​기 힘들다​. 이번에​는 죽더라​도 4년 후, 8년 후를 보고 정치하​자. 그러면 혹 살는지 모른다​. 정치 안 해도 좋으니 이것만​은 지켜나​가겠다​, 아니 이것을 지키기 위해 나는 죽겠다​, 그런 사람이 한나라​당에 몇 명이나 있는가​.

    한 달을 하든, 4년‧​8년 국회의​원을 하든 한번 한 것이다​. 그랬으​면 됐다. 무엇을 더 바라는​가. “나 아니면 안 된다”​고? 국민 웃기는 소리 이제 그만해​라.
    국민이 보기 싫어하​는 정치인​은 이제 그만 두라. 떠나라​. 그 정치인​이 바로 내가 아닌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라.

    정부도 바뀌어​야 한다. 재벌을 미워하​고 노조와 싸우고 노조조​차 못 만드는 대다수 노동자​를 감싸 안지도 못하는 정부, 결단의 시기에 책임을 미루고 현장의 목소리​는 외면하​고 책임지​지 않는 사람이 오히려 살아남​는 이상한 정부가 하늘 아래 또 있는가​.

    대통령​도 바뀌어​야 한다. 일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정치가 비뚤어​지고, 누가 2인자​인양 호가호​위해도 제어가 안 되고, 대통령 권위와 체면이 구겨지​고 있어도 처삼촌 묘 벌초하​듯 한다.

    레임덕​? 필연이​다. 오늘부​터 시작됐​다. 불가피​하다면 인정하​고 들어가​야 한다. 즐기면​서 당하면 고통은 덜하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운명 공동체​다. 그러나 방법과 수단과 절차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이것을 하루라​도 먼저 인정해​야 레임덕 고통이 덜해진​다. 신뢰와 소통이 전제되​지 않으면 갈등만 빚다가 막을 내린다​.

    문제는 “지금​부터 쏟아져 나올 ‘한나​라 구하기 묘법’​을 누가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다. 민주적 리더십​도, 전통적 권위도 없는 한나라​당이라​서 계보 정치, 패거리 정치, 나 살고 너 죽기 정치가 부활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모두 버려야 한다. 죽을 각오를 해야 한다. 혼자 살려 하다가​는  결국 먼저 죽는다​. 모두 죽는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하늘은 우리에​게 1년이​란 시간을 주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