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정아 '4001'ⓒ사월의 책 제공
    ▲ 신정아 '4001'ⓒ사월의 책 제공

    〔휘파람〕신정아의 남성편력

     

    ▶ 독일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라는 여인을 만나 비로소 시인으로서 꽃을 피웠다. 21세의 릴케는 뮌헨에서 14세 위의 살로메를 만나자마자 사랑에 빠져 동거에 들어간다. 그리고 살로메의 남편 프리드리히 칼 안드레아스와 셋이서 두 차례나 러시아 여행을 한다. 기묘한 관계의 이 여행은 살로메에 대한 릴케의 사랑을 더욱 뜨겁게 하고 그를 시인으로서 완성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릴케는 51세의 젊은 나이에 장미가시에 찔러 패혈증으로 사망할 때까지 살로메를 존경하고 사랑했다.

    살로메를 만난 남자들은 하나같이 주술에 걸린 듯 그녀에게 빠졌다. 독일계 장군의 딸로 러시아에서 태어난 살로메는 스위스 취리히대학에서 종교 예술 철학 등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다 한 철학자를 만나 동거하다 그 철학자의 친구 프리드리히 니체를 만났다. 니체는 그녀를 보자마자 “우리는 별에서 내려와 여기서 만났군”이라고 말하며 사랑에 빠지지만 그녀의 사랑을 얻지는 못했다. 이 사랑의 절망이 니체를 평생 독신으로 살게 했다. 그녀는 두 남자를 떠나 안드레아스와 결혼하지만 ‘우정 이상은 기대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았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도 그녀를 만난 뒤 정신적 연인이자, 평생의 후원자가 되었다. 

    ▶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에겐 10여명의 연인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엔 이웃집에 사는 14살 연하의 여대생이 새로운 연인으로 등장했다. 유부남인 우즈의 섹스스캔들을 심리학자들은 다른 시각으로 보기도 한다. 흑인으로 태어난 우즈의 인종적 콤플렉스 때문에 여성편력을 하게 되었다는 분석이다. 그러고 보니 우즈의 여인들은 하나같이 육감적인 몸매를 자랑하는 백인여성들이다.

    우즈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백인들로부터 멸시와 괴롭힘을 당하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백인들에게 거꾸로 매달려 집단구타를 당한 적도 있다. 우즈가 기를 쓰고 골프에 몰두한 것도 골프가 백인의 스포츠였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백인의 스포츠인 골프에서 당당히 승리함으로써 인종적 콤플렉스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을 것이다. 돈을 많이 버는 최고의 스포츠스타가 되어 있지만 백인이 아니라는 콤플렉스는 사라질 리 없다. 여기에 계속 이어지는 투어로 인한 긴장과 스트레스가 여성편력이라는 일탈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 수인번호를 그대로 딴 ‘4001’이란 자전적 에세이를 낸 신정아 때문에 그녀를 스쳐간 남자들이 또다시 수난을 겪고 있다. 신정아는 "4001번으로 살아왔던 시간과 헤어지고, 또 다른 신정아로 새로 시작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책을 냈다"고 했지만 새 출발은커녕 냄새나고 더러운 과거의 오물웅덩이로 다시 빠진 꼴이다. 그녀와의 악연으로 가정과 사회적 성공 등 인생의 모든 것을 잃은 사람은 한때 순수했을 사랑조차 오물세례를 받는 치욕을 맛보고 있을 것이다. 그녀의 묘한 매력에 끌려 “대변인 해도 좋을 것 같다”고 말한 대통령이나, 늦은 시간 호텔 바에서 만난 대학총장을 비롯, 그녀 곁을 스쳐간 남성들은 대부분 그녀의 매력을 탐하는 속물로 추락했다. 에세이에 이름이나 이니셜이 거론되었다는 이유로 많은 지도층 남성들의 힘겹게 쌓아온 인생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실제 딴맘을 품은 남성도 있었을 것이고, 호의 정도를 표시한 남성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를 만나서 알고 지냈다는 이유로 자기변명으로 일관한 에세이의 소재가 된 남성들은 얼마나 황당할까. 카타르시스인지, 노이즈마케팅으로 인세를 챙기려 한 것인지 알 까닭이 없지만 신정아는 다시한번 그녀를 스쳐간 남성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이런 신정아를 어떻게 볼 지 난감하다. 루 살로메의 ‘마력같은 사랑’이나 타이거 우즈의 인종적 콤플렉스도 보이지 않는다. 학력을 위조하고, 자신의 출세를 위해 성적 매력을 내세워 힘 있는 남성들에게 암내를 풍긴 신정아의 남성편력은 결코 미화될 수 없다.  

    (본사부사장/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