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3일 사설 <북(北)의 가난이 ‘남(南) 책임’이라는 장관까지 나왔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어제 통일부 직원들에게 e메일로 보낸 신년사에서 “북의 빈곤에 대해 3000억 달러 수출국으로서, 세계경제 10위권 국가로서, 또 같은 민족으로서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간담회에서는 “북한이 핵실험까지 가게 된 배경은 빈곤구조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상식을 벗어난 주장으로 대한민국 각료의 발언이 맞는지 의심스럽다.

    1990년대에 수십만 명의 주민이 굶어 죽었고 지금도 수백만 명이 굶주림에 허덕이는 것은 북한 지도부가 개혁 개방이라는 세계의 흐름에 역행해 ‘폐쇄적 병영(兵營)국가’를 고집한 탓이다. 권력 유지만을 위해 ‘정상국가’이기를 거부한 채, 남한과 국제사회를 핵무기로 위협해 생존을 보장받으려는 시대착오적 선택의 결과다.

    북한은 지난해 ‘미사일 불꽃놀이’에 600억 원, 핵실험에는 3000억 원을 쓴 것으로 추산된다. 2300만 주민이 석 달 이상 먹고살 식량을 구할 수 있는 돈을 허비한 것이다. 1999년 김정일 위원장 스스로 “우리 인민이 먹지도 못하고 남들처럼 잘살지 못하는 것을 알면서도 2억∼3억 달러를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데 돌리도록 했다”고 실토했다. 그나마 남한과 국제사회가 지원하는 식량도 군량미로 돌려쓰고 있다고 탈북자들은 증언한다.

    이 장관의 발언은 북이 핵을 개발하든, 미사일을 쏘든, ‘민족끼리’ 끌어안고 살아야 한다는 자폐적(自閉的) 논리의 발로이다. 인사 청문회 때는 6·25전쟁이 남침이라는 엄연한 역사적 사실조차 선뜻 인정하지 않더니, 장관이 돼서는 북의 빈곤이 핵 개발의 한 원인이라는 사람에게 계속 통일부 장관직을 맡겨도 될 것인지 임명권자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이 빈곤에서 벗어나는 방도는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정상적 구성원이 되는 길밖에 없다. 북을 변화시키려면 맹목적으로 북에 영합할 것이 아니라 원칙을 갖고 북을 설득해야 한다. 이 장관이 이에 역행하기만 하는 배경 또한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