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 미 방문기록 담은 책, 생생한 육성 재현미 의회연설문등 국제 리더십 참모습 보여줘
  • 대통령은 골동품상 진열장에서 오른 손을 든 채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른쪽에는 마미, 프란체스카 여사가 활짝 웃고 있었다.
    2005년 4월 초 미 워싱턴 근교 알렌타운의 어느 쇼핑몰에서였다,
    주미한국대사관 문화홍보원장이던 이현표씨는 건국대통령 이승만 박사를 골동품 진열장에서 만났다.

  • ▲ 1954년 한국정부 공보처가 발행한 영문 책 표지.
    ▲ 1954년 한국정부 공보처가 발행한 영문 책 표지.

    해외 근무를 하며 한국과 관련된 서양 문헌이며 각종 자료를 수집해오던 이 씨는 이날 알렌타운에 골동품 쇼핑몰이 여럿 있다는 소문을 듣고 나선 길이었다.
    책방이 아닌 골동품 진열장에서 만난 책 표지 속의 이 대통령은 오래 기다린 사람을 만난 듯 손을 번쩍 들고 있었다. 적어도 발견 순간 이 씨는 그렇게 느꼈다고 했다.
    책 이름은 ‘President Syngman Rhee's Journey to America'. 1954년 휴전 다음해 7월26일부터 8월13일까지 방미기록을 당시 수행했던 공보처장 갈홍기씨가 정리하여1955년 대한민국 공보처가 발간한 영어 원서였다. 같은 해 발간된 ’리승만 대통령 각하 미국 방문기‘라는 한글 책을 소장하고 있던 이 씨였지만 영문으로 된 책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몇 장 읽다가 선전 냄새가 강한 내용 때문에 읽기를 포기한 국문 책자와 내용이나 표현이 너무 달랐어요. 일기처럼 솔직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책 속엔 원 소장자가 보관해온 것으로 보이는 특이한 사진이 한 장 꽂혀 있었다.
    “이 대통령이 오랜 세월 기다림 끝에 만난 제게 주신 선물이라고 지금도 생각합니다.”

  • ▲ 1950년 6.25 한달뒤 7월21일 미군이 찍은 사진. 당시 사용하던 태극기를 들고 있는 이승만 대통령. 이 사진은 아직까지 처음 발견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 1950년 6.25 한달뒤 7월21일 미군이 찍은 사진. 당시 사용하던 태극기를 들고 있는 이승만 대통령. 이 사진은 아직까지 처음 발견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사진 속의 이 대통령은 태극기를 들고 서 있었다. 사진설명엔 6.52 발발 한 달이 채 안 된 1950년 7월 21일 미군 사진사가 찍은 것이었다.
    “반가웠지만 사진을 처음 보는 순간 실망스러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국가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이른 그 즈음 왜 우리 대통령은 총칼이 아닌 태극기를 들고 있을까? 그것도 공식 태극기와 궤가 다른, 구깃구깃한 태극기를.

  • ▲ 영한대역 ‘이승만 대통령 방미일기’.@책 표지
    ▲ 영한대역 ‘이승만 대통령 방미일기’.@책 표지
    책을 사서 돌아온 이 씨는 밤새워 책을 읽었다고 했다. 그리고 가슴 쥐어뜯으며 눈시울 붉혀야 했다고 했다. 강대국의 도움 없이는 나라도 지킬 수 없던 약소국 대통령, 그 약소국을 짊어지고 나가야 했던 노정객의 참담한 마음이 알알이 전해져 왔다고 했다.
    “새벽에 다시 사진을 보니 이 대통령의 태극기가 다른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이 대통령에 대한 실망스러운 감정은 연민과 애정이 되어 있었고 초라한 그 분 모습에서 예지와 용기가 느껴졌습니다.”  
     
    언젠가는 이 책의 원본을 번역해 알리고자 다짐했던 이 씨는 귀국 후 수년 세월이 흘러서야 비로소 번역본을 펴냈다. 영한대역 ‘이승만 대통령 방미일기’(코러스 출판사 펴냄)가 그것이다.
    영문을 소개하고 그 아래 번역 글을 게재한 이 책에서 이 대통령 대통령의 목소리는 생생한 현재진행형이다.
    이 대통령은 책에서 말한다.
    “우리의 공동목표는 어떤 희생이 따르더라도 이뤄야하는 평화여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단지 패배와 인간 자유의 종말을 초래할 것입니다. 우리의 영원한 표상은 어떤 희생이 따르더라도 지켜야하는 정의이어야만 합니다.
  • ▲ 저자 이현표씨.@추진혁 기자
    ▲ 저자 이현표씨.@추진혁 기자

    정의란 우리가 다른 방법으로서는 획득할 수 없는 평화, 옳은 것의 승리, 그리고 자유에 이르도록 우리를 인도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것 모두를 자유와 정의를 위해서 바쳐야합니다“라고.

    책은 육성과 육필을 통해서 이승만 대통령을 제대로 이해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국내에는 미 오바마 대통령 연설문집이 수십 종이나 시판되고 있다. 케네디, 링컨, 워싱턴 등에 관한 연설문도 많다. 우리에게도 오바마, 워싱턴, 링컨, 케네디 못 지 않게 자랑스러운, 하지만 잊혀진 대통령이 있다.
    바로 이승만 대통령이다. 영어를 배워도 우리 대통령을 통해서 배울 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