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26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여성가족부가 연말 회식 뒤 남성들이 성매매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회식비를 지급하겠다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온라인상에 사이트를 개설하고 특정 회사나 단체 이름으로 서명한 뒤 동료나 친구들이 동참 릴레이 서명을 하면 참여자가 많은 순으로 상금을 준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유치한 발상이며, 세금이 아까운 효과 없는 정책이고, 국민을 우범시하는 위험한 캠페인이다.

    성매매를 하지 않겠다고 서명한 단체나 회사는 이전엔 성매매를 했으니 앞으로는 안 하겠다고 양심선언이라도 한 것으로 봐야 할까? 반면 서명하지 않은 단체는 회식 후 성매매를 하겠다는 뜻으로 간주해도 될까? 이도 저도 아니라면 국민을 이 같은 곤경에 빠뜨리는 여성가족부의 캠페인은 한심하기 짝이 없는 잘못된 정책이다.

    서명을 한 단체의 진정성을 믿고 상금을 주겠다는 발상도 그냥 순진하다고만 볼 수 없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발상이다. 여성가족부는 이 사업에 총 5800만원이라는 적잖은 세금을 들였다. 그렇다면 세금이 낭비되지 않게, 서명한 이들이 회식 후 집으로 돌아가는 동선을 감시.미행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차라리 배고픈 소년소녀가장이나 독거노인을 돕는 데 그 돈을 보태라는 네티즌들의 비난은 그래서 가슴에 더 와 닿는다.

    더 우려스러운 일은 연말 회식에 참가한 남성들을 잠재적인 불법 성매매자로 간주해 우범시한다는 점이다. 이 땅에 연말 회식을 하지 않는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니 온 남성들은 일단 의혹의 눈초리를 받게 됐다. 남성만을 겨냥한 캠페인이 아니라는 여성가족부의 변명을 감안하면 여성단체까지 회식 후 성매매를 안 하겠다는 서명을 해야 할 판이다.

    전 세계 어느 국가가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세금으로 캠페인을 벌이는지 들어본 적이 없다. 국가는 실정법을 엄정하게 집행하면 된다. 도덕과 관련된 문제라면 개별 가정에서 알아서 하거나 유관 단체의 도덕률에 맡겨 둘 일이다. 이 같은 문제는 인간 양심에 준하는 문제며 인간 품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