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신문 14일 사설 '일심회 사건과 민주노동당의 침묵'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간첩혐의로 다섯 사람이 기소된 이른바 ‘일심회’ 사건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태도를 두고 당 안팎에서 비판이 일고 있다. 최기영 사무부총장과 이정훈 전 중앙위원 등 전현직 간부 2명이 구속된 지 1주일이 다 돼 가는데도 당의 공식 견해를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민주노동당 안에서는 “검찰과 국정원 등 공안당국의 일방적인 수사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 “공안 탄압을 가져온 국가보안법 폐지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견해가 더 많다고 한다.
     
    이번 사건에 의심쩍고 미진한 구석이 많은 건 사실이다. 수사 도중에 국정원장이 미리 간첩단 사건이라고 예단하는가 하면, 검찰 역시 다른 4명의 관련자가 사실을 전면 부인하는 가운데 주범격인 장민호씨의 진술과 그가 북쪽에 전달했다는 문건에 주로 의존하고 있다. 최종 진실이 법정에서 가려질 때까지 공안기관의 사건 부풀리기나 인권탄압을 막고, 보안법 반대투쟁을 하는 것은 마땅히 할 일이다.

    하지만, 법정 판결이 나올 때까지 지켜보자는 것은 공당으로서 취할 태도가 아니다. 구속된 두 전현직 간부의 혐의가 너무 중대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장씨를 거쳐 북쪽에 넘겼다는 방북대표단 13명과 주요 당직자 344명의 성향분석 자료, 주요 내부회의 자료 등이 국가기밀인지 아닌지는 국민에게 중요치 않다. 남쪽과 아직도 정치·군사적 대치관계인 북쪽에 이를 넘겼다는 자체가 실정법으로나 국민 정서상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당장 자체 조사위원회를 꾸려 사실 관계를 스스로 밝혀내야 하는 까닭이다.

    지금은 “함께 고생한 동지들을 공격해서는 안 된다”고 무조건 제식구 감싸기를 할 때가 아니다. 지난 총선 때 10%가 넘게 지지해준 국민과 당원들을 ‘동지’들이 속인 사실이 있는지, 뼈를 깎는 심정으로 엄정하게 조사해야 한다. 그런 내부 성찰과 반성도 없이 공안탄압이라고 목소리를 높여봐야 공허하다. 관련자들도 유일한 진보정당을 아끼고 사랑한다면 묵비권을 행사할 게 아니라 진실이 어디까지인지를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 그것이 당을 살리는 길이다.

    민주노동당은 몇몇 운동가가 모인 비밀모임이 아니라 언젠가는 집권하겠다는 목표를 지닌 공당이다. 북쪽에도 엄중하게 항의하고 경고할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런 각오로 이번 일에 임하지 않으면 국민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