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7일 사설 '대한민국 대통령은 임실 중학교 사건을 어찌 보나'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작년에 전북 임실의 한 중학교 학생들이 비전향 장기수들과 빨치산 추모제를 함께 가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003년에 시작해 작년에 3회째가 된 그 추모제가 열린 곳은 6·25 때 빨치산 근거지였던 회문산이다. 그곳에 빨치산 출신 등 수백명이 모여 “해방구”를 선언하고 “우리 부대는 ‘적’을 공격해 무기를 노획하고 적의 옷을 빼앗아 입었다”고 자랑했다. 이들 말 속의 적은 바로 대한민국 국군이다. 참석자들은 “당 창건 60돌, 6·15 공동선언 5돌인 올해 통일은 다 됐다”고 호언하고 “(북한) 사령부를 목숨으로 수호” “양키군 섬멸” 등의 구호를 외쳤다.

    그 자리에 우리 어린 학생 180여 명이 함께 앉아 박수를 치고 표창장을 받았다. 그러고서 학교 홈페이지에 “정말 뜻 깊은 행사” “애국열사님들” “내 평생을 가지고 갈 신념이 내 머릿속에 들어와…”라고 썼다.

    전교조 소속 도덕교사 한 사람이 ‘반전평화’ 교육을 시작하면서 이 학교는 ‘통일전사’ 양성소처럼 변했다. 학교에 비전향 장기수가 공공연히 나타나고, 그들을 만난 학생들은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나 좋았다”고 할 정도가 됐다. 장래의 꿈이 ‘통일전사’라는 한 학생은 북한 학생에게 쓴 편지에서 “우리 학교 학생들은 다 통일 전사”라고 했다. 이런 편지를 100통 넘게 쓴 학생도 있다. 전교조에 의한 반(反)대한민국 교육은 지금 우리 아이들을 빨치산 숭배자로 만드는 데까지 와 있다.

    궁금한 것은 나라를 지켜야 할 책무를 진 대통령과 정권의 핵심들은 이 놀라운 사태에 왜 한마디도 없느냐는 것이다. 이것도 ‘민족·평화·개혁’의 흐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일언반구도 없는 것일까.

    빨치산 추모제란 것은 노무현 대통령 취임 후 한 달여 만에 전국 집회로 시작된 것이다. 경찰은 그 행사를 그냥 지켜보기만 했다고 한다. 학생들이 참여한 추모제도 작년의 일인데 경찰은 이제서야 내사를 시작했다. 이 지경에 이르러서도 대통령이 입을 닫고 있겠다면 국민의 궁금증은 의혹으로 커져 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