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4일 사설 <‘군량미’ 대주는 대북포용정책의 실상>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노무현 정부가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이어받아온 대북(對北) 포용정책은 그 파탄의 실상이 적나라해지고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대북 지원 쌀의 ‘군량미’ 전용을 직접 지시했다는 문건은 비근한 예에 속한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가 입수해 4일 공개한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군수동원 총국장에게 하신 말씀’ 자료 문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북한 핵실험 9일 뒤인 10월18일 김익현 국방위 군수동원 총국장에게 “남조선에서 식량이 들어오게 될 것이며, 부족되는 식량은 쌀이 들어오면 더 보충하라”고 지시했다.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남측의 쌀 지원은 계속되리라는 김 위원장의 인식까지 확인시켜 주는 문제의 문건은 노 정부가 더 이상 ‘포용’ 운운할 일이 아님을 말해준다. 우리 역시 대북 지원과 관련하여 큰 틀에서 상호주의 원칙을 관철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우리는 노 정부 스스로도 대북 지원 쌀 등의 사용처 등을 투명하게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은 하면서도 군사적 전용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식으로 얼버무려온 사실을 되돌아본다. 노 대통령이 5월9일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북한에 대해 조건없는 제도적·물질적 지원을 하겠다”고 천명한 대로 포용정책에 따른 퍼주기식 대북 지원의 결과는 북한의 7·5 미사일 도발, 뒤이은 10·9 핵실험으로 되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노 정부의 대북 자세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미사일·핵 포용’밖에 안된다. 정부 차원의 대북 무상지원 물자가 통일부 반출승인 기준으로 1∼10월간 2108억원으로 처음으로 연간 2000억원선을 넘어섰다. 올해가 북한이 핵무장을 천명한 그 이듬해이자 핵실험 도발을 감행한 바로 그해라는 사실과는 전혀 딴판이다.

    노 정부는 대북 지원의 군사전용 가능성에 대한 검증을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유럽의회는 북한 당국이 유럽 각국 북한 노동자의 임금을 착취해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 내년 봄 실태보고서를 낼 방침이라고 한다. 근로자 임금이 어떻게 북한 당국에 흘러들어가는지 조사하겠다는 유럽의회 의지까지 노 정부가 강건너 불보듯 할 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