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4일 사설입니다.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윌리엄 페리 미 전 국방장관이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당의장을 만나 뼈 있는 소리를 했다. "한.미 관계의 복원이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아주 중요한 열쇠다. 한국은 반미감정을 이용해 유권자의 표를 더 얻으려고 해서는 안 되며, 미국도 북핵 문제를 한국과 함께 해결하려는 의지와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라고.

    페리 전 장관은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 1기 시절 국방장관으로서 이른바 1994년에는 '정밀 타격(Surgical Strike)'으로 북한 핵시설을 파괴하는 강경책을 입안했었고, 99년에는 클린턴 정부의 대북한 정책 조정관으로 '페리 프로세스(Perry Process)'를 제시했던 사람이다. 페리 프로세스는 북한의 핵 포기를 마지막까지 검증하는 과정에서 북.미 수교 등 유인책을 제시하는, 한국 정부의 '햇볕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정책이었다.

    페리 장관은 북핵 문제가 핵실험에 이르기까지 악화된 이유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 모두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페리 전 장관은 부시 미 대통령 정부가 북한에 대해 일방적인 강경책을 취해 온 것이 핵문제를 악화시킨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동시에 페리 장관은 한국 정부의 반미 노선도 핵문제를 악화시킨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2002년 한국 대선 국면에서 현 정부 지지세력이 반미 감정을 이용해 집권하면서 악화된 한.미 관계가 북핵 문제 해결을 어렵게 했다는 것이다.

    페리 전 장관은 북폭(北爆)이란 강경책부터 북.미 수교라는 온건책까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진지하게 고민한 거의 유일한 미 당국자였다. 그런 만큼 일방적 강경책이나 온건책 모두 북핵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안 된다는 그의 지적은 한.미 양국 정부가 함께 새겨들을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