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부 아랍계가 지배하고 있는 수단으로부터 분리독립을 할 것인지를 묻는 남부 지역 주민들의 국민투표가 9일 오전 (현지 시각)부터 2천600여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개시됐다.

    남부 수단의 살바 키이르 수반은 이날 오전 8시께 수도 주바 시내에 있는 `존 가랑' 기념관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가장 먼저 투표를 마친 뒤 "오늘은 남부 수단인들이 기다려왔던 `역사적 순간(historic moment)'"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 3시에 존 가량 기념관의 투표소에 왔다는 찰스 진빙(27)씨는 연합뉴스에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지만, 투표에 참여할 수 있어서 기쁘다"며 "우리는 북부와 결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각 투표소는 전날 밤부터 몰려든 유권자들로 붐볐고, 이들 유권자는 길게 늘어선 줄에 서서 여러 시간을 기다린 끝에 한 표를 행사했다.

    오는 15일까지 1주일 동안 진행되는 이번 투표에서 등록 유권자 393만명 중 60% 이상이 투표에 참여하고 과반의 찬성이 나오면 남부 수단은 6개월 뒤에는 독립국을 수립할 수 있을 전망이다.

    기독교계가 주축인 남부의 반군 `수단인민해방운동(SPLM)'은 2005년 1월 북부 이슬람 정부와 22년간의 내전을 종식하는 평화협정을 체결하면서 6년간의 자치 기간을 거쳐 2011년 1월에 국민투표를 시행하고, 분리독립 쪽으로 결과가 나오면 7월에 독립국을 세우기로 합의한 바 있다.

    키이르 수반은 이날 투표소에서 "나는 존 가랑 그리고 그와 함께 순직한 모든 이들이 오늘 우리와 함께 있다고 믿는다"며 "그들의 죽음은 헛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존 가랑은 1983년 SPLM을 창설해 남부 수단의 독립 투쟁을 이끌었던 지도자로, 남북 간의 평화협정이 체결된 지 5개월 뒤인 2005년 6월 의문의 헬리콥터 추락사고로 숨졌다.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 투표에서 분리독립을 지지하는 찬성표가 압도적 다수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랜 내전에 시달린데다 기반시설이 낙후된 남부 수단은 독립을 하게 되면 세계 최빈국으로 분류되겠지만, 신생 산유국으로서의 지위도 동시에 누리게 된다.

    수단에는 60억 배럴의 원유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이들 매장 원유의 70%가 남부 지역에 있다.

    남부 수단은 주민의 문맹률이 85%에 달하는 점을 고려해 그림 투표지를 도입했다. 투표지에 그려진 손 하나는 분리독립 찬성을, 두 손이 서로 맞잡은 그림은 남북 통합의 유지, 즉 분리독립의 반대를 뜻한다.

    한편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카터 재단' 소속 회원 100명을 비롯해 국내외 감시단 3천명이 투표를 참관하고 있으며 참관인에는 존 켈리 미 상원의원,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 타보 음베키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 등 유명인사들도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