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인력들, 이직.휴직 신청서 속출포기자만 벌써 수십명, 인력수급 비상
  • “구제역이 종식되면 저희 직원들이 정신과 치료를 받게 했으면 합니다. 아무리 동물이지만, 살아있는 생명을 죽인다는 게 보통 (심정으로) 하기 어렵거든요. 그래서 굉장히 우울해하는 애들(직원)도 있고요. (마음) 약한 애들을 살처분 현장에 보낼 때는 내 딸 같으면 보낼 수 있을까 생각도 하고…” - 지난 3일 구제역 살처분이 한창 진행 중이던 경기도 이천시에서 박준조(50) 경기도축산위생연구소 동부지소장

  • ▲ 지난 6일 파주연천축협동물병원의 김희원(남·51) 공수의가 이 송아지에 구제역 예방백신을 접종하는 모습 ⓒ 뉴데일리
    ▲ 지난 6일 파주연천축협동물병원의 김희원(남·51) 공수의가 이 송아지에 구제역 예방백신을 접종하는 모습 ⓒ 뉴데일리

    구제역 살처분 작업에 동원된 수의사들이 호소하는 고통이 눈물겹다. 한 달여 가까이 진행된 아비규환 상황에 사명감 하나로 버티던 이들이 잇따라 사표나 휴직신청서를 내고 있어 인력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현재 구제역이 전역으로 퍼진 경기도의 경우 근무 중인 수의사는 모두 80명가량. 전체 인력도 벌어진 사태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인력이지만 벌써 이직과 휴직을 요구하는 서류를 제출한 직원만 10여명이 넘었다.

    대부분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거나 출산·육아 휴직을 앞당겨 신청한 수의사들이다.

    구제역 살처분 과정은 매우 정밀하고 세심한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문 인력이 부족하면 작업 자체가 진행될 수 없다.

    때문에 방역당국과 경기도는 ‘좌불안석’이다. 경기도는 아예 이들의 이직 신청서를 보류한 채 설득작업에 한창이다.

    경기도 보건 관계자는 "수의사들이 소, 돼지 등을 살처분하면서 겪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사의나 휴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평소 때보다 2배 이상 사의, 휴직의사가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출산 예정인 여자 수의사들은 휴직을 앞당겨 달라고 하는 요구가 많다"며 "결국 다음 달 중 수의사 충원 공고를 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다음 달 중으로 10여명의 수의사를 더 충원하는 한편 살처분에 참여한 공무원, 군인, 경찰, 마을주민 등을 대상으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 진료를 시작키로 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는 전쟁, 고문, 자연재해, 사고 등 심각한 사건을 경험한 뒤 그 사건에 공포감을 느끼고 계속 그 고통을 느끼는 것으로 사건 발생 1년 뒤에도 올 수 있다.

    치료하지 않는 경우, 대상자의 70% 정도(40% 가벼운 증상지속, 20% 증상 지속, 10% 증상악화)가 고통을 겪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류영철 도 보건정책과장은 "구제역 피해로 정신적·신체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축산업 종사자들의 심리적 위기상황을 지원하고, 더 심각한 정신건강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PTSD 진료를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