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말로 완전히 굳어진 외래어가 많습니다. 그렇더라도 그 뜻이나 내력을 알고 쓰게 되면 말맛이 살아납니다.
  • 양복 바로 안에 입는 소매달린 셔츠를 가리키는 와이셔츠. 하얀 셔츠라는 뜻의 영어 '화이트 셔츠(white shirts)'가 변한 말입니다. 미국인들이 화이트 셔츠라고 하는 것을 일본인들이 ‘와이샤쓰(ワイシャツ)’로 잘못 알아듣고 쓰기 시작했으며, 구한말에 우리나라에 양복이 도입되면서 자연스럽게 따라 들어왔습니다. 최근 외래어표기법에 따라 ‘와이셔츠’로 고쳐 사용하고 있지만, 이 역시 엉터리 일본영어의 잔재로 ‘울며겨자먹기’로 쓰는 격입니다. 어원을 따지면 ‘하얀 와이셔츠’는 겹말이 되고, ‘핑크빛 와이셔츠’는 모순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모순 때문인지 이 옷의 형태를 따라 ‘Y셔츠’로 쓰기도 합니다.
    비슷한 예로 러닝셔츠(runing shirts)가 있습니다. 예전에 ‘란닝구(ランニング)'라고 불리기도 했던 이 내의는 '운동 경기 때에 입는 소매가 없는 웃옷‘을 가리키는데, 이것이 일본을 거쳐 들어오면서 '내복'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는 것입니다. 비슷한 개념의 메리야스(メリヤス). 이 말은 포르투칼어의 메이아스(meias), 스페인어 메디아스(medias)가 어원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단어들이 일본에 처음 들어올 때 메리야쓰로 불리었고 광복을 전후해 우리나라로 그대로 건너온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편직물(니트제품), 좁은 의미로는 내의류를 일컫는 말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러닝셔츠나 메리야스 모두 ‘속옷’으로 순화해 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충수 전 조선일보 편집국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