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무기 밀집 배치는 ‘위험’...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쏴야북한이 가장 무서워하는 해병대 독립, 원하는 장비 다 줘라
  • 지난 23일 북한의 연평도 기습포격 후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원유철 국회 국방위원장 등 정부 고위층은 서해 5도에 ‘최고의 장비로 대대적인 보강을 해 요새처럼 만들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군의 전력증강 예산안과 현재의 전력증강을 보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점 흘러나오고 있다.

    서해 5도 전력증강안을 보는 다른 시각

    연평도 기습도발 직후 군은 당초 2,000억 원 가량의 예산 증액을 요청했다. 하지만 국가 지휘부의 말에 3,000억 원 이상의 증액안을 마련했고 30일 이 증액안은 국방장관의 현안보고 직후 국회 국방위에서 그대로 통과됐다.

    이 예산에는 K-9 자주포 추가 배치(866억 원)와 함께 K-55 자주포 개량사업(115억 원), 신형 MLRS(227mm 구경 12연발), AN/TPQ-37 등 기존 무기의 증강 외에도 스웨덴제 신형 대포병 레이더 ‘아서(ARTHUR)’, 이스라엘제 장거리 타격용 순항 미사일 ‘딜라일라’, 소형 중거리 GPS 유도 포탄 ‘엑스칼리버’(407억 원), 소형 벙커버스터인 GBU-39(300억 원) 등 각종 최신무기 도입비용이 포함돼 있다.

  • ▲ 北의 연평도 기습도발 후 군이 도입하기로 한 스웨덴제 대포병 레이더 'ARTHUR'의 모습. 기존의 AN/TPQ 시리즈에 비해 기동력이 좋고 탐지거리도 길다.ⓒ
    ▲ 北의 연평도 기습도발 후 군이 도입하기로 한 스웨덴제 대포병 레이더 'ARTHUR'의 모습. 기존의 AN/TPQ 시리즈에 비해 기동력이 좋고 탐지거리도 길다.ⓒ

    이 같은 예산 구성만 보면 앞으로 연평도는 물론 서해 5도는 ‘막강한 화력을 지닌 요새’가 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는 상당한 문제점이 숨어 있다. 먼저 지도를 보자. 서해의 NLL(해상북방한계선)이 직선이 아니라, 두 군데가 북쪽으로 쑥 들어간 것을 볼 수 있다. 이곳이 바로 백령도와 연평도다.

    이 두 곳은 전시 북한의 전방군단이 남하하는 것을 막는 ‘방어기지’임과 동시에 우리 군이 북진할 때는 북한의 허를 찌르는 ‘비수’ 역할을 맡는 곳이다. 따라서 북한의 전면 도발 시 최대한 적의 남하를 저지하면서 퇴각 때도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장비가 경량이면서 훈련이 잘 된 부대가 맡아야 하기 때문에 ‘해병대’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군이 배치하려는 장비는 주로 ‘중장비’다. 육군 포병여단이 대포병 전력으로 사용하는 MLRS(Multi-Launch Rocket System: 다련장 로켓)와 K-9 자주포 등은 이미 일부 연평도에 증강배치 되었다. 그런데 이 장비들은 ‘서해도서 해병대’와 같은 ‘경보병’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군 수뇌부가 향후 서해 5도에 배치하려는 장비들 또한 적의 포병 전력이나 육전대, 서해함대에 대응하기보다는 오히려 평양을 노리는 종심타격용 지대지 미사일이거나 공군이 사용하는 유도 폭탄들이다. 이런 장비가 서해 5도에 배치되었다 치자. 만약 북한 육전대나 저격여단 등이 공기부양정과 소형 헬기(북한이 80년대 500MD 수십 대를 수입했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로 불시에 습격해오면 이 장비를 어떻게 사용할지, 철수는 어떻게 할지 의문이다.

    北해안포 대응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쏴야"

    서해 5도에 필요한 ‘대응전력’을 다른 시각에서 생각해보자. 앞서 언급한 ‘경보병’ 해병대의 전력을 강화하려면 장비 또한 기동성이 높고, 그러면서도 위력이 강해야 한다. 또한 막강한 적 포병전력의 동향을 제대로 파악하고 타격할 수 있어야 한다.

     

  • ▲ 美해군이 개발 중인 NLOS. 작은 MLRS라고 생각하면 된다. 트럭 뒤에 실린 것이 NLOS를 탑재한 모듈이다. 미사일 무게도 가볍고 무선조종이 가능한데다 사정거리는 40km를 넘는, 최신형 스마트 무기다. 하지만 실전배치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 美해군이 개발 중인 NLOS. 작은 MLRS라고 생각하면 된다. 트럭 뒤에 실린 것이 NLOS를 탑재한 모듈이다. 미사일 무게도 가볍고 무선조종이 가능한데다 사정거리는 40km를 넘는, 최신형 스마트 무기다. 하지만 실전배치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이런 임무에 어울리는 장비를 꼽으라면 군단급에서 사용하는 정찰용 UAV와 스웨덴제 대포병레이더 ‘아서(AUTHUR)’, 음향탐지기, 이스라엘제 ‘스파이크 NLOS’, 그리고 하푼 대함 미사일의 개량형인 AGM-84E SLAM, 현재 美해군이 개발 중인 NLOS 등이 있을 것이다. 이 중에서 지금도 개발 중인 NLOS를 제외하면 모두 바로 도입이 가능하다.

    정찰용 UAV와 포병 부대 간의 데이터링크만 가능하면 적이 어디서 발사하건 실시간으로 위치추적과 표적타격 지시가 가능하다. 정찰용 UAV는 우리나라에서 자체개발한 것은 물론 이스라엘, 미국 등으로부터 수입이 가능하다. 대형 트럭만 있으면 활용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하면 150km 범위의 적 동향을 감시할 수 있다. ‘스파이크 NLOS’는 이미 세계 28개국에서 사용 중인 ‘저비용 고효율’ 스마트 무기다. 소형 트럭에도 실을 수 있다.

     AGM-84E SLAM은 전투기는 물론 지상에서도 발사할 수 있으며 전함뿐만 아니라 지상기지 타격도 가능하다. 사정거리 또한 110km 내외다. 이 또한 대형 트럭에 싣고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서해 5도 방어용으로 갖출 화력의 종류는 이 정도면 된다. 다만 숫자가 충분해야 한다. 그런데 장비 확충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해병대 독립과 위상 제고다.

    해병대 독립과 서해 전력 강화

    해병대의 독립과 위상 제고는 군 내부에서는 물론 대북전략에서도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6.25 당시 김일성은 해병대에 큰 두려움을 가졌다. 비공식적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했을 때 한국군, 특히 해병대의 전적(戰績)을 전해 듣고선 그 두려움은 더욱 커졌다고 한다. 이런 해병대가 서해 5도를 지키고 있다는 걸 북한군이 모를 리 없다. NLL로 봤을 때 고립된 지역, 거기다 해병대가 지키는 곳에서 사상자가 나왔다는 것은 북한군 내부에는 큰 선전거리가 될 수 있다.

  • ▲ 美해병대가 강습작전에 활용하는 상륙함 WASP급. 배수량이 4만 톤을 넘는다. 세계적으로 해병대가 있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 그 중 최강인 美해병대는 영국 해병인 '코만도'와 한국 해병대만을 '진짜 해병대'로 인정한다.ⓒ
    ▲ 美해병대가 강습작전에 활용하는 상륙함 WASP급. 배수량이 4만 톤을 넘는다. 세계적으로 해병대가 있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 그 중 최강인 美해병대는 영국 해병인 '코만도'와 한국 해병대만을 '진짜 해병대'로 인정한다.ⓒ

    따라서 우리 군과 정부가 해병대 강화와 독립에 대해서 논의하게 된다면 북한군과 정권은 일이 잘못돼 가고 있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 군 내부에서는 해병대 강화와 독립 문제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논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해병대가 바라는 항공전력, 해병대 특유의 IBS 기동화 등은 고려조차 하지 않는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는 모두 해병대가 ‘해군의 막내’처럼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군처럼 ‘17만 해병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펀치력’은 갖추고 있어야 한다. 만약 해병대가 서해 5도 또는 바로 주변인 강화도나 김포에 작지만 기동력 있고 ‘펀치력’을 갖춘 기동헬기 부대와 공격헬기 부대, 공기부양정 부대를 갖춘다면 북한군은 어떻게 반응할까. 분명 내부적으로 전력을 증강하는 것은 물론 연평도 기습도발이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린 행동’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런 것이 바로 북한의 추가도발을 잠재우는 ‘심리전’의 일환이 될 수 있다.

    군대는 유사시에는 적의 물리적 공격을 막는 방패지만 평시에는 적의 심리를 위축시키는, 심리전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국가 지휘부는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