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기 좋은 곳 아닌 ‘가족끼리 편히 쉴 수 있는 곳’으로 조성서울에서는 서초구, 동작구, 용산구서 운영 중
  • ‘먹고 살기 바쁜’ 서민들은 휴가철에도 맘 편히 쉴 곳을 찾기가 어렵다. 운 좋게 생긴 휴일날 아무 생각 없이 조용하게 쉬고 싶어도 어디로 가야할 지 막막하다. 이런 서민들을 위해 지자체가 나섰다.

    휴양소, 서울 3개 구청이 4개소 운영.

    서민들은 휴가철에도 비싼 숙박비, 번잡한 사람들, 밀리는 교통에 마땅히 쉴 곳이 없다. 조용하고 쾌적한 리조트나 콘도미니엄은 ‘돈 있는 사람들’ 몫이고, 전망 좋은 펜션은 ‘시간 많은 사람들’ 몫이라 생각한다. ‘황금연휴’라고 언론에서 떠들어도 해외여행을 떠날 형편이 되는 사람들은 극소수. 어떤 부모들은 아이들 성화에 관광지라도 찾아보려 하지만 마땅히 묵을 곳도 없고, 겨우 찾은 관광호텔이나 모텔은 1박 가격이 10만 원을 훌쩍 넘기 일쑤다.

  • 태안반도에 있는 서초 휴양소. 서울시민들 사이에 가장 많이 알려진 휴양소다. ⓒ
    ▲ 태안반도에 있는 서초 휴양소. 서울시민들 사이에 가장 많이 알려진 휴양소다. ⓒ

    이런 서민들을 위해 지자체가 운영하는 휴양소가 생기기 시작했다. 현재 휴양소를 운영하는 서울의 기초 지자체는 서초구, 동작구, 용산구. 2001년부터 이 사업을 시작한 동작구는 안면도에 휴양소를 마련해 구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서초구는 충남 태안에는 휴양소를, 강원도 횡성에는 수련원을 운영하고 있다. 용산구는 2010년 10월 경기도 양주에 휴양소를 마련했다.

    지자체들이 이처럼 휴양소를 마련하게 된 계기는 증가하는 노인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곳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노인 휴양소를 운영해본 결과 차라리 구민 전체를 위한 일반 휴양소나 수련원으로 활용하고, 자기 구민이 아니라도 올 수 있도록 개방적으로 운영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자체가 이렇게 휴양소를 개방한 탓일까. 동작구 휴양소의 경우 연간 1만5000~2만여 명이 이용하고 있다.

    “주민 편익 위해서라면 가격쯤이야….”

    이들 지자체가 운영하는 휴양소는 대부분 폐교한 분교를 매입한 뒤 개조해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공간도 넓고 아이들이 뛰어놀 장소도 충분하다. 이용 가격도 상당히 저렴하다. 성수기일 때 4인실 기준으로 3만~6만 원 가량. 타 구민일 경우에는 1~2만 원 가량 비싸다. 여기다 휴양소 내에 강당이나 바비큐 시설 등도 함께 있어 대학생들의 MT나 고급 리조트를 활용하기 힘든 중소기업, 민간단체의 워크샵에 활용하기도 좋다.

  • 용산구청이 운영하는 가족휴양소 홈페이지 화면. 인터넷으로 예약가능하며 구민 뿐만 아니라 해당 구에 있는 사업체, 단체도 이용할 수 있다.ⓒ
    ▲ 용산구청이 운영하는 가족휴양소 홈페이지 화면. 인터넷으로 예약가능하며 구민 뿐만 아니라 해당 구에 있는 사업체, 단체도 이용할 수 있다.ⓒ

    가장 요금이 저렴한 곳은 지난 10월 20일부터 휴양소를 개방한 용산구청이다. 비수기일 경우 2인 실 1박 요금은 1만 원, 4인실은 2만 원(용산구 주민이나 용산소재 사업체, 단체 기준)에 불과하다. 성수기에도 2~3만 원에 불과하다. 이 비용으로 운영이 가능할까.

    휴양소 운영을 담당하는 용산구청 주민생활지원과 담당자는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가격을 크게 낮췄다”며 “구민들의 편익을 위해서라면 가격쯤은 조금 희생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경기도 양주에 있는 저희 휴양소 주변에 무슨 국립공원처럼 볼거리가 많이 있는 건 아니지만 가족 단위 또는 연인들이나 친구들끼리 편하게 놀고 쉬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라며 시민들의 많은 이용을 기대했다. 지친 심신을 충전하고 싶을 때 번잡한 리조트보다는 이런 ‘지자체 휴양소’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