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관련 얼토당토않은 판결들 나오자 시민들 분노이명수 의원 “서울 성폭행 범죄 도쿄의 10배, 오사카의 19.5배”5대 강력범죄 건수도 美․日보다 월등히 많은 편
  • 성폭행 시도에 충격 받아 피해자 자살했어도 가해자는 무죄 

    30대 유부녀 여교사가 제자와 성관계를 맺은 것에 대해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소식에 이어 성추행에 이어 성폭행을 당할 위기에 처한 피해자가 수치심과 겁에 질려 투신자살한 것에 대해 가해자에게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까지 나와 사람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6부(배광국 부장판사)는 서울 관악구에서 한 여중생을 ‘자기 오토바이를 훔쳐간 애 같다’며 윽박질러 오토바이에 태워 끌고 가 성폭행을 시도하다 겁에 질린 피해자가 아파트 23층 복도에서 뛰어내려 숨진 사건으로 기소된 이 某(15)군의 강간치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CCTV 화면과 진술 등을 종합하면 이 군이 피해자 A양(14)을 추행하고 자위행위를 한 뒤 현장을 떠났으므로 투신 당시 A양은 급박한 위해상태에서 벗어나 있었다”며  “어린 소녀가 추행을 당한 수치심과 절망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한 결과일 가능성이 있는 점 등에 비춰보면 비록 추행 직후에 뛰어내린 것이더라도 이 군으로서는 A양이 추가 피해를 막으려고 창문을 넘어 추락, 사망에 이르리라는 점을 예측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강간치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가해자인 이 군은 A양을 겁줘 돈을 빼앗고(공갈) 추행한 혐의(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와 인근 식당에서 금품을 훔친 행위(특수절도)만 유죄가 인정돼 최대 2년의 징역을 선고하고 1년 6개월 후에는 ‘반성하는 태도’ 등을 감안해 조기출소 할 수 있도록 판결했다.

    강간죄 성립하려면 ‘항거불능 상태’가 되어야 한다?

    이 같은 판결에 여론은 흥분하고 있다. 대부분이 가해자가 ‘성폭행을 시도만 했다’고 하지만 인적이 드문 곳으로 끌고 가 성폭행을 하려는 아이들에게 평생 씻지 못할 치욕을 당한 피해자가 느꼈을 분노와 수치심은 고려하지 않고 ‘직접적 책임이 없다’며 무죄판결을 내린 법원의 ‘몰상식’에 대한 분노다.

    하지만 이런 류의 판결은 의외로 많다. 지난 18일, 광주고등법원 전주재판부(재판장 이상주 부장판사)는 사실혼 여성의 딸을 성폭행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혐의로 기소돼 1심에 징역 8년을 선고받은 배 某씨(51)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의 사실혼 여부를 판단할 경우 피고와 김 모씨, 김 씨의 딸은 혼인신고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점 등에 비춰보면 주관적으로 혼인의사가 있다고 할 수 없다……그들 사이에 객관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이라고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다고 할 수 없어 사실혼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면서 “따라서 사실상의 관계에 의한 친족관계에 있음을 전제로 하는 이 사건 공소사실인 친족강간죄는 무죄의 선고를 해야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한 “강간죄의 경우도 폭행 또는 협박을 한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그 폭행 또는 협박의 정도가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까지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1심 판결은 달랐다. 지난 4월2 9일 전주지법 제2형사부(백웅철 부장판사)는 “피고는 의붓딸인 피해자를 오랜 기간에 걸쳐 지속적, 반복적으로 강간한 것으로서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반인륜적”이라고 지적하며 “이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가 수차례 자살시도를 하였고 앞으로도 치유되기 어려운 상처로 남아 피해자의 삶 전반에 큰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볼 때 양형을 선고한다”면서 징역 8년을 선고했다.

    강간범 잡으려면 피해자는 언제 어디서든 증거 확보부터 해야 한다?

    물론 광주고법의 판결은 범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기소에 적용한 법률이 정확하지 않으므로 해당 부분에 대해서만 ‘무죄’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 같은 판결과 보도는 ‘나쁜 사람’들이 보기에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또 다른 일도 있다. 지난 10월 8일 창원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서승렬 부장판사)는 러시아로 함께 유학을 가자고 권유해 데려간 여고생 제자를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혐의(청소년 강간 등)로 기소된 음악 강사 윤 某(52)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윤 씨가 제자를 성폭행했다는 의심은 들지만 러시아라는 공간적 제약과 함께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이 진실하다는 입증을 할 수 없어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검찰에 제시한 증거는 피해자의 진술과 윤 씨가 피해자와 그 부모에게 ‘용서를 빈다’ ‘내가 수양이 덜 됐다’ 등의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이었다.

    국내 某 고교의 합주부 음악 강사였던 윤 씨는 자신이 개인지도 했던 여고생(당시 17세)에게 러시아 유학을 권유, 함께 러시아로 건너간 뒤 2008년 11월부터 2009년 5월까지 현지 숙소에서 10여 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7년을 구형받았었다.

    대한민국은 강간의 왕국?

    이와 유사한 판결은 판례 검색만으로도 상당히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범죄’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서일까. 우리나라의 치안은 과거와는 달리 상당히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서울을 예로 보자. 지난 12일 이명수 의원(자유선진당. 충남 아산)은 서울경찰청 국정감사 당시 충격적인 자료를 발표했다. 서울시의 성폭행 범죄 건수가 인구 1300만 명인 도쿄의 10배, 인구 880만여 명인 오사카의 19.5배에 이른다는 것이었다.

    이명수 의원 측은 도쿄 경시청과 오사카 경시청 발표 자료를 서울경찰청 자료와 비교해본 결과 2009년 도쿄의 성폭행 건수는 213건, 오사카는 123건인 반면 서울의 성폭행 건수는 2394건에 달했다고 밝혔다.

    서울의 성폭행 건수는 심지어 ‘치안부재상황’처럼 알려진 미국 주요 도시보다 더 많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2008년 말을 기준으로 서울의 성폭행 건수는 2218건인 반면 뉴욕은 1964건, 워싱턴은 1727건이었다고(美FBI 통계 인용).

    즉 이리저리 비교해 봐도 우리나라의 성범죄 빈도는 싱가포르나 일본은커녕 미국 대도시조차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빈번하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성범죄에 대해 너무도 관대한 사회 분위기다. 엄연히 불법인 성매매의 경우 대도시는 물론 지방 중소도시, 시골에 조차도 성매매가 가능한 온갖 업소들이 늘어서 있다. 적발된 성매수자들을 대상으로 호객행위를 하는 변호사 사무실 광고도 포털 사이트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포털 지식검색에도 성매매와 성폭행을 저지른 자들의 문의가 끊이질 않는다.

    이들 다수는 성매매를 부끄럽게 생각하거나 숨기려 하지 않는다. 일부 불량 청소년들은 성범죄를 오히려 자랑거리로 삼는다. 일부는 ‘아랫도리 이야기는 문제 삼는 게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 대상이 자기 자녀나 친척이래도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다른 범죄들도 문제 심각…정치권은 아직도 ‘천안함’ ‘대물이 누구 노리나’ 운운

    이런 현실이다 보니 다른 범죄들에 대한 인식도 점점 무뎌지고 있다. 동시에 각종 범죄도 전국적으로 창궐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력 등 5대 강력범죄 발생건수는 2008년 10만6573건, 2009년 11만4394건으로 나타났다. 반면 도쿄는 각각 2만7334건, 2만6018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심각한 범죄인 살인사건도 2009년 서울은 250건, 도쿄는 120건이었다. 폭력도 서울 7만3천68건, 도쿄 7880건으로 10배 차이가 났다. 인구 1인당 5대 강력범죄 발생 건수도 2008년 서울은 0.0102, 도쿄는 0.0021, 2009년 서울은 0.0109, 도쿄는 0.002로 범죄 발생 빈도가 심각한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서울과 다른 대도시를 비교하면 어떨까. 2009년 8월 31일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2006∼2009년 상반기중 5대 범죄 발생 현황’에 따르면 광주는 인구 10만 명 당 5420건, 제주 5394건, 울산 4531건, 경북 4346건으로 나타났다. 이 통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5대 강력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한 경찰서는 부천중부경찰서, 일산경찰서, 안양경찰서, 의정부경찰서, 시흥경찰서 등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민생치안은 엉망임에도 일부 정치권 ‘나으리’들께서는 지금도 ‘방영 중인 인기 드라마에 정치적 의도가 있느냐’ ‘천안함은 자작극’ ‘한미 FTA 철회하라’ 따위의 이야기나 하고 있다. 혹시 ‘그 분’들께서는 ‘입으로만’ 민생이야기하지 자기 가족들은 범죄에 노출되지 않는 철통보안 속에 살아서 세상을 그렇게만 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