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포스트 4대강! _ 도시 휴양지 유럽의 강, 베를린 슈프레강
  • 각양각색 유람선 손에 잡힐 듯 두둥실

    1시간반 코스에 베를린 주요 시설 한눈에

    봄가을엔 연인, 여름엔 외국관광객 북적

    강변 수변공원엔 자전거족, 조깅족 꼬리 물어

     

    슬라브어로 ‘늪지대’라는 뜻이 담겨있다는 베를린은 한눈에 봐도 지대가 낮고 크고작은 하천이 많다. 베를린 남동쪽에서 북서쪽으로는 슈프레강이 도심을 휘감고 돈다. 서남쪽에서 하펠강이 베를린 외곽을 감싸고 흐르다 엘베강과 만나 북해로 빠져나간다.

  • ▲ 베를린 슈프레강의 유람선이 강변의 파라솔 단지를 지나가고 있다. 강변의 관광객은 유람선을 구경하고, 유람선 안에선 강변 사람들을 구경하는 모습이 이채롭다.ⓒ
    ▲ 베를린 슈프레강의 유람선이 강변의 파라솔 단지를 지나가고 있다. 강변의 관광객은 유람선을 구경하고, 유람선 안에선 강변 사람들을 구경하는 모습이 이채롭다.ⓒ

    슈프레강은 체코 폴란드 국경과 가까운 작센주에서 발원하여 니더라우지츠 습지대를 여러 갈래로 갈라져 흐르며 곳곳에 호수를 만들면서 하류로 내려온다. 베를린으로 내려와서는 두 개의 운하로 연결돼 티겔호 부근에서 하펠강과 합류된다. 운하구간은 원래 1700년대 도시를 방어할 목적으로 ‘해자(垓子)’로 만든 것을 1840년대부터 지금의 고속도로처럼 도시 깊숙한 곳까지 물자를 실어나르는 수송로로 활용했다. 그러다 자동차가 등장하고 도로가 발달하면서 수송효율이 떨어져 방치돼 있다가 관광을 위해 부활했다.

  • ▲ 베를린 슈프레강 안의 하중도 박물관섬의 입구옆으로 유람선이 지나오고 있다. 유람선들은 이렇게 강을따라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 베를린 슈프레강 안의 하중도 박물관섬의 입구옆으로 유람선이 지나오고 있다. 유람선들은 이렇게 강을따라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약 400킬로인 슈프레강 중 배가 다닐 수 있는 운하는 182km 정도다. 도심 구간 10여km구간도 작은 뱃길로 갈라져 도시 곳곳으로 연결된다. 운하를 따라 버스정류장처럼 곳곳에 유람선 승선장이 있고, 그 주변은 공원과 공연장, 산책로로 이어진다. 유람선이 코앞으로 지나가는 강변에선 자전거족과 조깅족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베를린 시민의 보물 슈프레강

    1시간 30분 코스의 유람선을 타면 국회의사당, 총리집무실, 국회도서관 등 수도의 주요기관옆을 미끄러지듯 지나가며 한 번에 관광할 수 있다. 유람선끼리 수십미터 간격으로 가까이 붙기도 했다. 하천을 따라 건물이 들

  • ▲ 유람선이 국회도서관 다리아래를 지나고 있다.ⓒ
    ▲ 유람선이 국회도서관 다리아래를 지나고 있다.ⓒ

    어서 있어 대부분의 구간은 콘크리트나 석재로 옹벽을 쳤고 일부는 자연형 하천을 유지하면서 가장자리에 돌을 끼워 침식을 막게 설계했다.

    보통 100이상 타는 유람선엔 수많은 인종들이 모였고, 강변을 따라 코앞에 펼쳐진 유서깊은 건축물들 위용에 관광객들 입에서 수시로 탄성이 새어 나왔다.

    한 유람선의 선장인 라이네 킬레(37)씨는 “91년 직업학교를 졸업하고 20년째 배와 함께 하고 있다. 베를린은 ‘도시’이지만 강 위에서 바라보면 도심 자체가 아름다운 자연처럼 편안해 보인다.”며 “매일같이 세계의 많은 사람들을 만나 즐겁다”고 했다. 또 “봄가을엔 강변과 유람선 안이 연인들로 꽉 차고 휴가철엔 외국관광객이 밀려든다“고 들려줬다.

  • ▲ 슈프레강을 떠다니는 유람선은 똑같은 모양이 없는 것같이 다양하다. 심지어 스크류 모양도 여러가지다ⓒ
    ▲ 슈프레강을 떠다니는 유람선은 똑같은 모양이 없는 것같이 다양하다. 심지어 스크류 모양도 여러가지다ⓒ

    킬레씨는 “유람선 코스는 모두 3코스다. 유람선 시티 투어 프로그램은 한 시간짜리부터 3시간대까지 있다. 시간에 쫓기는 여행객들은 베를린 동쪽과 서쪽을 지나면서 볼거리가 꽉 찬 ‘미테’ 지역을 관통하는 한 시간짜리 코스가 적당하고, 저녁노을과 야경을 감상하려면 ‘나이트 투어’를 이용하면 된다”고 소개했다. 킬레씨는 “야간에 열리는 유람선 클래식콘서트와 할로윈데이 테마파티도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킬레씨는 또 “짧은 시간 베를린의 핵심을 보려면 유람선만큼 좋은 것도 없다. 도심의 슈프레강은 자연하천 모습은 잃었지만 유람선으로, 산책길로 도시민들에게 자연의 숨결을 불어넣어주는 호흡기”라고 비유했다.

    산책도 하고 조깅도 하고 배도 떠다니는 슈프레강. 인공으로 뒤덮인 도시 하천이지만 베를린 시민과 관광객에게 더없는 자연의 보물이었다.

    4대강살리기 사업도 운하라고 의심하며 경기를 하는 사람들, 베를린의 슈프레강에 다녀오기를 권하고 싶다.

     

     

     

    베를린 시민의 마음의 고향 하펠강, 반제(wannsee 湖)

     

    통일전 서베를린 ‘공산 동독 안의 섬’

    오도가도 못한 서베를린 시민 마음 달래던 곳

     

    호수 좌 안엔 전원주택, 우안엔 원시림 산책로

    베를린 시민들 “물가에 오면 마음 편해져”

     

    슈프레강이 인공 수로에 가깝다면 하펠강은 자연 하천이다. 한국의 강처럼 낙동강처럼 한줄기로 길게 이어지지 않고 곳곳에 꽈리처럼 부풀어오른 모양으로 강폭이 넓어져 호수를 이룬다. 이 하펠강은 엘베강의 지류로

  • ▲ 반제호수변에 산책나온 모녀ⓒ
    ▲ 반제호수변에 산책나온 모녀ⓒ

    길이는 325km에 달하고, 베를린 도심을 거쳐온 슈프레강과도 만난다. 베를린 시민의 자랑 반호수(반제)도 하펠강이 꽈리처럼 부풀어올라 생긴 호수다.  2008년 영화배우 브래드피트 졸리 부부가 별장을 마련했다고 하여 화제에 오르기도 할 정도로 고급주택, 별장들이 인근에 즐비한 베를린의 휴양지다. 2차대전중인 1942년엔 나치 수뇌부가 모여 유대인 학살을 결정한 반제회의가 열렸던 아픈 역사도 담고 있다.

    반제를 보면 자연형상도 빼어나지만 호수변에 빼곡한 요트들이 아름다운 풍경을 돋보이게 한다. 호수주변은 요트장, 정박시설, 주거시설, 낚시 구역은 인공구조물로 보강해둔 곳이 많았지만 자연경관을 해칠 정도는 아니었다. 호수 물이 얕은 곳엔 시멘트 계단을 설치해 어린이들도 물가로 내려가 물장난을 할 수 있게 배려한 것이 눈에 띄었다.

    호수의 남동쪽 끝 반제 승선장을 방문한 날에도 할머니와 엄마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10여명의 어린이들이 거미줄같은 밧줄놀이기구에 올라가 노는 모습이 정겨워보였다. 바다가 없는 수도 베를린, 강과 호수가 400만 가까운 시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있었다.

     

    산책나온 시민 "북한에서 왔냐" 화들짝

     

    호수변에서 노니는 고니와 오리는 사람이 손을 내밀면 움찔하는 기색도 없이 다가올 정도로 친근하다. 옆에선 낚시를 나온 노신사가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모습이 평화로웠다. 인근 산책로로 1분쯤 걸어가니 넓은 부두

  • ▲ 반제호 수변공원 벤치. 물가엔 낚시객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
    ▲ 반제호 수변공원 벤치. 물가엔 낚시객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

    시설이 나왔다. 3층짜리 유람선이 승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호숫가에 산책나온 페타 카츠크 부부에게 말을 붙였더니, 깜짝놀라며 “북한에서 왔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더니 “북한사람들이 이곳까지 올리가 없지”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유머와 여유가 넘치는 그는 “이곳에서 15km

  • ▲ 반제 선착장 앞의 수변공원. 어지러운 노점상 하나없이 깨끗이 정돈된 곳에 어린이들이 평화롭게 놀 수 있는 기구 한두개만 있다ⓒ
    ▲ 반제 선착장 앞의 수변공원. 어지러운 노점상 하나없이 깨끗이 정돈된 곳에 어린이들이 평화롭게 놀 수 있는 기구 한두개만 있다ⓒ

    떨어진 곳에 살지만 물이 많은 호수는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져 일부러 자주 찾아온다”고 했다.
    특히 “통일 전 공산주의 동독 안 섬에 갇힌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서베를린 사람들이 유일하게 찾아와 마음을 달랠 수 있는 곳이 반 호수였다”며 “지금도 이곳에 오면 옛날 어려울 때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던 향수가 살아난다”고 했다. 카츠크 씨는 베를린에 강과 호수가 없었다면 일부러라도 바다가 있는 외국으로 갔을 것이라며 내륙에서 물을 가까이 할 수 있는 것은 행운이라고 표현했다.

    프랑스인 교사 여자친구와 함께 온 올리히 홀츠아펠 씨는 “20년전 파리로 이주한 뒤에도 호수가 있는 고향을 자주 찾아온다. 친구에게 이곳을 보여주기 위해 데려왔다”며 하펠강과 반제 자랑을 펼쳤다.
    호숫가에서 물장난치는 아들을 지켜보던 아시아계 여성 베렌트 씨는 “독일인과 결혼해 이주했다. 강은 물살이 세지만 이 호수는 잔잔해서 아들과 매일 온다. 만약 베를린에 물이 없었다면 숲으로라도 찾아갔을 것”이라며 대도시에 자연의 선물이 있어서 좋다고 했다.

    세로로 10km이상 길죽한 호수의 서쪽편엔 오래전부터 자리잡은 전원주택이 많다. 그렇다고 물가에 바로 지은 것은 아니라 자연경관을 해치지는 않았다. 주택가를 벗어난 곳엔 유람선 선착장에도 한국에서 흔한 노점이나 어지러운 상가는 없었다. 대신 넓은 잔디밭과 산책로와 어린이 놀이터가 시민들을 반겼다. 동쪽 편엔 거의 자연 그대로 원시림같은 울창한 숲이 상당부분 차지한다. 물이라는 자원을 바탕으로 원시림과 주택 휴양시설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 휴양지였다.
     

  • ▲ 요트가 가득한 반제호ⓒ
    ▲ 요트가 가득한 반제호ⓒ
     
  • ▲ 베를린 시내 란트베어 운하. 슈프레강으로 연결되는 이 운하의 물이 맑다. 수위를 유지하기 위한 보는 가동보이다ⓒ
    ▲ 베를린 시내 란트베어 운하. 슈프레강으로 연결되는 이 운하의 물이 맑다. 수위를 유지하기 위한 보는 가동보이다ⓒ
     
  • ▲ 슈프레강 옆의산책로겸 자전거도로. 한 가족이 산책하고 있다.ⓒ
    ▲ 슈프레강 옆의산책로겸 자전거도로. 한 가족이 산책하고 있다.ⓒ
     
  • ▲ 베를린 시내 란트베어 운하 옆에 난 수변공원 산책로에 조깅을 하는 시민들.ⓒ
    ▲ 베를린 시내 란트베어 운하 옆에 난 수변공원 산책로에 조깅을 하는 시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