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은 빠르면 오늘 밤 농성을 강제해산시킬 예정입니다." 며칠전 모 방송 기자가 철거민 농성 현장에서 보도했던 내용입니다. 이와 같이 '이르면'을 써야할 곳에 '빠르면'으로 잘못 쓰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됩니다.
  • '빠르다'는 속도와 관계되는 말로 "어떤 행위를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그는 걸음이 무척 빠르다.” “두뇌 회전이 빠른 사람.” “발놀림이 빠르다.” “그녀는 말이 빠르다.”처럼 씁니다.
    '이르다'는 시기(時期)를 나타내는 말로 "무슨 일이 있기로 된 때보다 앞서 있다"는 뜻입니다. “올 장마는 이른 감이 있었다.”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다.” “늘 지각하던 그가 오늘은 이른 시각에 출근했군.”처럼 씁니다.
    그러므로 위 예문의 경우도 "경찰은 이르면 오늘 밤 농성을 강제해산시킬 예정입니다."로 말하는 것이 어법에 맞습니다.
    '일찍'이나 '빨리'와 같이 부사형으로 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약속한 목적지에 일찍 와라."는 늦지 말고 제시간이나 그 전에 오라는 뜻이고, "약속한 목적지에 빨리 와라."는 걸어오면 한 시간 걸리고, 뛰어오면 30분 걸리니 뛰어서 30분 당겨 오라는 말입니다.
    글을 쓰거나 말함에 있어 항상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김충수 전 조선일보 편집국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