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은 뒷전...‘돈 싸움’ 판치는 체육특기자 입시교과부 비리방지 대책 내놓자 체육계는 “글쎄?”
  • 앞으로는 대학에서 구기종목 체육특기자를 선발할 때 팀 성적과 개인성적을 합산해 선발한다는 교육과학기술부의 ‘학교운동부 비리방지 대책’이 13일 발표됐다.
    교과부는 체육 특기자 입시에서 특별전형 제도의 편법 운용과 타시도 전출, 위장전입 등을 이용해 체육특기자 관련 금품수수 비리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히고 앞으로는 체육특기자 선발의 구체적-객관적 기준을 마련해 입시 비리를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세부 시안도 나왔다. 구기 종목은 선발기준을 팀-개인성적 합산으로 바꾸고 기록경기는 전국대회 순위보다 일정 수준 이상의 기록을 요건으로 제시한다는 것이다.

    교과부가 의욕적으로 내놓은 시안이지만 학교 체육계는 ‘글쎄’라는 표정이다.
    H고교의 구기 종목 코치를 맡고 있는 A씨는 “과거에도 수없이 체육특기자 비리 근절을 위한 대책이 있어왔다”라며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있어서 거의 매년 비리가 붉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체육계의 비리는 구조적인 모순에 있다.
    감독이나 코치의 경우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적은 자신의 목숨과 직결된다. 성적을 올려야  자리보전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선 기량이 좋은 신입생을 입학시키는 것이 필수. 즉 스카우트를 잘 해야 하는데 이때 돈이 필요하다. 심지어는 기량이 뛰어난 중학생 선수가 고교에 진학을 하면서 돈과 각종 혜택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고등학교든 대학교이든 스카우트를 위해 책정한 예산은 당연히 없다. 스카우트 비용은 선수들 학부모들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이때 고교나 대학 감독-코치들이 가장 흔히 사용하는 수법이 ‘끼워 넣기’다. 우수한 학생이 대학에 갈 때 실력이 떨어지는 다른 선수 2~3명을 함께 입학시키는 방식이다. 실력이 떨어지는 선수의 학부모는 진학의 대가로 우수선수와 고교-대학 감독들에게 돈을 주는 것이다.

    이 같은 비리로 몇 해 전 유명 야구선수 출신 대학 감독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되는가 하면 축구-농구-아이스하키 등 다른 종목에서도 비슷한 비리가 적발돼 물의를 빚었다.
    일부의 경우이지만 이 같은 과정에서 받은 돈을 고교-대학 감독들이 스카우트 비용으로 쓰는 대신 자신이 챙기는 경우도 생긴다.
    연봉 2000만 원이 간신히 넘는 한 B고교의 구기 종목 감독은 취임 2년 만에 고급 외제 승용차를 타고 다니다 구설수에 오르자 파문을 두려워한 학교가 내사에 나서 서둘러 해임한 경우도 있었다.

    또 일부 인기 종목의 경우 선수 출신이나 동문들이 브로커 노릇을 하며 돈을 챙기는 경우도 있다.
    실업축구팀 단장이 고교생 학부모들에게 아들을 체육특기생으로 대학에 입학시켜 주겠다고 속여 거액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이 단장은 학부모들에게 자식을 축구 특기생으로 대학에 입학시켜 주겠다고 속여 1억 300만원을 챙겼다.

    중고축구연맹의 한 간부는 학교체육의 제도적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감독이나 코치들이 학부모들이 내는 회비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현실에서 신분 불안과 박봉 때문에 금전의 유혹을 뿌리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또 고교의 한 감독은 “현재 중고 축구부 감독 가운데 정규직은 20%도 안 된다”며 “운동부를 운영할 능력이 없는 학교들이 학교를 홍보할 욕심에 마구잡이로 팀을 만들어놓고 재정 문제는 모두 학부모들에게 전가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감독 역시 임시직 신분이었다.

    체육계의 한 관계자는 “팀 운영과 스카우트 비용 등 부족한 재원조달 압력 등이 부정입학을 구조화하고 있다”라며 “선발기준 변경으로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