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초 전투화 굽 납품업체를 재향군인회로 변경신발업계 관계자 불량 상태 듣자 “접착 문제 가능성 높아”
  •  

  • 방산물자전시회에 나왔던 신형 전투화ⓒ
    ▲ 방산물자전시회에 나왔던 신형 전투화ⓒ

    지난 31일 ‘군의 신형 전투화에 대규모 불량이 발생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1일 국방부가 해명에 나섰다.

    국방부는 “지난 5~6월 신병교육대에 보급한 전투화 중 4000여 족 가량에서 굽이 떨어지고 물이 새는 불량이 발생했다”며 “현재 불량 전투화를 전량 수거하고 신품으로 교체해 지급 중이며, 전투화를 납품하는 11개 업체 중 불량이 많이 발생한 3개 업체의 납품을 중단시켰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또한 “회수한 전투화는 전문 시험기관에 맡겨 시험을 의뢰하고, 공정 또는 납품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지를 군 감찰단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불량 전투화를 납품한 업체에 대해서는 행정조치와 함께 내년도 납품 수량에 있어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개발업체와 생산업체가 다르다?

    이번에 불량이 발생한 전투화는 기존 전투화와는 제조방식이 다른 ‘접착식 전투화’다. 접착식 전투화란 전투화의 바닥과 윗부분을 접착제로 붙이는 방식이다. 기존의 전투화는 바닥과 윗부분을 못으로 박거나 제봉하는 방식으로 만드는데 이를 ‘봉합식 전투화’라 부른다.

    기존의 전투화와 다른 ‘접착식 전투화’를 보급한 것은 2009년 10월부터. 원래 조달본부(현 방위사업청)에서는 ‘봉합식 전투화’를 요구했으나 개발업체들의 건의로 ‘접착식 전투화’도 함께 개발, 6년에 개발 기간을 거쳐 2년 동안 4,000여 족을 테스트한 뒤에 보급하게 됐다.

    신형 전투화는 기존의 전투화에 비해 10%(200g) 가량 가벼워졌고(1켤레 1,540g) 방수 및 투습(신발 내의 수증기가 발산되는 것) 효과도 기존의 전투화에 비해 4배 이상 높아졌다고 한다. 전투화의 높이도 약간 낮아져 활동성도 높였다. 끈 고리 또한 최신 운동화와 유사한 ‘스피드형 고리’를 채택, 착용 속도도 기존 전투화보다 훨씬 빨라졌다.

    일반적인 신발 구조는 크게 윗부분(Upper)과 우리가 신을 때 발이 직접 닿는 안창(Insole), 쿠션 역할을 하는 중창(Midsole) 그리고 굽(Outsole)로 나뉜다. 이번에 불량이 발생한 부분은 안창과 굽의 문제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들은 “신형 전투화는 중창과 굽을 일체화시켜 굽이 중창역할까지 한다”고 말했다. 굽 재질은 고무를 주원료로 한 합성소재다. 충격흡수를 위해 굽 앞뒤 쪽에 홈을 파 그 속에 쿠션재질을 넣었다.

    군은 이런 신형 전투화를 올해에만 52만5,000켤레 보급했다. 그런데 지난 5~6월 보급된 전투화 중 봉합식 전투화 4,000여 켤레, 접착식 전투화 1만2,000켤레가 불량품으로 나타난 것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원래 개발에 참여한 업체와 양산하는 업체가 트랙스타를 제외하고는 모두 다르다고 한다. 여기다 올해 초부터는 굽을 생산하는 업체를 재향군인회로 바꿨다고 한다. 접착식 전투화는 기존 전투화와는 달리 굽의 재질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전투화를 납품받을 때 허용하는 제품 당 중량 오차가 270mm 사이즈 기준으로 50g 가량에 달해 접착제 불량 가능성도 제기됐다.

    재질 불량인가 공정 문제인가

    그렇다면 어디서 문제가 생긴 걸까. 신형 전투화 불량에 대한 국방부의 설명이 계속되면서 불량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의심받고 있다. 하나는 굽과 신발바닥을 붙이는 접착제의 문제, 다른 하나는 저질 굽을 납품했을 가능성이다. 방위사업청 등은 현재 저질 굽의 납품 문제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하지만 신발 업계 관계자의 이야기는 다르다. 부산의 한 신발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신발을 접착방식으로 제조할 때는 접착제가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대부분의 신발 불량이 이 접착 부분에서 나오기 때문이라고. 때문에 신발 업계에서는 이 접착제의 사용이 중요한 노하우라고 강조했다. 여기다 신발 접착제는 굽과 안창의 소재, 중량, 용도 등에 따라 다른 것을 사용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신형 전투화 불량 소식을 듣고 곧바로 “접착제 문제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재향군인회가 납품한 굽이 지나치게 저질인 경우도 가정해 볼 수 있다. 그럴 경우 원래 개발된 전투화에 사용되는 접착제 또한 달라져야 한다. 하지만 만약 재향군인회가 납품하면서 그 재질이나 성분을 속였다면 제조업체에서는 잘못된 접착제를 사용하면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특히 신발에 사용되는 접착제는 고온과 습기에 약한 편이라는 신발업계 관계자의 이야기를 참고하면 지난 5~6월 이후 고온다습했던 날씨에다 잘못된 접착방식 또는 굽 재질로 인해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신형 전투화의 납품가는 봉합식 전투화가 50,047원, 접착식 전투화가 55,062원(2010년 납품기준). 국방부는 불량 전투화의 책임이 제조원가를 낮추기 위한 문제였는지 아니면 제조업체의 기술 부족인지를 군 감찰단과 전문 시험기관의 조사를 통해 가려낼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분노, 특히 군 입대를 앞둔 젊은이나 예비역들의 분노는 이미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나이 든 사람들은 자신들의 기억을 되살려 수십 년 동안 군납사업을 지배한 재향군인회와 군인공제회 등을 비난하고 있다. 일부 네타즌들은 전투화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내세우며 ‘어떻게 기본 개인장구 하나 제대로 못 만들면서 선진강군 운운하냐’고 비난한다.

    국방부나 군 주변 기관에서는 ‘겨우 전투화 불량 갖고 그러냐’고 할 수 있으나 현역 군인들과 예비역들의 입장에서는 개인장구의 성능이 전투력의 기초이기에 이번 불량 전투화 논란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