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커피에 '여성흥분제', 포르노 찍고 성폭행

여성흥분제를 판매하는 사이트들은 버젓이 휴대전화 번호까지 내걸고 영업한다.(위) 일부 사이트는 마치 합법적인 건강식품 판매업체처럼 위장하고 있다(아래) ⓒ 뉴데일리

그동안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던 마약 ‘GHB(일명 물뽕)’에 대한 당국의 단속이 강해지자 한동안 잠잠하던 외국산 여성 흥분제 판매 사이트들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어 문제다. 

남성들을 전과자 만드는 ‘GHB’

지난 5월 12일 제주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전국 각지의 남성 17명을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입건된 사람들은 회사원, 대학생, 교사 등 각양각색이었다. 이들이 구입하려 했던 ‘마약’은 바로 ‘여성 흥분제’로 알려진 ‘GHB’. 이들처럼 ‘GHB’를 판매 또는 구입하려다 경찰에 적발된 사례는 무수히 많다.

‘GHB’는 19세기까지 마취제로 사용되기도 했던 무색무취무미의 액체다. 음료나 술에 타서 섭취하면 1시간 내 의식을 잃게 되는 합성마약이다. 만들기도 쉽고 사용하기도 쉬워 해외에서는 여성들을 성폭행하려는 자들이 주로 사용한다. 문제는 이를 복용한 여성에게서 신장질환이나 안면마비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때문에 해외에서는 ‘GHB’ 관련 범죄가 심해지자 불법 마약으로 규정,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경찰은 “‘GHB’는 마약이기 때문에 판매나 구입, 사용 모두 불법”이라고 한다.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 관계자는 “최근에는 GHB 피해자들의 신고가 많아져 사용자들을 계속 검거 중”이라고 밝혔다. 호기심으로 구입할 경우 전과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GHB’가 국내에 유통되기 시작한 건 방학 동안 귀국한, 부유층 유학생들을 통해서다. 그들 중 일부가 술집에서 만난 여성들을 성폭행하기 위해 ‘GHB’를 사용하면서 이 문제가 인터넷을 통해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계속된 언론의 문제제기와 사법당국의 노력으로 현재는 ‘GHB’ 유통이 상당히 줄었다고 한다.

이렇게 ‘GHB’의 유통과 수요가 줄어들자 이번에는 다른 약물이 판을 치기 시작했다. 바로 외국산 여성 흥분제들이다.

위험한 마약, 외국산 여성 흥분제

외국산 여성 흥분제를 판매하는 사이트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여성 흥분제를 소개하는 곳에는 공통적으로 붙은 문구가 있다. 바로 ‘이 흥분제는 美FDA의 검증을 받은 안전한 약물’이라는 것이다. 어떤 사이트에서는 ‘일본 포르노 배우도 사용하는 여성 흥분제’라며 남성들의 성적 판타지를 자극하기도 한다.

이런 사이트에서 주로 거래되는 약물은 ‘섹○○롭’ ‘○○스’ ‘스패니쉬 플라이’ ‘○○들’ ‘○○아나’ 등이다. 일본 포르노 배우들이 촬영 전 사용한다며 판매하는 물건과 일명 ‘총알’이라 불리는, 동물 발정제로 만든 중국제 싸구려 최음제도 있다. 업자들은 이들 약물을 판매하기 위해 ‘술 또는 음료에 타면 아무런 표시도 나지 않는다’면서 ‘1회 당 얼마 정도를 넣어야 하며 효능 시간은 ○시간’이라고 복용방법까지 일러준다.

하지만 의사들은 몸에 해롭지 않으면서도 여성을 성적으로 흥분시키는 약물은 아직까진 없다고 한다. 여성을 성적으로 흥분시키려면 신체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흥분도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다국적 제약회사인 ‘화이자’가 ‘여성용 비아그라’를 수년 째 개발 중인 것만 봐도 ‘안전한 여성 흥분제’를 만드는 게 얼마나 어려운 지 알 수 있다.

경찰 관계자도 비슷한 말을 해줬다. 이런 외국산 여성 흥분제 중 실제 美FDA의 인증을 거친, ‘안전한 흥분제’라는 건 없다는 것. 거기다 이런 흥분제 대부분이 국내에서는 사용이 금지된 ‘요힘빈’ 등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호기심에 사용했다가는 ‘마약류 관리법 위반’으로 전과자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 포르노 배우가 촬영 전 사용한다’는 흥분제 또한 사실과는 다르다고 한다. 일본 포르노 업계를 잘 아는 현지의 한 문화평론가는 “일본의 AV(포르노)회사에서는 흥분제 등은 일체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성인물 업체의 남녀 배우는 몸 관리를 철저히 하며, 특히 남성의 경우에는 촬영 전 담배도 끊을 정도”라고 전했다. 즉 업자들의 ‘홍보 문구’는 모두 거짓이라는 말이다.

여성용 흥분제의 단골, 성범죄자

이처럼 국내에서 ‘GHB’의 빈자리를 매우고 있는 여성 흥분제는 위험천만한 물건이다. 그럼에도 이를 구매하는 자들은 대부분 여성을 ‘물건’ 취급하는 유흥업소 관계자들이나 성범죄를 계획 중인 자들이다.

2001년 경 인터넷에 유흥업소 관계자들이 어떻게 여성들을 자기 업소의 단골로 만들고, 타락시키는지를 상세히 적은 글이 올라 네티즌들 사이에 논란이 인 적이 있다. 당시 글에 ‘유흥업소 종사자들이 처음에는 여성들에게 술을 공짜로 제공하는데 이때 그 술에다 여성 흥분제나 마약을 조금씩 타서 해당 업소에 중독시킨 다음 자신의 성노예로 만든다’는 부분 때문이었다.

이 말이 사실인지 논란이 분분했지만 일부 유흥업소 고객들이 직원들에게 ‘피로회복제(여성 흥분제를 칭하는 은어)’를 달라고 한다는 말이 ‘○○○’과 같은 유흥계 커뮤니티나 업소 등에 퍼져 있는 것으로 미루어 그 주장이 완전히 거짓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일명 ‘퐁당’이라는, 여성이 마실 술이나 음료에 몰래 흥분제를 타는 방법이 인터넷 곳곳에 퍼져 있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다른 이들도 있다. 바로 웹하드나 P2P에 일명 ‘아마추어 셀카’라는 이름으로 올라 있는 포르노 영상을 찍는 범죄자들이다. 이들은 유흥업소나 술집, 길거리 응원 뒷풀이 등에서 만난 여성에게 흥분제를 먹여 정신을 잃게 하고선 포르노 영상을 찍어 판다. 그 피해자는 현재 웹하드-P2P사이트에 영상이 떠도는 사람만 수십 명에 달한다.

실제 2006년 6월 초에 열린 사이버 수사 관련 세미나에서 충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소개한 사례 중에서는 불특정 다수의 여성들에게 흥분제를 먹여 정신을 잃게 한 뒤 성행위 장면을 촬영한 자에 대한 것도 있다. 당시 범인은 보관 중인 영상들을 P2P 사이트에서 다운로드받았다고 주장하다 사이버수사대가 범인의 PC에서 발견한 증거를 내밀자 범행을 실토했다고 한다.

흥분제, 여성을 죽이는 독약

이처럼 여성 흥분제는 주로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높은 약물이다. 그럼에도 이를 판매한다는 스팸메일은 연령을 가리지 않고 매일 쏟아져 나오고, 외국계 검색엔진에서는 판매 사이트도 한두 번의 클릭이면 찾을 수 있다. 이들 사이트는 예의 ‘홍보 문구’를 내걸고는 여성과의 성관계를 원하는 이라면 미성년자도 가리지 않고 유혹하고 있다.

하지만 흥분제를 판매하는 업자들은 만약 이런 약물을 여성이 복용했을 때 어떤 부작용이 생기는지, 어떤 금단증상이 나타나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흥분제들의 경우 대부분 공인기관으로부터 인증 받지 못한 위험 성분이나 마약 성분을 사용하기 때문에 중독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실제 이런 사례로 보이는 한 여성의 질문을 찾을 수 있었다.

2010년 2월 한 여성이 포털 사이트의 지식검색에 질문을 올렸다. 그 내용은 ‘지난 5개월 동안 과외를 받으면서 선생님이 주는 커피를 마셨는데 그때마다 집에 가면 몸이 이상했다. 그 뒤로는 과외를 받지 않았는데도 몸이 많이 아프다. 아무래도 흥분제에 중독된 거 같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한 여성전문병원은 ‘끊은 지 5개월이 지났는데도 몸이 아프고 불편하다는 건 일종의 금단증상으로 마약 성분에 중독된 것 같다’며 전문의의 진료를 권유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여성 흥분제는 남성의 성적 판타지를 충족할 수 있는 ‘묘약’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대 여성의 건강을 망치는 독약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여성 흥분제를 판매하는 사이트들이 범람하고 있는 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비뚤어진 의식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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