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보수ㆍ진보’ 사상
    ‘보수와 진보’ 사상은 현재 한국의 정치ㆍ외교는 물론 사회ㆍ경제ㆍ교육ㆍ문화정책 등을 이해하는데도 필수적 요소가 되고 있다. 선거 때마다 보수세력과 진보세력간 사상갈등이 선거의 핵심쟁점이자 판세를 가늠하는 도구가 되어 왔다. 정당들과 사회단체들이 대미ㆍ대북정책 등 각종 정부의 정책들을 둘러싸고 갈등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보수세력과 진보세력간 사상논쟁은 국민들을 분열시키고 갈등하게 함으로써 국가의 에너지를 소모시켜 왔다. 그런데 보수ㆍ진보라는 사상은 어떻게 생긴 것일까. 이들은 대립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큰 차이가 있는 것일까.

    2) 보수ㆍ진보의 통념적 개념
    보수와 진보를 통념적으로 규정하면, ‘보수’란 현 상태에 대한 기본적인 만족성을 토대로 급격한 변혁에 불안감을 느끼고 그 상태의 유지ㆍ발전에 힘쓰는 성향이다. 이 때 보수가 지키려하는 현 상태란 체제ㆍ국가일 수도 있고, 정권일 수도 있다.

    ‘진보’란 현 상태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방향으로 변화ㆍ변혁을 추구하는 성향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진보는 ‘앞으로 나가다’는 사전적 의미가 있으나 실제는 현실을 바꾸려는 변혁사상으로, 현상에 대한 불만족을 기초로 한다. 진보가 변혁하려는 현 상태가 제도ㆍ정책일 수도 있고 정권이나 국가ㆍ체제일 수도 있다. 즉 정권ㆍ국가ㆍ체제를 수용하면서도 제도(헌법 등)ㆍ정책(복지정책 등)만을 변화시키려 하는 경우도 있지만, 국가나 체제까지도 변화시키려 할 수도 있다.

    3) 보수ㆍ진보 개념의 문제점
    앞으로 깊이 분석하겠지만 통념적 보수ㆍ진보 개념에는 상당한 문제점이 내포되어 있다. 이러한 근본적 이유는 보수-진보의 개념틀을 좌익들이 만들었는데, 일반 국민들은 그것을 잘 모르고 사용하기 있는데서 출발한다.

    우리나라 좌익ㆍ좌경세력은 과거에는 조봉암의 진보당처럼 진보란 말도 쓰기는 했지만, 주로 자신들을 혁신세력, 변혁세력, 개혁세력 등으로 바꿔가며 불렀으나 공산권국가 몰락 후인 1990년대초 진보세력으로 명칭을 바꾸어 널리 퍼트렸다. 이후 각 언론 등에서 진보 용어의 생성 배경도 모른 채 좌익ㆍ좌경세력이 사용하는 대로 거듭 사용함으로써, ‘진보’라는 용어가 보편적 용어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러면 우리 사회에 보편적 용어로 자리잡고 있는 보수-진보의 개념틀에는 어떤 문제점이 내재되어 있을까.

    첫째, 일반 국민들이 생각하는 진보의 개념과 좌익들이 생각하는 진보의 개념이 다르다.
    일반 국민들은 진보의 개념을 ‘앞으로 나아가다’ ‘변화와 발전을 지향하다’는 식의 사전적 의미로 단순하게 이해하고 있다. 따라서 진보세력은 참신하고 좋은 것이고, 진보세력을 부정하는 보수세력은 퇴보세력이고 수구세력이라는 나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실제 좌익세력들이 의미하는 진보는 사전에서 규정한 의미와 전혀 다르다. 이들이 의미하는 진보는 마르크스 사상에서 출발하고 있다.

    마르크스는 고대노예제사회에서 중세봉건사회로, 중세봉건사회에서 자본주의사회로, 자본주의사회에서 공산사회로 가는 것을 ‘진보’라고 규정하였다. 따라서 북한이나 좌익세력들이 의미하는 진보는 자본주의체제에서 사회주의체제로 변혁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사회주의체제로 가는 것을 거부하고 자본주의체제를 고수하려는 세력이 있다면 이것이 바로 퇴보세력이고 반동세력인 것이다. 따라서 북한 정권 수립과정이나 6ㆍ25전쟁 와중에 자본가ㆍ지주들을 반동분자라는 딱지를 붙여 처형한 것도 사회주의로의 진보를 거부하는 퇴보세력이기 때문에 제거해야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좌익들이 자신들을 진보세력이라고 명명한 것은 일반 국민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 자신들의 세력을 넓히고 보수세력을 퇴보ㆍ반동으로 몰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 국민들은 좌익들이 의미하는 진보 개념을 모른 채 사전적 의미로 해석함으로써 그들의 용어혼란전술에 이용당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보수와 진보라는 개념 짝이 잘못 설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진보란 말은 ‘좋은 상태로 변해 나가는 것’(연세한국어사전) 등 미래를 향해 긍정적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좋은 이미지의 용어이다. 일반 국민들이 진보세력을 생각할 때 그리는 진보의 이미지는 사전에 나오는 ‘진보’의 개념이다. 이러한 개념에서 볼 때 보수-진보의 개념틀은 분명 문제가 있다. 진보(進步)의 반대말은 보수(保守)가 아니기 때문이다. 진보(進步)의 반대말은 퇴보(退步)이며 반동(反動)이다. 보수는 현 체제를 긍정하고 이의 유지ㆍ발전을 위한 온건개혁 성향이며, 진보를 거부하는 퇴보(반동)세력이 아니다. 보수는 현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발전과 개혁을 계속해야 하는 것인데, 진보를 거부하는 것으로 개념화시킨 것도 잘못된 것이다. 대한민국의 보수세력이 과거로 퇴보하기 위해 노력한 세력이라면 어떻게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룰 수 있었겠는가.

    퇴보(반동)세력이란 현 체제에 심한 불만을 가지고 과거로 회귀하려는 세력을 말한다. 현 대한민국 체제에 극심한 실망을 느끼고 과거 군부체제나 조선왕조체제로 되돌아가려하거나 혹은 문명이 싫어 원시사회로 되돌아가려는 세력이 있다면 이들이 퇴보ㆍ반동세력이라 할 수 있다.

    이른바 진보세력들은 보수세력이 ‘진보’를 거부하는 의미를 강하게 하기 위해 ‘수구세력’이라는 용어를 많이 쓴다. 이들은 ‘보수는 옛날 것에 집착하고, 새로운 변화를 싫어하니까 수구 아니냐’라고 주장한다.

    ‘수구(守舊)세력’이라는 용어는 김옥균ㆍ박영효 등 친일(親일본) 급진개혁파가 갑신정변(1884)을 일으키기 전 김홍집 등 집권세력인 친청(親청국) 온건개혁파를 비난하면서 사용하던 용어이다. 쿠데타를 일으키기 위한 명분을 쌓기 위한 측면이 많았다. 김옥균ㆍ박영효 등 친일적인 급진개화파들은 스스로를 ‘개화당ㆍ독립당’이라 하고, 김홍집 등 친청적인 온건개화파들을 향하여 ‘사대당ㆍ수구당’이라고 비아냥거린 것이다. 즉 친일파가 친청파를 보고 ‘사대당’이라고 비난하고, 급진개화파가 온건개화파를 보고 ‘수구당’이라고 비난한 것이다. 김옥균 등 급진개화파는 급기야는 일본군대를 동원하여 이른바 ‘수구파’를 제거하기 위해 갑신정변(1884)을 일으켰다. 즉 수구 논란은 개화파관료 내부의 노선 갈등에서 생긴 것이다.

    이처럼 ‘수구’라는 용어는 정적세력을 비난하기 위한 의도가 내재된 용어인 것이다. 온건개화세력을 개화를 부정하고 과거로 되돌아가려는 세력으로 혹평했기 때문이다. 진보세력이 보수세력을 향해 ‘수구’라는 말을 쓰는 것도 보수세력을 퇴보세력으로 이미지화하기 위한 것이지 실제 보수세력이 퇴보를 지향하고 있는 세력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이렇듯 보수가 진보를 거부하는 퇴보세력으로 규정된 현재 한국내의 ‘보수’와 ‘진보’의 개념은 근본부터 잘못된 개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좌익들의 전략이 적중하여 우리 사회에는 진보에 대한 이미지가 매우 긍정적으로 심어져 있고, 보수에 대한 이미지는 부정적으로 심어져 있다.

    2008년 3월 월간중앙이 실시한 ‘한국 보수세력’에 대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보수세력 지도자들은 존경받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70.3%에 달했으며, ‘앞으로 한국사회를 이끌 세력으로 어느 세력이 더 적절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진보세력을 지목한 응답자가 65.7%로, 보수세력을 지목한 응답자(25.6%) 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이는 보수세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깊이 각인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보수는 실용적인가?’라는 질문에 ‘아니오’가 무려 59.6%에 이르렀다. 이는 보수세력에 대해 개혁ㆍ발전을 거부하는 수구세력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셋째, 보수와 진보를 굳이 분류하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왜 구별하여 사상대립을 시키느냐는 점이다.

    한나라당 부설 여의도연구소가 외부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하여 실시한 사상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수가 1997년 41.5%, 2002년 26.6%, 2007년 30.1%로 변하였다. 진보는 1997년 36.2%, 2002년 41.1%, 2007년 27.1%로 변하였다. 중도는 1997년 22.3%, 2002년 32.3%, 2007년 36.8%로 변하였다. 개략적으로 본다면 국민의 1/3이 진보세력, 1/3이 중도세력, 1/3이 보수세력인 셈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보수ㆍ중도ㆍ진보란 사상적 그룹으로 나누어 갈등할 뚜렷한 근거가 있을까.

    국민들이 생각하는 보수와 진보 개념에 대한 올바른 실체가 있는 것일까. 2008년 3월 월간중앙이 실시한 ‘한국 보수세력’에 대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스스로의 사상 성향을 ‘보수’라고 응답한 국민은 절반 이상이 이명박 정부를 보수정권(57.3%)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사상 성향을 ‘진보’라고 밝힌 응답자의 절반에 다소 못 미치는 비율(44.5%)이 이명박 정부를 진보정권이라고 답하였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국민들은 개인마다 보수와 진보 개념을 다르게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보수와 진보 개념은 국민들의 사상을 그룹화하는 데도 심각한 결함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진보세력 내에는 극단에 위치한 좌익세력과 일부 좌경세력이 대한민국을 부정할 뿐 대부분은 대한민국을 긍정하는 세력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진보세력은 대한민국을 긍정하는 세력으로서 보수세력과 사상적 차이가 크지 않다. 대한민국을 긍정하는 한 서로간 사상적 특성이 조금 다르더라도 충분히 화합하고 상생할 수 있다. 모두가 대한민국을 발전시키는데 필요한 동반자이다. 이른바 보수네 진보네 구분하여 서로 간에 자신은 선이고 타자는 악이라는 대립적 개념을 가지고 갈등하는 것은 매우 소모적인 측면이 강하다.

    2004년 5월 노무현 대통령조차도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보수는 힘센 사람이 좀 마음대로 하자. 경쟁서 이긴 사람에게 거의 모든 보상을 주자. 적자생존 철저히 적용하자. 약육강식이 우주섭리 아니냐 라는 쪽에 가깝다”고 정의하고, 진보는 ‘더불어 살자’ 쪽이라면서 “인간은 어차피 사회를 이루어 살도록 만들어 있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노 대통령이 마음속에 가지고 있던 진보와 보수의 개념 즉 ‘진보는 선이고, 보수는 악이다’라는 도식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보수와 진보의 개념이 처음부터 잘못 규정되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한국서는 뻑하면 진보는 좌파고 좌파는 빨갱이라고 하는데, 이는 한국사회의 진보를 가로막은 암적인 존재다”라고 하여 보수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후 “합리적 보수, 따뜻한 보수, 별놈의 보수 다 갖다놔도 보수는 바꾸지 말자다”라고 주장하였다. 이 언급에 대해 이른바 보수층에서는 ‘보수’를 모독하는 언사라는 비판이 들끓었다. 이러한 보수와 진보 개념은 서로간 상처를 주고 대한민국을 긍정하는 국민들 간에 분열과 갈등을 낳는 부정적 사상일 뿐이다. 이제 진보와 보수의 논쟁을 접고 대한민국을 긍정하는 대한민국세력으로 뭉쳐서,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反대한민국세력(좌익세력)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넷째, 진보세력 내에는 도저히 결합할 수 없는 두 세력이 함께 들어 있는 커다란 약점이 있다. 즉 대한민국을 긍정하는 대한민국세력(약칭 대세)과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反대한민국세력(약칭 반대세)이 함께 혼재하고 있는 점이다.

    대세(대한민국세력)에 포함되는 대부분의 진보세력은 자유민주주의ㆍ자본주의체제의 대한민국을 긍정하면서, 정치ㆍ경제ㆍ사회 제도의 부분적 개혁을 통해 진보를 모색하는 그룹이다. 이들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부정하는 체제변혁적 진보가 아니라 체제 내에서 변화ㆍ발전을 지향하는 이른바 개혁세력인 것이다. 군사정권을 청산하도록 하기 위해 1987년 6ㆍ10항쟁에 참여했던 대다수 386세대 학생들과 시민들이 여기에 속할 것이다. 또한 김대중ㆍ노무현정권을 지지했던 사람들이나, 자신을 진보 성향이라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여기에 속할 것이다. 이러한 건전한 진보그룹은 보수그룹과 함께 대한민국이라는 마차(馬車)를 이끌어가는 두 바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진보세력은 보수세력을 견제ㆍ자극하여 부패와 현실안주를 막고 새로운 변화를 이끄는 역할을 한다.

    ‘진보세력’ 중에는 반대세(反대한민국세력)가 있다. 이들은 진보세력이라는 이름 아래 자유민주주의ㆍ자본주의체제의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사회주의체제로의 변혁을 주장하는 좌익세력이 중심을 이룬다. 이들은 대한민국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방해가 되는 미군세력을 철수시키고,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것을 거듭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좌익세력은 진보세력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대한민국을 긍정하는 건전한 일반 ‘진보세력’과 엄연히 구별되어야 한다.

    다섯째, 진보세력의 주장 중에는 퇴보적인 내용들도 존재한다. 
    진보세력이라고 하는 그룹들의 주장들을 보면, 대한민국의 개혁과 발전을 지향하는 주장도 있지만 대한민국의 체제를 부정하고 북한의 체제적 특성을 나타내는 주장들이 혼재되어 있다. 이는 진보세력내에 대세와 반대세의 그룹이 혼재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반대세 종북좌익세력들은 가난과 인권탄압, 폐쇄적 민족주의, 세습 왕조체제 등 퇴보적인 북한체제를 옹호하고 지향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도 사상으로서의 ‘진보’ 개념에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을 붕괴시키고 가난과 인권탄압의 북한체제, 사회주의체제로의 변혁을 추구하는 반대세(反대한민국세력)가 어떻게 진보세력이 될 수 있는가.

    여섯째, 사상으로서의 ‘진보주의(progressivism)’는 세계에서 통용되는 보편적인 용어가 아니다. 

    한국내 정치사상 전문가인 한국학중앙연구원 양동안 교수는 진보 개념에 대한 문제론을 이렇게 제기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도 사상을 정의할 때 진보(progress) 개념을 별로 사용하지 않으며, 진보(progress) 개념은 한국 내 좌익ㆍ좌경세력이 확산시킨 개념으로 한국에서만 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외국에서는 보수주의(conservatism)ㆍ자유주의(liberalism)란 말이 널리 쓰이고 있다. 미국에서 진보주의(progressivism)란 용어가 사용되지만 사상(이데올로기)을 가르키는 용어가 아니고 개혁운동을 가르키는 용어이다.

    현대 이데올로기들의 발상지인 유럽에서는 보수주의ㆍ진보주의, 보수정당ㆍ진보정당 등의 명칭이 존재하지 않고, 대부분 자유민주주의ㆍ사회민주주의ㆍ민주사회주의 등 사상 실명제를 사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보수주의(conservatism)와 자유주의(liberalism)로 나누어진다. 미국의 공화당은 보수주의를, 민주당은 자유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이를 한국말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자유주의(liberalism)를 진보주의(progressivism) 개념으로 번역함으로써, 마치 미국에서도 보수주의-진보주의 사상 개념틀이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처럼 오인되고 있다. 미국의 보수정당인 공화당 내에도 얼마든지 진보 파벌이 존재하는 것이다. 진보는 보수와 대립 개념이 아닌 것이고 융화적 개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진보를 보수와 대립되는 개념으로 사용함으로써 보수세력이 진보를 부정하는 퇴보ㆍ수구세력이라는 이미지로 심어놓은 것이다.

    일곱째, 진보는 우익(대세) 모두가 지향해야 할 일반적 가치이다.  
    진보와 발전은 인류 사회가 생긴 이래 끊임없이 계속되어온 과정이고, 인류가 모두 함께 써야할 일반 용어인 것이다. 진보는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이 추구할 가치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을 구성하는 모든 주체들이 진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업들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끊임없이 신기술을 개발하려고 머리를 싸매고 있다. 현대는 누구나 끊임없이 문제점을 찾아 개혁ㆍ혁신하고 진보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먹고사는 것도 과거 정부와 국민들이 일체가 되어 진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한 덕분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국민들로부터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많은 인기(약 70% 정도)를 얻고 있는 것도 당시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여 물류를 혁신적으로 개선하고 제철ㆍ조선ㆍ자동차ㆍ반도체 등 국가기간산업을 육성시켜 경제발전을 도모하였으며, 새마을운동 등을 통해 국민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미래 변화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는 등 새로운 발전과 진보를 거듭했기 때문이다.

    정치세력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민주화된 대한민국 정치체제 하에서 어느 정당이든지 진보와 발전을 지향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진보ㆍ발전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좌 편향성을 보이는 세력들이 진보라는 용어를 독점하는 것은 잘못이다.

    4) ‘진보세력’ 개념 사용은 좌익을 도우는 행위
    우리나라 ‘진보세력’ 용어는 좌익세력이 자신들의 反대한민국활동, 사회주의활동을 합리화하고 나아가 일반 대중으로 하여금 자신들의 활동에 동참토록 유도하고 나아가 자신들의 실체를 은폐ㆍ엄폐하기 위한 유효한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한 전술적 개념인 것이다.

    우리나라 좌익ㆍ좌경세력은 자신들을 ‘진보세력’이라고 주장하며 대한민국을 긍정하는 건전한 진보세력 속에 숨어 자신들의 실체를 감추고 있어 정부로부터의 제재를 방어해 왔고, ‘진보세력’라는 이름으로 반보수대연합 등을 주장하여 대한민국을 공격할 수 있는 우군세력을 넓히는 중요한 수단으로 이용해 왔다. ‘진보’ 용어 자체가 앞으로 나아가는 미래 발전적 의미를 담고 있어 대립세력인 보수세력을 퇴보세력ㆍ수구세력으로 몰아가는데 매우 유효한 수단 역할을 한 것이다. 이러한 좌익ㆍ좌경세력의 ‘진보’ 개념 사용전술은 적중하여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보수’보다는 ‘진보’라는 용어에 호반응을 보이고 있고, 국민들의 1/3 이상이 스스로를 진보세력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니 진보 개념을 만든 좌익 입장에서 보면, 흐뭇한 일이 아닐 수 없는 일이다.

    5) ‘보수-진보세력’ 개념 대신 사용할 개념틀
    보수와 진보의 개념을 버리는 대신 대한민국을 긍정하는 대세(좌익)와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반대세(우익)의 개념틀을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대세 안에 있는 세력들을 구분할 때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할 것이다. 호국ㆍ건국세력, 산업화세력, 자유민주화세력 등으로 구분할 수도 있고, 정책이나 주장들의 특성을 추출하여 사상실명제로 하는 표현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양동안 교수는 굳이 보수와 진보 구도를 사용하려면 진보를 변혁이라는 용어로 바꾸어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사회의 자칭 진보세력의 중심부는 기존의 가치ㆍ제도ㆍ체제 등을 바꾸려는 변혁을 추구하는 세력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