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덕혜옹주’ 황실복식 국내 최초 공개

대한제국 비운의 황녀 ‘덕혜옹주’의 복식과 생활용품 50여 점이 최초로 공개됐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가 ‘국외 소재 한국문화재조사’ 사업 일환으로 지난 1992년부터 일본 문화학원 복식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한국문화재 조사 결과를 ‘일본 문화학원 복식박물관 소장 한국문화재’로 발간한 했다.

이 보고서에는 대한제국의 황제 고종의 막내딸인 덕혜옹주가 착용했던 복식과 생활용품도 포함돼 있다.

이 박물관에 소장된 덕혜옹주의 복식으로는 그녀가 착용한 당의·대란치마·스란치마 등의 예복을 비롯해 단속곳·너른바지·두루주머니 등 옹주가 착용하고 사용하던 복식과 주칠화장경대·오얏꽃문장이 시문된 은수저와 금박수저집 등 대한제국기 황실의 복식문화를 엿볼 수 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영친왕과 영친왕비의 복식들과도 필적할 만하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복식박물관에는 덕혜옹주의 유품 이외에도 고대 귀걸이와 단소화한 저고리와 색동하이힐 등 1800년대 후반에서 1900년대 중반까지의 복식유물 등이 포함되어 있어 근대 서구문물의 유입에 따른 복식의 변화과정을 살펴 볼 수 있다.

일본 문화학원 복식박물관은 일본의 복식 교육과 연구를 위한 실물 자료의 수집, 전시를 목적으로 1979년 개관된 곳으로, 1800년대 후반부터 1900년대 중반대의 한국 복식관련 자료가 2백여 점 포함되어 있다.

덕혜옹주의 유품이 이 박물관에 소장되게 된 것은 소 타케유키(宗武志) 백작이 덕혜옹주와 이혼한 후 조선왕실에서 보내었던 혼례품을 비롯해 그녀와 딸 정혜의 한복과 생활품들을 돌려보냈다. 그것을 영친왕부부가 도쿠가와 요시치카 선생이 학장으로 있던 문화학원에 기증해 이후 복식박물관이 소장하게 됐다.

덕혜옹주는 고종황제의 막내딸로 1912년 태어났지만 12살 어린나이로 일본에 볼모로 잡혀가 열아홉살에 일본 대마도주의 후예인 소 다케유키백 작과 결혼했다.

그러나 1945년 일본의 패전으로 인해 생활이 어려워지고 정신분열증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했으며, 또 외동딸(정혜)의 실종으로 곤궁한 생활을 겪은 한·일 양국간의 불행한 역사의 희생자였다. 1962년 국내로 돌아와 창덕궁 낙선재에서 생활하다 1989년에 한 많은 생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