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 시장은 진화의 장으로서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차별화의 장이다. 그래서 시장은 발전을 만들어 내지만 차등도 만들어 낸다.

  • 좌승희 박사 ⓒ 뉴데일리
    ▲ 좌승희 박사 ⓒ 뉴데일리

    시장은 우수한 경제주체를 선택하고 그에 경제적 자원을 집중시켜 그런 우수한 경제주체들의 등장을 증폭시킴으로써 경제의 변화를 주도한다. 이러한 시장의 기능을 차별화기능이라고 한다. 경제는 바로 이러한 시장의 차별화기능을 통해 진화한다. 결국 시장은 스스로 돕는 자만을 돕는 하느님과 같다. 그래서 시장경제의 진화과정은 결과적으로 우수한 경제주체에게 더 많은 경제적 자원을 집중시킴으로써 경제적 불평등을 만들어 낸다. 부자가 더 부자가 되는 과정은 경제의 일상적 현상이다. 따라서 변화를 주도하는 혁신적 주체나 지역에 경제력의 집적과 거점이 형성되는 것이 바로 경제의 진화과정이다. 경제력의 집중과 집적이 강화되지 않고 발전을 도모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발전은 대단히 불균형적 현상이다. 경제에서 모든 부분이 같아지는 균형은 변화의 정지와 영원한 휴식을 의미한다. 발전과정에서 관찰되는 이러한 집적과 집중현상은 발전의 부작용이나 칼 마르크스가 생각하듯이 모순이 아니라 발전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따라서 이러한 현상을 차단하면 발전도 차단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도우는 차별화기능을 통해 우수한 경제주체들을 뽑아내어 시너지의 원천인 무임승차대상으로 키워낼 뿐만 아니라 모두가 이들을 따라 배우게 유도하여 스스로 돕는 자로 탈바꿈시키는 동기부여장치 역할을 한다. 시장은 동반성장의 바탕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경제의 발전은 다 같아지지는 않지만 모두 발전하는 동반성장을 가져온다. 불균형(거점)의 재생산을 통한 균형(여러 거점간의 팽팽한 균형)이 정상이지 모두 같아지는 평등, 균형은 죽음과 영원한 휴식을 의미한다.

    4) 복잡계 경제의 동반발전 원리 :  “흥하는 이웃이 있어야 나도 흥한다.”

    복잡계 경제의 새로운 변화과정은 서로 만남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서로 향유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이웃과의 만남이 중요하며 남에 대한 배려 또한 경쟁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러한 복잡계 경제발전원리로부터 - 상식적이지만 - 대단히 중요한 명제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바로 “수양산 그늘이 강동 팔십리에 뻗친다.”는 옛말로 표현되는 “흥하는 이웃이 있어야 나도 흥한다.”는 명제이다.9) 보다 많은 수양산이 이웃에 있어 인생성공과 발전의 노하우를 강동 팔십리에 퍼트려 온 세상 사람들이 이를 배움으로써 시너지를 향유할 수 있을 때 복잡계의 동반성장이 가능해 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에 따라 수양산을 보다 많이 만들어 내는 사회는 그렇지 않은 사회에 비해 보다 빠른 발전을 이루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인생은 앞선 자를 무임승차해서 나를 키워 나가는 과정이다. 내가 지금보다 더 나아지는 길은 밖으로부터 더 나은 지식과 노하우를 습득하는 길 밖에 없다. 내가 더 나은 남을 만나 배우지 않고 더 나아질 길은 없다. 태어나 부모로부터 배우고 형제로부터 배우고 사회의 선배, 후배로부터 배우고 스승으로부터 배우고 나보다 더 나은 배우자를 만나 서로 배우면서 나를 기워가는 과정이다. 인생만 그런 것이 아니다. 기업은 어떤가? 중소기업이나 창업기업은 성공한 대기업을, 대기업은 세계 일류기업의 경영노하우를 벤치마킹하고, 후진국은 중진국, 중진국은 선진국의 발전 노하우를 벤치마킹하며 자신들의 발전을 만들어 간다. 중소기업과 조립 대기업은 서로가 없으면 존립할 수 없으며 기업생태계는 소멸하게 된다. 자본가와 근로자는 서로 시너지를 공유함으로써 기업을 만들어내고 경쟁력을 창출하며 서로의 만남이 없으면 기업은 만들어 지지 않는다. 자본가 없이는 근로자도 없고 근로자 없이는 자본가도 없다. 지역과 지역, 도시와 농촌은 서로 시너지의 공유를 통해 동반 발전한다. 이 세상은 나와 다른, 보다 나은 상대를 만나 시너지를 나눔으로써 너와 나를 키우고, 서로를 키워나가는 동반발전의 과정이다. 그래서 발전하는 세상은 “흥하는 이웃이 있어야 나도 흥한다.”는 원리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의 대부분은 후발자의 선발자에 대한 무임승차과정이다. 모두가 노하우의 대가를 다 지불하지 않는다.

    5) 수양산 같은 흥하는 이웃은 많이 생기지 않는다. 시장은 실패하며 발전은 일상적인 현상이 아니다. 그래서 기업과 정부도 중요하다.

    논리적으로 시장은 스스로 돕는 자를 우대하여 차별화함으로써 흥하는 수양산을 키워 동반성장을 만들어 낼 수 있지만 현실 시장에서는 수양산이 그렇게 쉽게 등장하지 않으며, 그래서 모든 경제가 다 발전하지도 못한다. 왜 그럴까?
    동반성장은 후발자가 선발자를 학습하여 베낌으로써 가능해 진다. 그러나 인생의 성공 노하우를 베끼는 것은 항상 무임승차를 통해 이루어진다. 시장이란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한 거래관계를 기초로 하는 자원배분장치이다. 따라서 현실의 시장에서 거래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거래당사자가 거래조건에 합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거래조건에 대한 협상이 필요해 지며 이러한 협상과정에는 시간, 노력, 심지어 현금 등의 비용이 수반되며 이를 일컬어 거래비용이라 한다. 거래조건에 대한 합의가 어려워지면 그만큼 더 많은 거래비용을 지불해야 하며 심한 경우 아예 거래가 성립되지 않아 해당 재화나 서비스는 시장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
    노하우나 시너지의 교환은 그에 수반되는 높은 거래비용 때문에 시장거래가 형성되지 못하는 경우이다. 노하우가 무엇인지, 혹은 시너지가 무엇인지 그 값이 얼마이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시장제도를 만들어 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노하우, 시너지는 항상 공기처럼 자유재로 남게 되며 모두가 무임승차를 할 뿐 대가를 충분히 지불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시장에 충분히 공급되지 못한다는 말이다. 여기서 무임승차당하는 훌륭한 수양산들은 그들이 뿌리는 노하우나 시너지의 대가를 충분히 받지 못하여 항상 손해를 보기 때문에 세월이 가면 점차 시장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시장은 실패하게 되고 발전은 아무나 쉽게 일궈내지 못하게 된다. 복잡한 현실 세상에서는 마르크스의 세계관과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앞선 자가 후발자에 의해 “착취당해” 시장에서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일류가 항상 일류로 남아있고 일등이 항상 일등으로 남아 있기는 어려운 것이다. 선발자는 결국 후발자에, 후발자는 또 다른 후발자에 추월당하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다.10)
    여기서 노하우시장, 시너지 시장을 내부화하여 시장의 실패를 치유함으로써 수양산의 성장을 도와주는 기업과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우선 조직으로서 기업은 수직적 명령체계를 바탕으로 해서 모든 내부거래를 협상이 아닌 명령에 의해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온갖 시장흥정(협상) 때문에 발생하는 거래비용을 생략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11) 기업은 시너지나 노하우를 창출하는 거래 당사자들을 모두 조직원으로 흡수하여 협상에 수반되는 시장거래를 기업의 내부거래로 바꾸어 냄으로써 시장에서는 사라질 수밖에 없는 시너지를 조직 내에서 살려 낼 수 있으며 따라서 수양산을 키워내는 일을 시장보다 더 잘할 수 있다. 기업조직은 그래서 시장의 대체 장치가 아니라 보완 장치이다.
    그러나 기업도 또 하나의 경제주체로서 무임승차의 대상이 된다. 성공하는 기업의 경영노하우 또한 시장의 실패로 자유재로 시장에 노출되기 일쑤다. 후발자들의 무임승차와 착취의 대상이 되고 종국적으로는 후발자에 추월당하는 것이 운명이다. 영원한 일등기업으로 남아있기는 어려운 일이다.12) 그래서 세계일류 성공기업들은 저절로 쉽게 생겨나지 않는다. 여기서 또 다른 조직으로서 시장실패를 교정할 수 있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정부는 조직의 하나로서 개인과 기업들이 수양산으로 커 나가도록 제도적으로 도와줌으로써 국가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정부는 개인이든 기업이든 흥하는 이웃들이 홀대받지 않도록, 그래서 더 많은 흥하는 이웃들이 생겨나도록 국가의 제도를 만들어 내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결국은 시장도 그러하지만 기업도 정부도 스스로 돕는 자, 즉 흥하는 이웃을 일류답게 대접하는 차별화원리를 실천함으로써 흥하는 이웃을 키워내어 시장실패를 교정하고 발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세상은 시장과 기업 그리고 정부 모두를 필요로 한다. 그 동안 경제운영패러다임으로서 시장이 중요하냐, 정부가 중요하냐 하는 논쟁은 잘못된 세계관에 기초한 것이다. 조직으로서 기업과 정부가 없는 현실 시장은 없는 것이다. 시장과 조직(기업과 정부)은 서로 대체적인 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장치이다.

    5. 시장기능을 강화하는 차별화가 발전의 전제조건이다.

    복잡한 이 세상의 발전을 위해서는 시장도 중요하고 기업도 중요하고 정부도 중요하다. 이들의 발전과정에서의 역할은 결국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차별화원리의 실천이다. 다른 것을 다르다 하고 다른 만큼 다르게 대접하는 차별화원리의 실천이 바로 복잡한 경제의 변화원리이며 이 원리를 제대로 실천하는 경제, 리더십만이 발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차등만이 발전의 싹을 틔울 수 있다. 그리고 발전은 반드시 차등을 수반한다. 항상 흥하는 이웃을 두어야 나도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역으로 평등은 정체의 길이다. 모두의 평등은 모두 망하는 평등을 만들어 낸다.
    어떠한 정치적 이념도 이러한 복잡한 세상의 현실을 수용하지 못하면 그 이상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결국은 그른 이념으로 전락하게 된다. 그리고 모두를 불행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온다. 향후 민주주의의 이념 또한 이러한 원리에 역행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립되어야 지나친 온정주의, 포퓰리즘으로 인한 또 다른 경제위기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현실 인식하에서 민주주의가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의 한계를 찾아내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그 동안 세계 각국 정부의 경제운영 철학은 실업의 발생과 가난한 취약계층의 출현을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모순으로 간주하는 마르크스적 세계관을 기초로 해서 형성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무슨 희생을 치르더라도 정부가 실업을 해소하고 취약계층을 구제하기 위해 “시장에 개입해서 교정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역할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복잡계 과학은 이러한 세계관, 이념이 잘못되었음을 시사한다. 정부가 실업자, 취약계층을 구제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이 현상을 모순이나 시장실패라고 보지는 않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의 원리에 역행하는 일을 통해 이 일을 수행하기 보다는 시장의 기능을 더 강화함으로써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시장의 기능이란 무엇인가? 시장은 모든 주체를 다 평등하게 취급함으로써 모두에게 고용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하는 주체와 그렇지 않은 주체를 차별화함으로써 모두를 보다 열심히 하게 하는 동기부여장치이다. 이를 통해 고용도 창출하지만 실업도 만들어 낸다. 따라서 정부의 역할이란 시장과 마찬가지로 차별화원리를 실천함으로써 모든 국민들을 동기부여를 통해 일으켜 세우는데 있다. 성공하는 사람을 역차별해서도 안되며 역으로 취약계층을 도움에 있어서도 취약해서 만이 아니라 어려움 속에서도 열심히 노력하는 자에 더 유리하게 지원해야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은 정부가 차별화원리에 충실하는 것만이 20세기 실패한 복지문제를 해소하고 발전의 역동성을 살려내는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