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흥하는 이웃이 있어야 나도 흥한다.”
    좌승희 박사의 ‘대한민국 성공경제학’은 우리의 이웃들과 함께 성공하는 경제론을 담은 책이다.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위한 국가운영전략이란 결국 어떻게 해서 흥하는 이웃들이 넘쳐나게 할 것인가의 전략임을 강조하며, 이것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가 풀어야 할 과제라고 제시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새로운 각도에서 해석함으로써 자본주의에 대한 모순관을 바로잡고, 새로운 자본주의 발전관에 기초하여 경제의 발전과 산업의 발전, 지역의 발전, 나아가 선진국 도약의 길을 보여준다.
    뉴데일리는 좌승희 박사의 ‘대한민국 성공경제학’을 저자의 동의를 얻어 연재한다.
    UCLA 경제학박사인 좌 박사는 미 연방준비은행 이코노미스트와 KDI 선임연구위원, 한국경제연구원장을 역임하고 서울대 경재학과 겸임교수와 경기개발연구원장을 맡고 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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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승희 박사 ⓒ 뉴데일리
    ▲ 좌승희 박사 ⓒ 뉴데일리

    동서양의 근대화의 갈림길이 된 산업혁명은 왜 중국이 아니라 영국에서 일어났을까? 최근 그레고리 클라크(Gregory Clark)라는 경제사학자는 이 문제에 대한 흥미로운 가설을 제시하고 있다. 영국은 산업혁명기간(1760-1860)이전의 1200년대 이후 기간에 걸쳐 인구증가가 느리면서 경제적으로 성공을 거둔 교육수준이 높은 귀족 등 부유층의 출산율이 일반계층에 비해 더 높았던 반면 중국의 경우는 인구증가가 월등 높았을 뿐만 아니라 그 증가가 교육 수준이 낮은 중산층 이하의 일반계층에 집중되었기 때문이라 하였다. 이로 인해 영국에서는 사회전반에 걸쳐 중산층 이상 자녀들의 사회계층구조상의 하향이동이 일어나면서 중산층의 경제적으로 유리한 가치가 전사회적으로 퍼져나가면서 사회의 문화유전자화된 반면, 중국의 경우는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없었기 때문이라 하였다. 경제발전에 친화적인 이념이 전 사회적으로 퍼져나갈 수 있었던 영국은 산업혁명을 이루었지만 그렇지 못했던 중국은 생산성 증가를 상회하는 인구증가로 말사스적 함정을 벗어날 수 없었다는 것이다.1)
    클라크의 주장은 결국 사회가 흥하는 이웃으로 넘쳐야 발전할 수 있다는 명제인 셈이다. 흥하는 이웃이 있어 다른 이웃들이 그 문화유전자를 따라 복재하고 너도 나도 흥하는 이웃으로 태어날 수 있어야 너도 나도 모두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혁명이 중국이아니라 영국에서 일어난 이유는 영국에는 흥하는 이웃의 유전자가 중국에 비해 더 빠르게 퍼져나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훌륭한 이웃이 없이 너도 나도 사회도 발전할 수 있는 길은 세상에 없다는 것이다. 나보다 더 훌륭한 이웃을 두고 그로부터 더 배우지 않고 내가 한 발짝이라도 더 발전할 수 있는 길은 없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왜 우리는 항상 좋은 사람, 좋은 이웃만을 찾아 나서는가? 배우자를 선택함에 있어서도, 친구를 사귐에 있어서도, 이웃을 사귐에 있어서도, 이사를 감에 있어서도, 시장에서 거래처단골을 정함에 있어서도 우리는 항상 아무렇게나 선택하지 않고 마음에 맞는 훌륭한 사람과 지역과 회사만을 선택한다. 아무나 평등하게 취급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는 자기 마음에 드는 이웃들을 찾아 세상 사람들을 차별하고 있는 것이다. 왜 일류학교를 선호하고 일류 기업을 선호하고 일류지역을 선호할까? 모두다 결국 훌륭한 이웃과 반려자들을 찾기 위함인 것이다. 왜 그럴까? 이를 통해 인생의 성공 노하우를 서로 나누고 성공의 문화유전자를 공유하기 위함인 것이다. 나보다 훌륭한 배우자를 두면 나도 가문도 발전하고 나보다 훌륭한 이웃과 벗과 동창을 두면 내가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인 것이다. 흥하는 사람의 주위에는 항상 흥하는 이웃이 많고 역으로 흥함이 없는 이웃의 주위에는 역시 흥함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인생은 남을 따라 배움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생은 무임승차이기도 하다. 태어나 부모한테 공짜로 키움을 밭고, 형제자매로부터 공짜로 배우고, 사회로부터, 스승으로부터, 친구로부터, 역사의 선각자로부터 인생의 성공노하우를 공짜로 배운다. 이 과정이 바로 문화유전자의 전파과정이다.
    영국의 산업혁명은 영국에만 머물지 않았다. 영국의 발전 노하우는 독일과 불란서 등 대륙 국가들이 공짜로 훔쳤다. 미국은 그냥 훔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아예 통째로 영국을 옮겨 다 놓고 선진화를 이뤘다. 서구의 선진화는 서구 다른 나라들이 영국에 무임승차하는 과정이었다. 그 뿐이 아니다. 동양의 끝, 일본은 영국은 물론 독일을 무임승차해서 동양에서 제일 앞선 선진화를 이뤘다. 이제 영국의 시대가 가고 미국의 시대를 거쳐 G-20의 시대가 왔다고들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나? 발전은 성공노하우의 무임승차과정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노하우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용들이 무임승차하고, 이제 중국이 한국에 무임승차하고, 브라질, 인도가 한국, 중국을 무임승차하고 있다. 흥하는 이웃이 있어 나도 흥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선진국들이 후진국들을 착취한다하지만-물론 그런 역사가 있고 힘의 논리에 의해 그런 일이 또 벌어질 수 있지만- 그들의 성공노하우를 무임승차함이 없이 후진국들이 한 발짝이라도 더 도약할 수 있는 것일까? 놀라운 것은 후진국들을 착취한다고 온갖 수단을 동원하던 선발국들이 결국은 하나 둘 추월당하고 그것도 바로 그 착취대상에 의해 추월당하는 일이 벌어진다. 영국 식민지였던 미국이 영국을 추월하고 일본에 핍박받은 한국이 아마 멀지 않아 일본을 추월하지 말란 법이 없고, 한 때 영국 등 열강에 침탈당했던 중국이 이제 G-2라고 큰 소리치고 조만간 인도가 종주국이었던 영국을 추월하지 말란 법이 없는 것이다. 인류 문명사에 한번 일류라고 영원히 일류국가의 지위를 누린 예는 없다.
    오늘날 삼성은 IT부문의 세계최고의 강자로 등장했다. 삼성의 성공노하우는 어디서 왔을까? 삼성의 성공역사는 -다소의 과장이 되겠지만- 소니 등 일본전자산업계의 노하우를 무임승차하는 과정이었다. 10여 년 전만해도 삼성은 소니의 뒤를 따라갔다. 그러나 이제 삼성은 소니를 뛰어넘어 세계제일의 위치에 섰다. 그러나 어려운 시절은 이제 부터일 것이다. 국내에서는 사회적으로 반대기업 정서 때문에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국내 모든 기업들은 물론 전 세계 내로라고 하는 기업들이 삼성의 경영노하우를 무단복재하여 무임승차하고 있으니 일등을 지켜내기가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이제 삼성은 전 세계 전자업계의 무임승차대상이 된 것이다.
    이 세상의 일류는 개인이든 기업이든 지역이든 국가든 문명이든 문화유전자의 무단복재과정을 통해 언젠가는 그 자리를 무임승차자에게 내 줄 수밖에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그러나 이 과정을 통해 흥하는 이웃의 노하우가 모두에게 전파되고 그래서 모두가 동반발전하는 것이 이 세상의 이치이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이 주장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발전원리이다. 
    우리 모두는 그래서 인생의 무임승차자, 혹은 무단복재자이다. 그럼 우리가 무임승차 혹은 무단 복재할 흥하는 이웃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선진국이라는 사회에는 흥하는 이웃들이 넘치는데 후진국이라는 사회에는 흥하는 이웃이 별로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무임승차를 하고 싶으나 무임승차할 대상이 없으니 너도 나도 사회도 더 높은 단계로 도약하기 어려운 것이 후진국의 현실이다. 흥하는 이웃은 그렇게 쉽게 어디에서나 넘쳐나는 것이 아님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다면 흥하는 나라와 어려운 나라가 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위한 국가운영전략이란 결국 어떻게 해서 흥하는 이웃들이 넘쳐나게 할 것인가의 전략인 셈이다. 바로 이것이 선진국을 지향하는 모든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가 풀어야할 제일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 책에서 바로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