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도 어김없이 월드컵을 보던 중 심장마비로 추정되는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월드컵 시청 주의보'에도 이 같은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무엇보다 자야 할 시간대의 불면과 긴장이 건강에 치명타를 불렀기 때문이다. 순간적으로 혈압이 치솟는 `혈압 변동성'이 나타나 뇌졸중, 심근경색 같은 심혈관 사고의 단초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야외 응원 중 장맛비라도 맞게 되면 체온 조절에 난항을 겪으면서 이런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더욱이 이제 남은 경기는 지금까지와 달리 새벽 3시30분에 열리는 만큼 주의가 더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 혈압 변동성? 순간 고혈압이 뭐길래 = 혈압 변동성은 말 그대로 혈압이 들쭉날쭉 변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동맥 내 혈압은 24시간 동안 최대 50~60㎜Hg정도 오르락 내리락 한다. 그런데 이런 혈압 변동성은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 발생의 주요 예언자다.
    최근 미국심장학회(ACC)에서 혈압 변동성에 주목한 대규모 분석 결과가 나왔는데 혈압 변동성은 평균 혈압이 얼마냐에 관계없이 뇌졸중을 예견하는 요소임이 밝혀졌다.
    최고 혈압이 120㎜Hg이상을 기준으로 혈압 변동성이 40㎜Hg 이상 나타난 사람은 뇌졸중 위험이 6배였다. 혈압 변동성은 `24시간 활동 혈압 측정(ABPM)'으로 알아볼 수 있다.
    ◇ 혈압 변동성 높이는 세가지..흥분ㆍ불면ㆍ피로한 아침 = 혈압 변동성은 특히 흥분, 불면, 아침의 영향이 가장 크다.
    이중 흥분 또는 긴장은 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코티솔) 분비를 증가시켜 혈관을 수축하게 한다.
    불면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수면학회지에 발표된 연구결과를 보면 질이 낮은 수면이나 불면은 스트레스호르몬 분비 및 교감신경 활성도를 크게 해 고혈압을 일으킨다.
    이와 함께 인체는 잠에서 깨는 아침에 혈압이 급상승하게 프로그램돼 있다. 예컨대 흥분이나 질이 낮은 수면 후, 불면 후, 아침 시간에 혈압 변동이 가장 커질 수 있으며, 이게 뇌와 심장 혈관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심혈관계 사고 위험이 커지는 것이다.
    고령, 당뇨, 과거 심혈관계 병력 질환자는 혈압 변동성 위험이 더 큰 만큼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 미리 흥분하면 위험이 줄어든다 = 본격적인 응원의 순간, 흥분에 따른 혈압 급상승 위험을 낮추려면 경기 시작 전에 체온을 끌어올려 주는 게 좋다.
    예열 활동을 통해 혈관이 서서히 확장되면 갑자기 혈압이 상승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이때는 가벼운 몸풀기 체조가 도움이 된다. 팔다리를 쭉쭉 펴는 스트레칭이나 몸통을 휙휙 돌리는 맨손 체조 5분이면 충분하다. 여기에 제자리 뛰기 5분 정도를 더해주면 금상첨화다.
    만약 야외응원을 계획 중이라면 장맛비로부터 체온을 지키는 데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비를 맞으면 말초혈관이 수축되고 체내의 수분 배출이 억제돼 혈압이 급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에 대비해 우의 등을 꼭 챙기고 혹시 옷이 젖었을 때는 즉시 마른 옷으로 갈아입도록 한다.
    ◇ 낮잠도 좋다..어떻게든 6시간을 자라 = 앞서 언급한 수면학회지의 연구결과를 보면 고혈압 발병 경보의 기준 수면 시간은 6시간이다.
    이보다 적게 자면서 평소 불면증이 있는 사람은 고혈압 발병 위험이 3.5배 더 높았다. 불면증이 아니라도 가벼운 수면장애가 있는 사람 역시 고혈압 위험이 컸다. 반면 하루 최소 6시간 잠을 잘 자면 고혈압 위험으로부터 안전했다.
    따라서 짬짬이 자는 것보다는 6시간을 숙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우선이다. 가능하다면 가급적 조용하고 어두운 공간에서 자는 게 숙면을 도울 수 있다. 하지만, 이게 어렵다면 낮잠으로라도 모자란 잠을 보충해야 한다.
    ◇ 아침이 더 위험하다 = 밤샘 경기 관람 후 쪽잠을 자고 다시 기상하는 오전 7-8시에 특히 혈압 변동성을 조심해야 한다.
    기상 직후 심장 운동량이 많아져 평소보다 혈압이 10~20% 높아지기 때문이다. 고혈압 환자는 이 시간대 심혈관 사고 발생이 집중되기 때문에 혈압 변동성 관리에 더 철저해야 한다.
    쪽잠이라도 이불을 제대로 덮고 자 체온 유지에 신경써야 한다. 갑작스런 움직임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이부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지 말고 손발을 조심스럽게 움직이면서 일어나는 게 좋다.
    또한 일과 준비도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해야 한다. 고혈압 약을 복용중인 사람이라면 먹고 있는 약이 혈압 변동성 조절에도 효과가 있는지 의사와 미리 상담토록 한다.
    이와 함께 경기 시간에는 술과 담배를 피하고, 24시간 활동 혈압 측정계나 가정용 혈압계를 이용해 흥분시 높아진 혈압을 확인하는 것도 혈압 안정을 꾀하는데 도움이 된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