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 군중심리에 이끌리는 성향
    인간이면 누구나 타인을 의식하고 같이 행동하려는 군중심리에 이끌리는 경향이 있다. 자신이 혼자 모든 것을 알고 결정할 수 없기 때문에 타인의 결정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군중심리도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있는 두드러진 성향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2008년 미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에서도 시위대의 행동들은 군중심리에 유도된 측면이 많았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우리 국민들은 자신의 의사와 행동을 결정할 때 다른 사람들의 의사와 행동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 옛 속담에도 “거름 지고 장에 간다”는 말이 있다. 밭에 가려고 지게에 거름을 진 사람이 다른 사람들을 따라 시장에 간다는 것은 군중심리에 이끌리는 특성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속담이다.

    옛 부터 ‘중국인은 음식을 중시하고 한국인은 옷(衣冠)을 중시하였다’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속담에도 ‘옷이 날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옷은 실용적 측면도 있지만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목적도 있다. 옷을 중시했다는 것은 실용 보다는 남의 눈을 의식한 외형을 중시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2002년 월드컵때 600만명이나 되는 많은 사람들이 서울시청앞 광장 등 전국 곳곳에 모여 “대~한민국” “오 필승코리아” 등을 외치며 월드컵을 즐겼다. 한국인들의 ‘붉은 악마’ 응원단의 모습을 보면서 ‘한국인들이 이렇게 축구를 좋아할 줄 몰랐다’고 판단한다면 큰 오산이다. 월드컵 이후 K리그 축구경기장은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2002년 월드컵 때 ‘붉은 악마’의 세기적 응원 모습은 월드컵 4강에 오른 축구선수들의 선전에 기인한 것이지만 세계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우리의 멋있는 모습을 세계인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성향에 기인한 측면도 있었다고 본다.

    외형을 중시하는 우리의 문화는 고쳐야 할 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그러나 21세기 즉 문화의 세기에 한국을 문화강국으로 성장시키는 동력이 되는 장점도 있다. 한국의 한복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옷으로 평가받고 있고, 서울 동대문시장 등이 세계적인 의류시장으로 성장한 것도 한국인의 색채, 미적 감각이 낳은 결과로 여겨진다. 휴대폰 등 디자인이 중시되는 제품이 세계를 주름잡는 이유도 외형을 감식하는 우리 국민들의 까다로운 눈을 통과하는 검증과정을 거쳤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인에게 통하면 바로 세계인에게 통한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제품의 가치는 기능 보다는 포장·외형이며, 디자인이다. 감성·예술적 취향이 강한 우리민족은 21세기 문화의 세기에는 더욱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한편 남에게 보여 지는 것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외형을 중시하는 성향은 부정적 측면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내가 어떻게 하겠다는 소신에 따르기 보다는 그저 남을 따라하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영어를 가르쳐야 한다더라’ ‘요즘 어느 유치원·학원이 좋다더라’ ‘어떤 책이 좋다더라’ 등등의 소문이 돌면, 어머니들은 마음이 급해진다.

    너도 나도 ‘우리 아이들이 남들보다 뒤떨어지는 것은 아닐까’하는 급한 마음에 남들을 따라간다. ‘부동산 값이 오른다’ ‘어떤 아파트·주상복합·오피스텔이 돈 된다’는 소문이 돌면, 분양 신청을 하기 위해 수백m에서 수km씩 장사진을 치고, 텐트에서 밤을 새는 모습이 언론에서 심심찮게 보도되었다. 언론에서는 남이 하면 너도 나도 따라 투자하는 기법을 ‘묻지 마 투자’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처럼 남이 하면 따라하는 군중심리가 우리에게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미국쇠고기 촛불시위에서도 이러한 국민 성향이 크게 작용하였다. MBC-PD수첩의 보도를 본 후 흥분한 학생들과 시민들이 휴대폰으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촛불시위에 동참하였다. 이러한 이슈에 내가 동참하지 못하면 왕따 당하는 느낌을 가진 듯 군중심리에 따라 촛불을 들고 거리를 나선 측면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