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초, 이집트 최초의 석조건축물

    멤피스에서 대추야자나무가 서 있는 좁은 길을 따라 서로 2㎞쯤 가면 고대 이집트의 최대의 공동묘지 사카라Saqqara가 나온다.
    사카라라는 지명은 매의 머리를 가진 죽은 자의 신 소카르Socar에서 유래되었다.
    지명 자체가 무덤을 가리킨다.
    나일 강 서안의 녹지대와 사막지대의 경계에 자리한 사카라는 그 넓이가 남북으로 6㎞, 동서로 1.5㎞나 된다. 왕도 멤피스의 몇 개의 네크로폴리스 중에서 가장 크고 가까이 있는 무덤지대이다.

    그곳에 파라오·왕족·귀족들의 마스타바 피라미드 유적이 산재해 있다.
    그 중 대표적 유적이 4천 7백여 년 전에 만든 계단 피라미드Step Pyramid이다.
    사카라의 사막 한 가운데 솟아 있는 계단 피라미드는 고왕국 제3왕조의 파라오 조세르가 만든 것으로 세계 최초의 석조건축물이며 이집트 최초의 피라미드이다.

    4700년전 4방 100m 넘는 돌탑 무덤

    조세르는 파라오의 왕권과 중앙집권체제를 강화하고 시나이 반도와 누비아까지 영토를 확장하여 고대 이집트 왕조의 기틀을 닦고 국력을 튼튼하게 한 파라오로 알려져 있다.
    계단 피라미드를 만든 것은 뛰어난 재능을 가진 건축가이며 의사이기도 한 그의 재상 임호테프였다. 신왕국시대에 고대 이집트인들은 그를 멤피스의 창조 신 프타의 아들로서 신격화하여 숭배했다.

    계단 피라미드는 거대한 마스타바 6개를 포개서 쌓아 올려 만든 새로운 모양의 파라오의 무덤이다. 기자의 피라미드는 태양광선을 상징하고 있으나 계단 피라미드는 죽은 파라오의 혼이 하늘로 올라가는 계단을 상징하고 있다.
    높이 59m에 밑변의 길이가 동서로 121m, 남북으로 109m나 되는 큰 피라미드이다.
    널방은 지하 28m에 위치해 있다. 파라오의 무덤을 영원히 보존하기 위해 처음으로 돌로 만들었다.
    계단 피라미드는 장제전과 함께 피라미드 복합체를 이룬다. 이 복합체는 남북으로 545m, 동서로 277m이며, 높이 10m의 붉은 석회석 담 벽으로 둘러 싸여 있다.
    담 벽에는 열세 개의 가짜 출입문과 남쪽 끝에 한 개의 진짜 출입문이 있다.
    건물의 입구처럼 보이는 신전 입구를 들어서면 높이 6.6m의 기둥 20개가 나란히 서 있는 기둥복도가 나온다.
    기둥복도를 나서면 안마당이 나오는데 그 동쪽에 헤브·세드 신전이 있었으나 지금은 기둥 3개만 남아 있다.

  • ▲ 계단 피라미드와 세드 신전(사카라). <필자 이태원 찍음>
    ▲ 계단 피라미드와 세드 신전(사카라). <필자 이태원 찍음>



    코브라는 왕조의 수호신

    안마당에서 헤브-세드Heb-Sed, 즉 왕위갱신제라고 불린 세드 축제Sed Festival가 열렸다.
    파라오가 즉위하고 30년째 되는 해에 첫 세드 축제를 가졌고 그 뒤로 3년에 한 번씩 가졌는데 람세스 2세는 67년 동안에 10번을 가졌다.
    세드 축제는 나일 강의 범람이 끝나고 새싹이 돋아나는 겨울계절의 첫 달, 첫째 날에 열렸다.
    안마당의 중앙에 석회암으로 된 국경을 상징하는 두 개의 반월형 표적이 있다.
    바로 그곳에서 파라오가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통치를 해왔고 앞으로도 더 통치를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하는 행사를 거행했다. 행사 때 파라오는 상 이집트와 하 이집트의 파라오로서 반월형의 표적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달리기 의식」을 했다.

    안마당의 서쪽에는 코브라가 장식되어 있는 벽의 일부가 남아 있다.
    코브라는 왕조를 지켜주는 신성한 뱀으로 하 이집트의 수호자인 여신 와제트의 화신이었다. 헤브·세드 신전의 북쪽, 계단 피라미드의 정면에 「남쪽 집」과 「북쪽 집」이라고 불리는 건물이 남아있다. 계단피라미드의 북쪽에 자리한 장제전에는 기둥이 줄지어 있고 맨 안쪽에 자리한 제단에 파라오 조세르의 좌상이 안치되어 있었다.

    이집트 최초의 장제문서

    계단 피라미드의 남동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허물어져 언덕처럼 보이는 피라미드가 있다.
    이것은 고왕국 제5왕조 최후의 파라오 우나스의 피라미드이다. 계단 피라미드를 만들고 300년 뒤에 만든 이 작은 피라미드의 안벽에 이집트 최초의 장제문서葬祭文書 funerary texts가 녹색의 히에로글리프로 깨알같이 새겨져 있다.
    「피라미드 텍스트Pyramid Texts』라고 불리는 이 장제문서는 이집트에서 가장 오래된 장제문서이다. 죽은 파라오의 미라를 묻을 때 내세에서 무사히 부활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신관이 기원한 주문을 새겨 놓은 것이다. 이것이 발견된 장소가 피라미드라고 해서「피라미드 텍스트」라고 부른다.

    「피라미드 텍스트」 는 파라오 테티·페피 1세·페피 2세의 피라미드에도 있다.
    장제문서는 이집트에서 미라를 무덤에 안치할 때 죽은 자의 재생·부활·영생을 신관이 기원하면서 불렀던 주문을 모은 주술집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주문이 모두 1천 개가 넘는다.

    중왕국시대에는 관의 뚜껑이나 관 속에다가 그리거나 새겼기 때문에 「코핀 텍스트」라고 불렀다.
    신왕국시대에 들어와서는 파피루스 두루마리에 그리거나 써넣었으며 「사자의 책」 이라고 불렀다. 그 밖에 「암두아트의 책Amdua Book」, 「문의 책Book of Gates」, 「동굴의 책Book of Caverns」, 「낮의 책Book of Day」, 「밤의 책Book of Night」, 「라의 탄원시Litany of Ra」, 「거룩한 암소의 책Divine Cow Book」, 「아케르의 책Book of Aker」 따위 많은 장제문서가 있다.
    이들 장제문서는 파피루스의 두루마리에 써서 관과 함께 묻거나 주요 내용을 발췌하여 무덤의 벽에 그림이나 히에로글리프로 묘사했다. 주로 죽은 자가 최후의 심판을 받고 내세에 가는 데 필요한 주문들이다.

    33개 방 벽마다 시민들 생활풍속도

    우나스 피라미드의 북서에 제5왕조 초대 파라오 우세르카프의 피라미드, 북동에 히에로글리프로의 장제문서가 새겨져 있는 제6왕조 파라오 테티의 피라미드가 있다.
    테티의 피라미드 옆에 33개의 방이 있는 재상 메레루카Mereruka의 마스타바가 있다. 방마다 벽에 서민들의 생활모습을 담은 채색 돋새김이 유명하다.

    흥미로운 무덤은 계단 피라미드의 남서 500m에 있는 세라페움Serapeum이다.
    이는 신왕국 제18왕조의 아멘호테프 3세 때 만들어 프톨레마이오스시대까지 사용한 창조신 프타의 신수 아피스의 무덤이다. 프타 신전에서 사육한 신우神牛가 죽으면 파라오처럼 성대하게 장례식을 치르고 미라를 만들어 화강암 관속에 넣어 이 무덤에 안치했다.
    석관의 무게가 70t이나 되었다. 이 무덤에서 28개의 황소의 미라가 발견되었으나 한 개만이 온전한 상태로 남아있었다. 현재 이 황소의 미라는 카이로의 농업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들이 죽으면 가장 묻히기를 원했던 네크로폴리스가 사카라였다.
    죽은 파라오들이 조용히 이곳에 잠들고 있는 사카라의 사막에서는 지금도 유적의 발굴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도서출판 '기파랑'이 펴낸 <이집트의 유혹> guiparang.com 02-763-8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