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보련 강남을지병원 성장학습발달센터 교수 ⓒ 뉴데일리
    ▲ 이보련 강남을지병원 성장학습발달센터 교수 ⓒ 뉴데일리

    이 모(35․경기도 성남시)씨는 초등학교 1학년인 큰 아들이 몇 년 전부터 머리가 아프다고 해 최근 병원을 찾았다. 이모씨는 아들이 5살 무렵부터 종종 머리가 아프다고 했지만, 동생에게 더 신경을 쓰는 엄마의 관심을 끌기위한 꾀병이라고 생각했다. 꾀병(?)을 유독 심하게 부리는 날엔 대수롭지 않게 두통약을 먹이기도 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도 두통을 종종 호소하며 결국 결석까지 하게 된 이 모씨의 아들은 진단 결과 불안심리로 인한 만성두통을 앓고 있었다.

    10세 미만의 소아기, 11세~20세 미만의 청소년기의 두통은 그 증상이 성인과 달라 발견하기 쉽지 않다. 또 대부분의 부모는 두통을 성인만의 질환으로 여겨 자녀가 두통을 호소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소아기의 약 25%, 청소년기의 약 75%이상(출처 :  '두통학', 대한두통학회)이 두통을 호소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학교를 결석하는 등 학습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이 모씨의 자녀처럼 부모나 주위의 시선을 끌 목적으로 두통을 호소하는 아이들이 종종 있지만,  편두통, 뇌막염, 뇌종양, 두개내압상승, 만성 납중독 같은 기질적인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닌지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그 밖에도 심리적 요인, 스트레스 또는 눈의 굴절 이상, 사시, 부비동염이나 치아의 부종교합 등 소아청소년기 두통의 원인은 다양하다.

    소아에서 주로 나타나는 편두통은 성인과 그 증상이 매우 다르다. 성인의 편두통은 주로 한쪽만 나타나는 일측성인 반면 소아는 양측성이 흔하다. 즉, 편두통이 양쪽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다 청소년기를 지나면서 점차 성인과 비슷한 일측성 두통양상이 뚜렷해진다. 두통의 지속시간도 성인이 4시간~72시간인데 비해 소아청소년기에는 30분~72시간으로 짧다. 또 성인에서는 두통이 심할 때 주로 빛공포증(눈앞에 번쩍번쩍 하는 불빛이 보이는 증상)이나 소리공포증(소리가 조금만 커도 신경이 곤두서는 증상)을 겪게 되지만, 소아에서는 이러한 조짐증상이 흔하지 않고, 구역 및 구토, 복통 등의 위장증상이 보다 뚜렷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머리가 아프다고 하면서 평소와 달리 잘 먹지 않고, 좋아하던 놀이에도 관심이 없으며, 누워서 잘 움직이지 않으려는 등의 행동을 보이면 증상의 심한 정도와 동반 증상을 파악할 수 있다.

    소아의 편두통은 지속시간이 짧기 때문에 두통의 급성기 약물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휴식을 취하면서 찬물수건을 대거나 타이레놀이나 부루펜과 같은 단순 진통제를 복용해 임시 조치를 취한다. 그러나 진통제도 습관적으로 복용하다 보면 오히려 만성 두통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또 소아편두통은 상당수가 성인기까지 지속되고 일부는 매일 비슷한 시간대가 되면 두통이 시작되는 만성매일두통으로 변형된다. 청소년기로 갈수록 수면부족, 스트레스 등이 더욱 심화되고, 약물 오남용을 하는 기회가 많아지게 되므로 보다 적극적인 관찰과 예방이 필요하다.

    두통의 원인으로 스트레스, 수면부족, 불규칙한 식사, 두부손상, 월경, 초콜릿, 치즈, 오렌지, 핫도그, 콜라 등에 포함된 아스타팜, 아이스크림, 커피, 카페인 또는 지방이 많은 음식 등을 꼽을 수 있다. 또 소아기 편두통은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이에 대한 확인이 더불어 필요하다. 특히 일부 두통 환자는 불안과 심리적인 스트레스 요인에 의해 나타나므로, 정신과적 평가를 통해 잠재된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정환경의 문제, 심한 우울증세, 약물 남용이 있는 소아와 청소년은 가족과 함께 정신과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두통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거나 두통 발작시 비정상적인 신경학적 징후(마비, 보행이상, 감각이상 등)를 보이거나, 자다가 두통 때문에 깨거나, 기침 때문에 두통이 유발되거나 성장지연, 학습장애, 성격 변화를 동반하는 경우,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경우 등 보호자가 판단하기 쉽지 않은 경우 의사의 정밀 진찰 및 치료가 필요하다.

    소아청소년기의 두통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면과 혈당의 급격한 변화를 피하기 위한 규칙적인 식사와 충분한 수분 섭취로 두통을 예방하고, 밝은 섬광 불빛, 과도한 일광노출과 육체운동, 시끄러운 소리, 피로, 차멀미 등 두통을 유발할 수 있는 환경을 피하는 것이 가장 좋다.


    도움말 : 이보련 | 강남을지병원 성장학습발달센터 교수

    문의 : 02)3438-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