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미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의 전개과정

    미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는 2008년 4월 29일 MBC-PD수첩이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한 직후인 5월 2일 처음 일어났다. 5월 13일 MBC-PD수첩이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2편” 을 방영하는 등 반미감정을 증폭시키면서, 촛불시위는 더욱 격화되었다. MBC-PD수첩의 내용은 선동적인 측면이 있었고, 사실 왜곡이 심했음이 점차 드러났다.

    시청자들은 처음에는 MBC-PD수첩의 보도내용을 사실로 인식하고 ‘국민의 건강을 무시한 정부’의 처사에 분노하였던 것이다. MBC-PD수첩의 내용을 보고도 미국 쇠고기가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할 사람은 거의 없었다. 광우병 위험이 큰 ‘미국산 쇠고기’를 무작정 수입하려는 정부에 분노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중·고 학생 및 일반 시민들은 물론 초등학생들까지도 촛불을 들고 시위에 동참한 것이다.

    그러나 MBC-PD수첩의 보도 내용에 왜곡이 심했음이 점차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2008년 6월 12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MBC-PD수첩에서 인간광우병(vCJD) 환자인 것처럼 보도한 아레사 빈슨의 사망 원인이 인간광우병이 아닌 크로이츠펠트 야콥병(CJD)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로부터 MBC-PD수첩의 방송을 보고 흥분하여 참가하였던 일반시민들의 참여율이 줄어들기 시작하였다.

    6월 23일 검찰이 MBC-PD수첩에 대해 수사에 착수하였다. 6월 25일에는 MBC-PD수첩 제작에 참여했던 번역작가 정지민씨가 “주저앉은 소를 광우병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왜곡”이라는 글을 MBC-PD수첩 홈페이지에 올림으로써 MBC-PD수첩의 왜곡보도가 의도적이었음이 밝혀졌다. 이로 인해 미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에 대한 시민들의 참여는 급격히 줄어들었고, 일부 극렬세력들에 의해 주도되는 반미·반정부 폭력시위로 성격이 변해갔다. 결국 정부가 폭력시위 주동자들을 적극적으로 검거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면서 정국을 강타하던 촛불시위는 소멸단계로 들어갔다. 


    2. MBC-PD수첩의 왜곡 보도 내용

    2008년 미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의 촉발 계기가 된 MBC-PD수첩은 어떤 내용을 보도했고, 내용에는 어떤 왜곡이 있었을까. 

    MBC-PD수첩은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라는 프로그램을 4월 29일과 5월 13일에 방영하였다. 두 번에 걸친 MBC-PD수첩의 내용은 사실왜곡이 심했다. MBC-PD수첩의 왜곡 보도를 수사한 검찰은 “4월 29일 방영한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의 핵심 대목 19곳이 실제 취재내용과 다르게 왜곡되거나 의도적으로 편집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힐 정도였다.

    2009년 3월 MBC-PD수첩 관련자들의 이메일을 압수수색했던 검찰에 따르면, “방송 내용 가운데 처음부터 번역이 잘못돼 방송된 부분도 있고, 제대로 번역이 됐다가 하루 전 다른 내용으로 바뀐 부분도 있으며, 심지어 방송 3시간 전에 당초 번역본과 다르게 고쳐진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MBC-PD수첩은 어떤 내용을 왜곡한 것일까.
    첫째, 동물학대로 주저앉은 ‘다우너 소(downer cow)’를 광우병 소인 것처럼 오인케 한 점이다. 다우너(downer) 소는 골절이나 질병·노화·동물학대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일어서지 못하는 소를 말한다. MBC-PD수첩은 동물학대로 일어서지 못하는 소를 자료화면으로 거듭 사용함으로써 그 소가 광우병에 걸린 소인 것으로 오인케 하였다.
     
    둘째, MBC-PD수첩은 아레사 빈슨의 사망 원인에 대해 당초 CJD(크로이츠펠트 야콥병)로 번역되어 있었는데, 방송 당일 v를 추가하여 vCJD(인간광우병)로 보도하였다. CJD(크로이츠펠트 야콥병)는 치매증상을 보이는 광범위한 병증을 지칭하는데, vCJD(인간광우병)는 극히 일부일 뿐이다. CJD(야콥병)로 죽은 아레사 빈슨을 vCJD 즉 인간광우병으로 죽은 것으로 적시하여 거듭 방송함으로써 ‘미국쇠고기=인간광우병’이라는 도식을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킨 것이다. 미국농무부는 5월 5일 아레사 빈슨의 사망원인이 vCJD(인간광우병)이 아닌 CJD(야콥병)으로 확정 발표함으로써 MBC-PD수첩이 심하게 사실을 왜곡 보도했음을 증명하였다.

    셋째, 한국인은 MM형 유전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다고 주장하였다. 이는 한림대 김영선 교수의 논문을 왜곡 인용한 것이다. 문제가 된 김영선 교수의 논문은 인간광우병인 vCJD(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콥병)가 아니라 sCJD(산발형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에 대한 것이었다. 한국인의 프리온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한국인의 95%가 MM형 유전자를 가졌기에 sCJD에 약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던 것이다. 사실 MM형 유전자가 vCJD(인간광우병)에도 취약한지에 대해 그렇다 아니다 논란이 있지만, MBC-PD수첩의 문제는 논문을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는 점이다. 또한 가설에 불과한 내용을 사실처럼 보도한 것도 비판의 대상이다.

    넷째, 30개월 이상된 소를 광우병 위험성이 높은 소로 규정하면서, 미국인들이 먹지 않는 이러한 쇠고기를 한국에게 팔도록 했다며 미국을 비도덕적 국가인 것처럼 비난했다. 미국내에서도 30개월 이상의 소가 햄버거·햄 등 저가용으로 상당수 소비된다는 사실을 감춘 것이다.

    다섯째, 지금까지 미국에서 발견된 광우병 소 3마리(이 중 1마리는 캐나다에서 수입된 소)는 모두 1997년 이전에 태어난 소이며, 동물성 사료를 금지시킨 1997년 이후에는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과 미국산 쇠고기를 주식으로 하는 미국인이 광우병에 걸린 경우는 아직 한 명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 그러면서 미국의 동물검역에 중대한 결함이 있는 것처럼 확대 보도하여 인간광우병 미발생국이라는 사실 자체가 의미 없는 것처럼 유도하였다.

    여섯째, 광우병 전염가능성에 대해서도 사실을 왜곡하였다. 한 연구에 의하면, 광우병 원인물질인 프리온이 많이 들어있는 정도는 뇌(64%)·척수(26%)·등배신경절(3.8%)·회장(3.3%) 순이며, 이 특정위험물질에서 광우병을 일으키는 프리온이 99.45%가 발견되고, 나머지 부위에서는 0.55%만 발견된다고 한다. 그러니까 실제 광우병에 걸린 소의 살코기를 먹었다 하더라도 광우병 발병인자인 프리온이 흡수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을 알리지 않았다. 이로 인해 광우병에 걸린 소의 살코기만 먹어도 100% 광우병에 걸리는 것처럼 오인되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