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서울시내 극장에서는 ‘인사동 스캔들’이라는 영화가 상영된 적이 있었다. 
    이 영화는 유명 화가들의 그림을 복제하거나 복사하여 사기를 치는 범죄자들을 다룬 영화다.

    유명화가의 그림이 때때로 위작 시비에 휩쓸리는 경우가 많다.
    작년 12월에는 박수근의 빨래터란 그림이 진품이냐 아니면 가짜냐 하는 것을 놓고 재판을 벌이기도 했다.

    아래 그림(사진)은 우리나라 원로 여류 화가인 천경자 씨가 그렸다는 미인도라는 작품의 복사판이다. 원본은 현재 국립 현대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데 작가인 천 화백은 자기가 그린 작품이 아니라고 문제 제기를 해 진위 시비에 휩싸인 바 있는 그림이다.

    문화부는 과거 문화애호 운동의 일환으로  현대 미술관과 공동으로  "움직이는 미술관" 전시회를  개최하였다. 움직이는 미술관은 현대 유명 화가의 작품을 복사해 기업체 병원 학교 등을 순회하며 전시회를 가짐으로 국민들에게 미술에 대한 이해와 예술에 대한 사랑을 증진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이 전시회가 과거 오래전 계동 현대 그룹 사옥 로비에서 열렸을 때 일이다.

    작가인 천경자씨가 현대 그룹사옥을 방문했다가 이 전시회에 걸린 자기이름의 미인도를 접하게 되었다. 천화백은 자기가 그린 것이 아닌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자기 이름의 "미인도" 라는 그림이 걸려있는 것이 아닌가. 그는 즉각 현대 미술관에 이 전시회에 걸린 미인도 그림은 자기가 그린 그림이 아닌 위작 이라고 반문했다. 위작 시비가 시작된 것이다.

  • ▲ 위작 시비가 일어났던 '미인도' 천경자 화백 작품. 
    ▲ 위작 시비가 일어났던 '미인도' 천경자 화백 작품. 

    문제 제기를 받은 현대 미술관은 곧 바로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미인도 원본을 꺼내 심사에 들어갔다. 작가는 자기 작품이 아니라 하고 미술관에 소장된 작품은 천경자씨 작품으로 등록 보관되어 있으니 과연 누구 말이 맞는 것일까.

    이 사실이 알려지자 화랑계, 미술계가 발칵 뒤집혔다.
    국립 미술관이 '가짜그림을 소장하고 나아가 이를 전시하고 있다니, 국립 미술관의 권위에 흠이 아닐 수 없었다.

    미술관측은 현미경 조사, x선, 적외선, 자외선 검사를 거치고 또 화랑협회 감정위원회도 세 차례에 걸친 검토를 거쳐 진짜임을 발표했다. 미술관측은  여러 가지 증빙 서류로 보아서도 미인도는 진품임이 틀림없다고 발표했다. 미술관에서는 미인도에 그려진 나비, 흰꽃, 검은 머리등이 70년대 말 천씨의 다른 작품에도 나타나는 특징이며 천씨가 건강상 착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진품임을 계속 주장하였다. 그러나 천경자씨는 막무가내였다.
    "내가 낳지 않은 아이를 남들이 내가 낳은 자식이라고 하니 어찌해야 될까"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엇갈린 가운데 당시 미술관 관장은 진품에 틀림없다면서 하느님만이 아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었는데 이에 천씨는 붓을 들 수 없다면서 도미 하였다.

    처음 위작 시비가 벌어진 뒤 미술품 위조범 권춘식이라는 사람이 검찰에 잡혔다. 그는 이때 천경자 선생의 미인도는 1984년 어느 화랑의 부탁으로 천경자 화백의 달력을 보고 3점을 그려 화랑에 넘겼다고 진술해 미인도의 위작 시비가 다시 일었다.

    그러나 미술관측은 이 미인도는 1979년 김재규가 소장하고 있었던 그림으로 김재규 사망 후 재산 환수과정에서 80년 현대 미술관에 인도 되어 보관 소장 해온 것으로 84년에 그렸다는 가짜와는 시간 상 맞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시비야 어떻든 위작 시비 당시 5만원을 주고 복사 본을 구입해 현재까지 갖고 있다.
    가짜임이 판명되면 가짜의 복사본이니 불쏘시개나 되겠지만 그래도 미술계 역사의 한 단면을 말해주는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