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7일자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유엔 안보리는 1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비난하는 결의안을 15개 이사국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 결의안은 북한에 미사일과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6자회담에 무조건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결의안은 또 유엔 회원국들에, 북한에 미사일 프로그램에 쓰일 수 있는 재정적 자원을 지원하지 말고 북한의 미사일 관련 제품을 사지 말라고 요구했다.

    북한은 이번 미사일 발사로 국제사회를 미·일 대 중·러로 분열시키면서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으리라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협상은커녕 미사일 발사 이틀 만에 일본과 함께 대북 군사 제재까지 할 수 있게 하는 결의안을 냈다. 일본은 북 미사일 발사를 기다리기나 했다는 듯 이를 군사 대국으로 가는 발판으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

    북한이 무조건 자기 편일 줄 알았던 중국과 러시아도 강도는 조금 약하지만 별도의 대북 결의안을 제출했다. 그래서 두 결의안을 절충한 대북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된 것이다.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한 말처럼 “북한 미사일은 북한 대 미국이 아니라 북한 대 모든 나라의 문제”가 됐다. 북한이 국제사회 흐름을 제멋대로 해석하며 기대했던 것과는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이 정부도 국제사회 돌아가는 방향을 잘못 읽기는 마찬가지였다. 정부는 미·일 결의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철저히 따돌림당했다. 정부는 결의안 통과는 중·러의 반대 때문에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이것도 어긋났다. 결국 이 정부는 미·일이 가는 길도, 중·러가 가는 길도 모두 헛짚었던 것이다.

    북한은 1998년에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식으로 미사일을 쏘아 올려 미국을 협상장으로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2006년의 국제사회는 1998년의 국제사회가 아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과 국제사회는 완전히 딴 세상이 됐다. 이 정부도 국제사회가 한국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려면 먼저 국제사회 흐름에 다가서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한국식 해법에 맞춰 국제사회가 움직여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다간 외톨이 신세가 될 뿐이다. 북도 남도 이번 유엔 결의안 통과를 계기로 착각에서 깨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