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사회의 대북인권 접근은 호혜적인 차원에서 경제지원과 인도적 사안해결 및 인권개선 설득 등을 병행하는 원칙 수립을 통해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

    11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북한주민의 인권개선을 주제로 평화재단이 주최하고 주한 콘라드 아데나워 재단이 후원한 심포지엄에서 통일연구원 이금순 선임연구위원이 한 말이다. 이날 토론자들은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한 개선의 필요성을 한 목소리로 강조하면서 북한인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접근방안을 내놓았다.


    논의에 첫 발제자로 나선 이 연구위원은 “소위 진보진영으로 불리는 한국인권단체들의 경우, 한반도의 평화정착이 여타의 인권보다 우선순위에 놓여야 한다는 이유로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접근을 유보해 왔다”며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내정 간섭 혹은 제국주의적 개입으로 규정짓는 한반도 평화 우선론이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근본적으로 저해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금순 "북한인권 개선정책 추진위해 국제사회와 한국사회 협력 강화해야"

    그는 “남남갈등의 주요 요인은 한국 사회가 대북인권개선 환경과 방식을 정치적 편향에 의해 자의적으로 모색하려고 하는 것에서 비롯된다”며 “우리 사회는 국가 이익과 인권을 동일시하는 균형적인 접근에 따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남북관계와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이 병행,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치적 차원의 대북인권 논의를 뛰어 넘어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행위주체별 역할 분담과 실천대안이 안고 있는 한계와 위험을 공유하면서 지속적인 대화와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북한인권 개선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한국사회간의 협력강화를 강조했다. 

    북한인권시민연합 국제캠페인 원재천 이사는 북한인권과 탈북자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과 관련, “인권 문제가 북한 체제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체제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 이사는 재중 탈북자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한 뒤 “중국이 협상을 통해 인도주의적 원칙에 따라 탈북자 문제를 다루도록 강하게 촉구하는 방식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며 “탈북자들에게 인도적 지원을 위해 국제 NGO의 접근을 허용토록 하고 탈북자들의 강제송환을 중지해야 하며 중국에 단기간 머물 수 있도록 합법적 신분을 허락하도록 제도개선을 촉구해야 한다”고 했다. 

    원재천 "한국 아시아 인권중심국 지향해야"

    그는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제도적 환경 조성의 대안으로 ‘아시아 인권체제’를 제안했다. 그는 “현 정부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인권관련 발언을 자제하고 있는데 아시아 인권협약이란 장을 통해서라면 북한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이끌어 낼 수도 있고 인권 개선을 거론하는 것이 남북 양측에서 당연시 되는 효과가 있다”며 “한국이 아시아권 전체를 향해 인권문제 해결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고 아시아 인권중심국을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이태호 협동사무처장은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참여연대의 접근방식을 설명하면서“남한 시민사회의 북한인권 제기가 민주사회다운 문제제기가 되려면 내적으로 지난 냉전분단시대의 정치적 구호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져야 하고 외적으로는 과거와의 차이점을 분명히 표현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주민에게 ‘우리가 누리는 자유를 주자’는 북한해방론에 머무르거나 인권을 위해 외세의 정치군사적 개입을 용인하는 입장에 경도됨으로써 ‘인권과 평화’라는 본래적 가치를 도리어 훼손하는 우를 범해서는 곤란하다”며 ▲인권의 정치화 배제와 인권개선의 윤리성 유지 ▲실질적 인권개선을 위한 다면적 협력 ▲갈등예방적 접근원칙의 고수 ▲분단과 남북한 인권의 상호연관성에 유의 ▲남북한 상호신뢰구축과 병행 등 북한인권에 접근하는 원칙을 제시했다. 

    한기홍 "인권상황 개선위해 북한 내부로 눈 돌려야"

    북한민주화네트워크 한기홍 대표는 “지금까지 북한인권운동은 북한 밖에서 한국이나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권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이냐는 움직임이 주된 것이었다”며 “북한인권문제 해결의 궁극적 주체가 북한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앞으로는 북한 내부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실천방안으로 “중국의 지식인이나 북한관련 정책전문가들에게 북한의 변화가 중국에게도 궁극적으로 이롭다는 사실을 설득, 정부정책에 영향을 미치도록해야 한다”면서 ▲대북 단파방송 송출 ▲라디오, 비디오, 서적 등의 유입 등을 통해 대북 정보유입 활동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정부가 북한인권문제를 남북화해협력정책의 종속변수로 보는 것은 시대적 변화를 읽지 못하는 것”이라며 “최소한의 인도적 지원을 제외한 대북지원에 대해서는 인권문제와 연계해 대응하는 원칙적 자세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토론에 앞서 평화재단 이사장 법륜스님은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한반도의 평화, 남북의 화해, 민족의 통일을 강조하면서 “가장 긴급한 평화정착을 위해 북한주민의 생존권 보장과 기본적 인권의 보장아래서 과거 남북간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통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조영황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과 마크 지멕 주한 콘라드 아드나워 재단 소장이 축사를 했으며 미국, 영국, 독일, 핀란드 등 주요국 주한 외교관들이 참석해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대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