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1일 매년초 발표하는 신년 공동사설을 통해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를 강조해 주목된다. 사설은 북미간 평화체제 수립과 남북관계 개선, 내부적으로는 경공업과 농업 활성화를 통한 주민생활 향상에 초점를 맞추며 대내외 모두 '안정'에 무게를 뒀다. 후계구도 구축의지로 읽히는 대목이다.

    정부 관계자는 "향후 남북관계에 대해 무작정 낙관적 전망을 하기 보다는 북한의 대남 태도를 신중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접근을 택했다.

    북한은 새해 첫날 당보인 노동신문과 조선인민군(군보), 청년전위(청년보) 3개 신문에 같은 내용의 신년 공동사설을 게재한다. 이 사설은 북한의 한해 정책 기조가 담겨있다는 데서 의미가 있다.
    금년에도 북한은 3개 기관지에 '당 창건 65돌을 맞는 올해에 다시 한번 경공업과 농업에 박차를 가하여 인민생활에서 결정적 전환을 이룩하자'는 제목으로 공동사설을 실었다. 제목에서부터 북한 주민생활을 직접 언급, 경제를 부각했지만 그간 강조하던 국방부문은 아예 빠졌다.

    사설은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는데서 나서는 근본문제는 조·미(북·미) 사이의 적대 관계를 종식시키는 것"이라며 "대화와 협상을 통해 조선반도의 공고한 평화체제를 마련하고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우리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북남관계 개선의 길을 열어나가야 한다"며 단도직입적으로 관계 개선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지난해 신년 사설에서 우리 정부를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전면부정하고 파쑈독재 시대를 되살리며 북남대결에 미쳐 날뛰는 남조선 집권 세력"이라고 도발한 것과 큰 대조를 이룬다.

    한 정부 관계자는 "남한에 대한 비난이 안보이며, 관계개선 의지를 분명히 피력한 것"이라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대남 관계개선 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시사한 듯하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공동사설에서 대화와 협상을 강조한 것은 지난달 8일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평양방문을 계기로 북미간 평화체제와 한반도 비핵화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한반도 비핵화 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을 비롯한 다자회담에 복귀할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북한 내부문제와 관련해서는 "인민생활 향상에서 결정적 전환을 가져오기 위한 일대 공세를 벌이는 것이 올해의 총적인 투쟁방향"이라며 "경공업과 농업은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투쟁의 주공전선"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통일부는 구랍 31일 새해 업무보고에서 "내년을 남북 관계 획기적 전환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이명박 대통령의 북핵 일괄타결 구상인 '그랜드 바겐'을 6자회담뿐 아니라 남북대화를 통해서도 본격 추진키로 했다. 형식적인 남북대화는 지양하고 실질적이고 성과 지향적인 대화, 북핵 문제 해결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대화를 진행하겠다는 뜻이다. 정부는 또 통일역량 강화를 위해 반관·반민 기구인 한반도 미래협력대화(KFCD)를 창설키로 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국방문제뿐 아니라 외교, 통일에서 낡은 생각, 관습에 젖어서 하는 일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제 우리는 한단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남북문제도 진전은 없으나 진전을 위한 기초는 성공적으로 닦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