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탄소 녹색성장은 한꺼번에 세 가지를 이룰 수 있는 일석삼조이면서 국가 차원의 요구를 넘어서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요구입니다"

  • ▲ <span style=장순흥 카이스트 부총장. 그는 카이스트가 진행하는 환경 및 저탄소 녹색성장과 관련된 연구 및 그 성과를 관리하고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 뉴데일리" title="▲ 장순흥 카이스트 부총장. 그는 카이스트가 진행하는 환경 및 저탄소 녹색성장과 관련된 연구 및 그 성과를 관리하고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 뉴데일리">
    장순흥 카이스트 부총장. 그는 카이스트가 진행하는 환경 및 저탄소 녹색성장과 관련된 연구 및 그 성과를 관리하고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 뉴데일리

    세계는 화석 연료 의존도를 줄이고 청정 대체 에너지에 기반한 새로운 발전 모델을 찾는 소리없는 전쟁에 돌입한지 오래다. 한국 과학기술의 최고 두뇌가 모여 있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은 ‘저탄소 녹색성장’이란 21세기 글로벌 레이스에도 그 중심에 우뚝 서 있다. 

    KAIST,오래전부터 녹색에너지 연구

    기초 및 응용 과학의 많은 분야에서 인재를 키워 연구를 진행하고 그 과정에서 얻은 지식과 기술을 응용하고, 이를 실제 산업에 채용해 실용화하는 KAIST의 정교한 ‘과학적 공정(工程)’이 이 분야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

    따라서 KAIST가 진행하는 환경 및 저탄소 녹색성장과 관련된 연구 및 그 성과를 총체적으로 관리하고 진두지휘하는 교학부총장 장순흥 교수(56)에게 이명박 정부가 국가 사활을 걸다시피 하며 ‘미래 생존 전략’으로 내세운 저탄소 녹색성장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KAIST는 훨씬 전부터 녹색에너지, 탄소 저감 등을 화두로 하는 미래 기술 연구를 하고 있고 이미 많은 성과도 냈다.

    2006년부터 교학부총장을 맡아오고 있는 장 부총장은 지난 1일 “정부가 이런 것을 하겠다고 발표했다고 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세계의 조류가 탄소를 덜 쓰는 저탄소 녹색성장으로 가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며 “저탄소 혹은 탈탄소, 용어야 어찌됐든 이미 우리가 오래 전부터 연구하고 실용화해 오고 있는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장 부총장의 전공은 원자력 공학. 30여년 전에 선택한 전공 자체가 청정한 대체 에너지를 연구하는 학문인데 세계의 흐름이 이쪽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임을 그는 학문적 결론으로 이미 예견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세계 조류가 저탄소 녹색 성장으로 가는 건 틀림없어"

  • ▲ <span style=이명박 대통령은 27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방문, KAIST가 개발한 '도심형 온라인 전기자동차'에 시승했다. ⓒ 연합뉴스" title="▲ 이명박 대통령은 27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방문, KAIST가 개발한 '도심형 온라인 전기자동차'에 시승했다. ⓒ 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은 27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방문, KAIST가 개발한 '도심형 온라인 전기자동차'에 시승했다. ⓒ 연합뉴스

    장 부총장은 “저탄소의 핵심은 화석 연료 대신 탄소를 덜 배출하는 청정 에너지를 개발하고 사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현재 사용가능한 에너지로 원자력 태양력 풍력 조력 재생에너지 등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태양력과 풍력 조력 등은 전면 상용화 하기엔 아직 많은 기술적 난관이 있다.

    이 부분에서는 향후 지금보다 100~200% 정도로 효율을 증가시키는 획기적인 계기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원자력을 이용해 1kwh의 전력을 생산할 때 드는 비용이 30~40원인데 비해 태양광으로는 600~800원이 든다는 것.

    그래서 장 부총장이 가장 확실한 대안으로 강조하는 것은 전기화(電氣化 electrification)다. 자동차와 기계를 움직이고 빌딩을 운영관리하는 등 생활의 모든 부문에 쓰이는 에너지를 전기로 대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 부총장은 “현재 KAIST도 구내의 대부분 시스템을 전기로 구동하는데 나라 전체가 전기화를 달성한다면 아주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장 부총장은 “KAIST는 저탄소 에너지에 기반한 핵심 연구과제로 온라인 전기자동차와 모바일 하버(이동 부두)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두 과제는 KAIST 내에서 뿐 아니라 국가적인 핵심 연구 프로젝트로 올라있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전기자동차와 모바일 하버는 국가적 프로젝트"

    KAIST가 개발 제작해 상용화를 눈앞에 둔 온라인 전기자동차는 배터리를 장착하되 이를 기존 전기차의 1/5 정도로 소형화해 비상용으로만 쓰고 주행에 필요한 에너지는 도로망에 깔린 급전(給電) 장치로부터 공급받는다. 주행이나 정차시에 언제든 충전가능하고 급전 장치도 전자석 원리를 이용해 전자 자기장을 자동차에 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선을 연결할 필요가 없다. 장 부총장은 “급전 과정의 전력효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도로 인프라 구축이나 충전소 건립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 <span style=장 부총장은 저탄소 녹색성장은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산업체를 위해서라도 꼭 저탄소 기조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 뉴데일리 " title="▲ 장 부총장은 저탄소 녹색성장은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산업체를 위해서라도 꼭 저탄소 기조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 뉴데일리 ">
    장 부총장은 저탄소 녹색성장은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산업체를 위해서라도 꼭 저탄소 기조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 뉴데일리

    또 모바일 하버 시스템은 수심이 얕아 대형 컨테이너선이 접안할 수 없거나 아예 항만 시설이 없는 곳에 이동식 부두를 갖다대 하역과 선적 작업이 가능하도록 하는 구상이다.

    선박 운송은 육상 운송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1/10 밖에 배출하지 않는 대표적 저탄소 수단이다. 조운(漕運)에서의 유류 소비량도 육운에서의 그것보다 1/10 수준이다.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물량도 육운에 비해 압도적이다. 그야말로 탄소를 저감하면서 효율은 높이는 바람직한 저탄소 시스템인 셈이다.

    장 부총장은 "모바일 하버가 실용화되면 내륙의 강변 도시도 얼마든지 '국제 컨테이너 항구도시'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장 부총장은 정부가 지난달 17일 내놓은 온실가스 배출량 30% 감축 계획에 대해서도 당연한 것이라며 반겼다. 정부는 이날 202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Business as usual) 대비 30% 감축하는 계획을 확정해 발표했다. 이는 2005년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오히려 4%가 줄어든 안으로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가 개발도상국에 권고한 감축범위인 BAU 대비 15~30% 감축치의 최고수준.

    "깨끗한 청정 에너지는 일석삼조 결과"

    그는 “각국이 탄소배출 절감이 시급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미적거리는 가운데 한국이 먼저 이런 목표치를 선언한 것은 국가경쟁력 차원에서도 아주 좋은 기회”라며 “탄소를 줄이고 녹색성장으로 나아간다는 말은 깨끗하고 편리하고 효율적인 청정에너지를 사용한다는 것인데 이는 국가적 요구를 넘어 세계적인 요구”라고 설명했다.

    또 “일시적 어려움을 예상하는 제조업체 등 일부 기업이 반발할 수도 있겠지만 강제로라도 탄소저감 기준을 정해야 한다. 이제 저탄소 제품이 아니면 경쟁력이 없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라며 “산업체를 위해서라도 꼭 저탄소 기조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엿다.

    하지만 장 부총장은 탄소 대체 에너지를 사용하고 전기화를 달성하는 것만이 저탄소화의 실현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일상 생활이나 산업 현장에서 기존 화석 연료 에너지를 절약하고 효율을 높여 쓰기만 해도 탄소 배출을 상당량 줄일 수 있다. 탄소 대체 에너지를 찾는 것은 다음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가 틈틈이 외부 강연을 나가서도 신성장 동력, 대체 에너지 등 저탄소 녹색성장을 주제로 자주 다루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 ▲ <span style=장 부총장은 저탄소 녹색성장은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산업체를 위해서라도 꼭 저탄소 기조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 뉴데일리 " title="▲ 장 부총장은 저탄소 녹색성장은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산업체를 위해서라도 꼭 저탄소 기조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 뉴데일리 ">

    그는 또 한국의 원자력 기술을 해외에 내다파는 것도 녹색성장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한다. 청정에너지를 개발해 기술수준을 올려 수출하면 그것이 바로 경제성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장 부총장의 연구분야는 원자력 안전해석, 강의과목은 원자력발전소 설계 프로젝트 등이다.

    장 부총장은 "UAE 등 중동 지역에 우리 원전 플랜트 수출 전망이 아주 밝다. 수출이 성사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며 "기술 수준은 세계 최고레벨이라고 할 수 있는데 미국 프랑스 등 수출 경쟁국의 정치적 영향력과 외교력을 넘어서는 게 과제"라고 설명했다.  장 부총장의 이런 바람대로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4일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연구용 원자로 시스템이 요르단에 수출할 수 있게 됐다고 발표했다. 1959년 미국에서 연구용 원자로를 도입한 이래 50년만에 첫 수출할 기회를 잡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수주 협상이 진행 중인  UAE 원전 수주에도 긍정적인 전망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보고있다. 

    “저탄소 녹색성장은 깨끗함과 편리함, 국가경쟁력 세가지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일석 삼조 전략”이라고 강조하는 장 부총장의 탁상 다이얼리에는 앞으로 추진하고 수행해 나가야할 각종 계획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