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은 지금 권력층의 노쇠화로 장기집권의 한계에 직면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권력계층이 연령대로 분류된 특이한 구조로부터 오는 침체와 균열현상이다. 실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력 평가는 김정일의 신임도에 따라 규정된다. 김정일의 측근 형태를 본다면 관리형 측근과 실세형 측근으로 나누어진다
     
    관리형 측근은 주종관계의 측근으로서 김정일은 그들에게 중요부서의 책임적 권한을 주고 그들을 통한 조직적 관리라는 종적 독재체계를 구축한다 반면 실세형 측근은 김정일의 정치를 조언하거나 방조할 수 있는 두뇌진 역할의 측근들로서 김정일은 이들을 통한 업무 필요의 횡적 체계를 구축한다.
     
    때문에 김정일의 최측근은 김정일이가 직접 부장대행직을 하는 중요 부서의 비서들이나 제1부부장들로 구성돼 있다.현재 이들의 나이는 60대부터 70대까지이다. 이들은 만성질병과 불치병으로 치료 중 업무 공백이 생긴다 할지라도 김정일의 신임과 더불어 사망이전까지 직위와 권한은 계속 유지되는바. 이는 권력 승계를 억제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북한 권력층 연령대를 분석한다면 북한의 최고령 권력층은 70~80대이다. 최고 직함과 명예를 갖고 있는 이들은 대외적 직함과 달리 상징적 권력층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대표적 인물들로서는 김영주, 박성철, 리을설, 김만철, 등 항일투사들, 혹은 김일성 연고 고위직이다.
     
    이들의 직함은 명예직일 뿐, 국정운영 권한은 사실상 박탈된 것이나 다름없으며 다만 우대 차원에서 직함을 유지시켜주거나 명예직으로 이전돼 있다. 심지어 김정일은 자기 중심의 유일지도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김일성 정권 권력자들의 자녀들까지 중앙당에서 근무하지 못하도록 당조직부 인사내부 원칙을 규정하는 등 권력승계 조건을 근본적으로 차단시켰다.
    결국 그들은 김일성 우상화 차원에서 주민들에게 충성유도를 강요하기 위한 홍보용으로만 전환됐다.
     
    뿐만 아니라 이미 김정일 당조직부 유일지도체제가 굳어지던 80년대 중반부터 권력에서 밀려난 이유로 이 연령대 권력층은 김정일 체제에 대한 반감이 매우 높다. 실제로 김일성 정권과 상반되는 김정일의 국정운영방식에 대해 불만이 많았던 이유로 상당수 제거 되거나 숙청되기도 하였다.
     
    그 뒤를 이은 60~70 연령대 권력층은 김정일 사람들이다. 이들은 김정일 후계체제 건설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한 세대이며 또한 김정일의 장기간 검열과정을 걸쳐 선발된 충성순종들이다. 이들은 북한 권력 핵심 위치들을 차지하고 김정일의 수족 역할을 하고 있는 당결정, 국정운영의 주역들이기도 하다.
     
    70~80 연령대 권력층이 김일성 우상화 차원에서 우대받는 과거형이라면 60~70 연령대 권력층은 김정일 우상화 차원에서 그 지위를 인정받는 현재형인셈이다. 이들의 권력이 더 공고한 것은 김정일의 사람들이란 이유로 신분이 보다 인정되기 때문에 자녀들에게까지 신분계승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현재의 40~50 연령대 권력층이 바로 그들의 자녀들이다.
     
    이른바 신세대 권력계층인 이들은 김정일 후계와도 연결되고. 보다는 권력실무진에 포진돼 있기 때문에 북한의 변화는 사실상 이들에 의해 좌우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실제로 이들의 의식과 사고는 그 윗세대들에 비하면 훨씬 자유롭다. 우선 시장을 암묵적으로 인정한 7.1조치 이후 김정일 정권이 대내 및 대외 정책에서 실리주의를 추구하면서 권력진영에 대거 편입됐기 때문에 사상보다 물질의 1차성에 충실한 진정한 유물론자들이다.
     
    이들은 부모의 권력과 자기들이 가진 실무를 합쳐 북한의 시장화를 주도하며 동시에 그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리는 세대이다. 북한의 시장화는 시장가격에 의한 임금평가로 주민들의 가치관을 변화시켰고, 시장생존을 위해 조직연대감이 아니라 개인연대감으로 주민들의 의식수준을 바꾸어놓았다.
     
    이러한 사회인식의 변화와 가치관의 변화에 잘 적응된40~50대 권력층은실용적인 사고로실무 행정 과정에 부딪치는 지도층의 비합리적 결정을 누구보다 잘 인식하고 있는 권력중도계층으로서 개혁 개방을 누구보다 갈망하고 있는 세대이기도 하다.그러나 북한 체제 특성상 제의서제도, 비준제도라는 장벽을 넘을수 없는 이 연령대 권력층은 60~70 연령대 지도층의 구속에서 업무주도를 할 수 없는 피동계층이기도 하다.
     
    또한 60~70대 권력자들의 견제 대상이기도 한 이들은 위로부터 창발성이 억제되고 업무혁신도 인정받기 힘들다.더욱이 60~70 연령대 권력층은 저들의 생존과 부분적 독점권력을 만능화하기 위해 김정일과 실무 부서들간의 장벽을 인위적으로 높이 설정하고 그 제도를 더 강화한다 그리고 과잉 충성주의로 실무계층의 능력을 저하시키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실력보다 충성이 더 우대받는 인사원칙을 고집한다.
     
    결국 획일적인 권력구조에서 자기들의 한계에 대한 공통된 비관을 가진 이 40~50대 권력층은 자기들의 야심과 능력을 반체제목적으로 규합하거나 혹은 개인적인 선택으로 권력비리와 부패에 몰입하는 등 북한을 빠르게 변화시키는 주역이 됐다. 이런 문제점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현재 북한 권력층의 노쇠화는 김정일에게 심각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오늘날 김정일은 후계구도를 굳히기 위해서는 이 40~50연령대 권력층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는 처지가 됐다. 하여 우리가 점칠 수 있는 북한의 변화란 이들의 권력승계에 의해서 비롯될 것이며 이는 곧 북한정권과 정책의 변화를 촉진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