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낯을 드러낸 중국의 야만성과 한국외교...시진핑은 청태종인가?
  • 외교부장관과 청와대 경호책임자,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

    문재인(文在寅) 대통령의 소위 ‘국빈방문’ 둘째 날인 14일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날아온 문 대통령 수행 취재 기자들에 대한 중국의 이른바 ‘공안’ 요원들에 의한 폭행 소식은 특히 두 가지 의미에서 필자의 비애(悲哀)를 자극한다. 하나는 아직도 청제국(淸帝國) 수준을 벗어나기 못하고 있는 중국 외교의 미개(未開) 야만성(野蠻性)의 민낯을 보았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문재인 표 대중(對中) 굴종(屈從) 외교의 역시 민낯을 보았다는 것이다. 
      
    이 있을 수 없는 엄청난 사건이 있은 몇 시간 뒤 문 대통령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주 앉아서 이른바 ‘정상회담’을 갖고 ‘관왕지래(觀往知來)’·‘역지사지(易地思之)’ 등 중국식 ‘4자성어(四字成語)’로 휘갑을 치면서 아무리 좋게 보더라도 ‘제자리 걸음’ 이상의 아무 것도 아닌 ‘귀머거리들의 대화’를 펼쳤지만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물론 문 대통령이 이날 있었던 폭행 사건을 어떠한 형태로든지 언급했다는 이야기는 들려오는 것이 없다. 
       
    입맛이 쓰다. 마치 소태를 씹은 것 같은 느낌을 금할 수 없다. 이 같은 사건은 문명국가 사이에서는 결코 일어난 일이 없다. 전 세계 국가 가운데 외교 매너가 가장 거칠고 난폭한 나라로는 당연히 북한이 꼽히지만 1970년대 초 이래 간혈적으로 이어졌다 끊어졌다를 반복하고 있는 남북대화 과정에서 북측을 방문했던 남측 대표단이 이와 유사한 상황에 직면했던 일은 단 한 번도 없다. 작년 5월 평양에서 있었던 조선노동당 7차 대회 때 북측은 상당수의 외신기자들을 평양으로 초청해 놓고는 그들에게 전형적인 북한식 취재 활동을 강요하는 무모한 수작을 벌였지만 그 때도 이번과 같은 폭행은 없었다. 
       
    이번 베이징에서의 폭행 사건 소식을 들으면서 필자가 문득 병자(丙子)•정묘(丁卯) 호란(胡亂) 뒤에 우리가 겪었던 삼전도(三田渡)의 치욕을 되새겼다면 과민한 신경 탓이었다는 지적을 받아야 할 것인지 궁금하다. 얼핏 또 생각나는 것이 있다. 1954년 7월 역시 국빈 자격으로 한미 간의 최초의 정상회담을 위하여 미국을 방문했던 이승만(李承晩) 대통령에 관한 일화다. 1954년 7월29일 오후 백악관에서 있었던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 합의문에 '일본과의 우호 관계' 운운의 표현을 삽입하려 하자 “내가 대통령에 재임하는 동안, 일본과는 상종하지 않겠다”면서 회담 도중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일 외교기자클럽에서 중요한 오찬연설이 있는데, 준비를 위해 먼저 일어나겠습니다”라는 말을 던진 채 자리를 차고 일어나서 숙소인 블레어 하우스로 가버리는 결기를 과시한 일화를 남겼었다. 
       
    가상(假想)이기는 하지만, 필자는 만약 오늘 베이징을 방문한 한국 대통령이 문재인이 아니라 이승만이었다면 이번의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어떠한 행보를 보였을 것인지를 상상해 본다. 
       
    문재인 정부는 이번 사건 발생 후 서울을 향해서 “중국 정부에게 항의하고 진상파악과 관련자 문책을 요구했다”는 면책성 발언으로 얼버무리기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에서는 "초보적(기본적) 이해에 따르면 이번 행사는 문재인 대통령 방중에 맞춰 한국 측에서 주최한 자체 행사"라고 하여 그 책임을 한국측에 떠넘기기 시작하고 있고 이와 발을 맞추어 오늘 폭행에 가담한 중국측 ‘공안’ 요원들이 “한국의 KOTRA가 고용한 인원들”이라는 출처불명의 주장이 머리를 들고 있는 것 같다. 
       
    보다 거시적 안목에서 본다면, 이번 사건의 책임은 결국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청와대 경호책임자가 져야 할 사안이다. 과거 필자가 관여했던 남북대화의 경우도 그랬지만 적어도 오늘처럼 한중관계가 민감한 시점에서 이루어지는 정상회담이라면 외교부와 청와대 경호실에서는 문 대통령의 세부 동선을 토대로 하여 매 동선마다 특히 수행기자들의 취재 동선에 대한 안내와 지원 및 안전 대책을 세부적으로 수립했어야 마땅했다. 필자가 남북조절위원회와 남북고위급회담 대변인 직을 수행할 때 매번 평양행 때 가장 신경을 써서 준비했던 일 중의 하나가 취재 기자들의 취재 편의와 안전 보장을 확보하는 일이었다. 
       
    보도를 통하여 전해진 이번 사건의 양상을 보면 이번의 경우 외교부와 청와대 경호실이 수행 취재 기자들의 취재 동선 보장과 안전 보장에 대한 대비가 원천적으로 부실했던 것임에 의문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이에 대해서는 외교부 장관과 청와대 경호실 책임자에 대한 문책이 불가피할 것 같다. 그러나, 보다 거시적으로 본다면, 이번 사건의 원천적 책임은 굴종적 대중 외교를 전개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있는 것이고 그 책임의 중대성은 세월호 침몰 후 7시간 동안의 행적에 대한 박근혜(朴槿惠) 전 대통령 책임보다 훨씬 더 무겁다고 하지 아니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