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공론화’는 역시 미끼 상품?
  • 李 竹 / 時事論評家

    누군가는 “그때 이미 보았다!”고 했다.

    국민들의 뇌리에서는 이미 상당부분 지워지고 있겠지만, 채 6개월이 지나지 않았다. ‘탈원전(脫原電) 정책’을 밀어붙이기 위한 몸 풀기 성격의 이른바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회』[이하 공론화위원회]가 구성되었었다.

    그리고 ‘공론화’ 과정을 거친 후 ‘신고리5·6호기 건설 재개’ 권고안 발표에 이어, ‘매우 아름답고 대승적(大乘的)으로’(?) 승복(承服)하는 모냥을 보여줬다. 기획·연출을 맡았으면서도 결코 앞에 나서지 않는 듯한 태도를 취해온 ‘실질적인 주최’측에서는...

    “시민참여단은 자신의 의견과 다른 결과에 대해서도 승복하는 숙의(熟議)민주주의의 모범을 보여줬다... 정부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조속히 재개하겠다... 우리 국민들은 이번 공론화 과정을 통해 한층 성숙한 민주주의의 모습을 보여주셨다...”

    그리고 또 다른 기사 한 토막이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페이스 북에 ‘공론화위의 발표를 보며 놀라움과 함께 경건해지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고 말했다. 임 실장은 ’87년 6월 뜨거웠던 거리의 민주주의, 지난 겨울 온 나라를 밝혔던 촛불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 공론화위가 보여준 또 하나의 민주주의… 대한민국과 그 위대한 국민께 무한한 존경과 감사를 표하고 싶은 날’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그 누군가가 보았다는 그 무엇이다.

    우선은 그 무슨 ‘공론화위원회의 조사 결과’, 즉 ‘신고리5·6호기 건설 재개’라는 결정을 접한 후, 오랜만에 환호작약(歡呼雀躍)하는 ‘철딱서니 없고 어리석은’(?) 이른바 ‘보수’(保守)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보수’들을 바라보며 주최 측이 짓고 있을 의미심장한[차마 ‘음흉한’이란 단어는 못 쓰지만] 미소(微笑)와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너무 기쁜 나머지 어쩔 줄 모르며 표정 관리하는 뿌듯한 겸손함(?)이었다고 한다.

  • 그 『공론화위원회』가 임무를 마친지 한참인 최근에 그 위원장님이 하신 말씀에 주목한다.
    그와 같은 『공론화위원회』의 역할이 무엇이었고, 앞으로는 생길 여러 위원회가 어찌 쓰일지 암시(暗示)하는 듯하다.

    ‘원전 운명 결정보다 공론화 완주가 첫 목표였다’는 제목의 며칠 전 아무개 일간지 기사 일부다.  

    “공론화위는 시민참여단의 지혜를 모으려고 노력했는데 그 과정에서 시민의식이 얼마나 성숙한지, 시민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확인할 수 있었다... 시민참여단에 공론화 결과가 자신의 입장과 다를 때 승복하겠느냐고 물었을 때 93%가 당연히 승복하겠다고 답했다”

    미루어 짐작컨대, ‘신고리5·6호기 공론화’는 미끼 상품이었고, 앞으로 뜻하는 바대로 이루고
    싶은 원대한(?) 목표들이 있지 않을까. ‘매우 아름답고 대승적인’(?) 승복도 그 일환이었지 싶다.

    허긴 그 즈음에도, ‘공론화’라는 것은 많은 국민들이 의아해 하거나 반대가 거셀 만한 여러 정책적·전략적인 난제(難題)들을 주최 측이 의도와 목표대로 끌고 가기 위한 사전 포석이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이 없지는 않았다. 순박한 국민 5∼600명 모아 놓고, 마치 양(羊)떼 몰이 또는
    인민의 재판처럼...

    그렇게 되면, ‘공론화’(公論化)야말로 논쟁은 있되, 결과는 뻔한 ‘공론화’(空論化)로 귀결될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이렇듯 그 무슨 ‘공론화’와 그 이름도 낯선 ‘숙의(熟議)민주주의’란 괴물은 사회적 합의란 어여쁜 이름하에 궤멸 대상인 ‘철딱서니 없고 어리석은’(?) 보수(保守)의 극렬한 반대·저항을 잠재우는 한편, 그들의 의식과 행동을 억압·통제할 명분을 획득할 수 있는 매우 영악한 방법이 되지 않겠는가.

    더구나 ‘매우 아름답고 대승적인’(?) 승복의 전례(前例)를 들이대면 그 효과는 더욱 커지고...

    믿지 않을 수 없는 아무개 일간지의 엊그제 기사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에서 ‘공론화위를 통한 개헌 검토’ 얘기가 나온 것이다. 여권 성향의 원로, 시민단체들은 지난달부터 개헌 공론화위 구성을 주장해왔다... “공론화위를 구성해 국민이 권력 구도[정부 형태] 개편 등을 포함한 개헌안을 만들자”며 “국회가 책임 있는 답변을 하지 않으면 항의 행동에 돌입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에서는 다른 정치 현안도 공론화위로 해결하자고 한다. 아예 공론화위를 국가기관으로 상설하자는 법안도 냈다...=

    그리고 그날 이후 기사의 일부다.

    =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여야(與野) 이견이 있는 사항 중엔 헌법 전문에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추가하는 문제에 대해 당내 공감대를 이뤘다”고 했다... 이와 함께 현재 ‘국민’으로 명시된 기본권의 주체를 ‘사람’으로 확대하는 방안과 헌법상 ‘근로’라는 단어를 ‘노동’으로 변경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당내 이견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저들을 제외한 ‘나라의 개[犬]’들 무리는 이에 맞서 크게 짖지도 않는 것 같다.
    이렇게 뻥을 치는 ‘개’들이 몇몇 있긴 하다. 그래서 ‘개뻥’이지만...

    “대여 투쟁력을 강화해 문재인 정권의 독단과 전횡, 포퓰리즘을 막아내는 전사로 서겠다...”
    그 무슨 ‘원내(院內)대표’로 선출되고 나서 내뱉은 말씀이라고 한다. 전력(前歷)으로 봐서는
    믿을 국민들도 많지 않은 듯하고...

    허나, 그 무리는 자신들에게 이 나라의 이름을 여전히 갖다 붙이고 있다.

    <이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