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현, 용퇴 가능성 묻는 질문에 "유의미하다면 생각해볼 수 있다"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지난 7일 저녁 63빌딩 컨벤션홀에서 열린 DJ 노벨평화상 수상 17주년 기념식장에서 배석자들이 모두 떠나고 빈 테이블에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지난 7일 저녁 63빌딩 컨벤션홀에서 열린 DJ 노벨평화상 수상 17주년 기념식장에서 배석자들이 모두 떠나고 빈 테이블에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국민의당 내 통합 찬성파인 최명길·박주원 전 최고위원이 불미스러운 이유로 사퇴한 가운데, 최고위원 한 명만 더 사퇴하면 사실상 국민의당 현 지도부가 와해되는 상황에 처해, 향후 정치적인 움직임이 뒤따를지 주목된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도부 와해로 이어질 마지막 카드가 △친안(친안철수)계 장진영 최고위원의 타의(他意) 사퇴 또는 △비안계 박주현 최고위원의 자진 사퇴가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박지원 전 대표는 안철수 대표의 통합론을 비판하며 "당내에서 대표 재신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팽배하다"고 밝혔다.

    만약 최고위원 한 명이 추가 사퇴해 공석이 세 자리가 된다면 지도부는 제 기능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자연스레 당대표 재신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가능한 시나리오는 두 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하나는 장진영 최고위원이 최명길·박주원 전 최고위원처럼 또다른 구설수에 휘말려 끌어내려지는 경우다. 또 하나는 비안계인 박주현 최고위원이 통합을 밀어붙이는 안철수 대표에게 반발하는 형식으로 사퇴하는 경우다.

    실제로 장진영 최고위원은 당내 친안 핵심이던 최명길·박주원 전 최고위원이 사퇴한 뒤 "내가 보기엔 이상하다"며 "내 옆자리가 하나씩 날아가니까 다음은 내 차례인가 (싶다)"고 했다.

    최명길 전 최고위원에 이어 박주원 전 최고위원까지 논란에 휘말려 '사퇴당하면서' 당 관계자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최명길 의원의 재판은 상당히 빨리 결정됐다는 생각이 들고, 박 최고위원 건도 굉장히 오래된 일이고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인데 왜 이 시점에서 불거졌는지 굉장히 당황스럽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전날 장진영 최고위원과 한 비안계 인사 사이에서 전개됐던 설전은 의미심장하다는 지적이다.

    비안계로 분류되는 조성은 전 비상대책위원이 자신의 SNS에 "(장진영 최고위원이) 안철수보다 표가 더 나올 사람은 자기밖에 없으니, 서울시장 선거를 도와달라고 했다"고 폭로한 것과 관련해, 장진영 최고위원은 "허위사실 유포를 좌시하기 힘들다"고 선을 그으며 사과를 요구했다.

    장진영 최고위원은 "통합에 힘써야 할 시기에 비생산적 논쟁이 확대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통합파에 대한 공격의 의미라면 기꺼이 받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젠 내 차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공격이 좀 허접하다"고 덧붙였다.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가운데, 박주현 최고위원이 공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가운데, 박주현 최고위원이 공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조성은 전 비대위원의 '공격'을 개인 간의 단순한 설전이 아닌, 친안계 지도부의 일원으로서의 자신을 향한 '찍어내기' 시도로 간주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찍어내기' 시도가 지도부 와해 시도의 한 방향이라면, 다른 방향에서는 박주현 최고위원의 자진 사퇴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주현 최고위원은 지난달 열렸던 끝장토론을 앞두고 "불행히도 정체성 논란 이전에 리더십의 문제, 신뢰의 문제가 더 본질적인 당의 위기로 부각되고 있다"며 "실질적인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고위원 두 명이 사퇴한 상황에서, 박 최고위원이 자진 사퇴를 한다면 그가 언급한 "실질적 해결책"이 실현될 수도 있다.

    현재 국민의당은 바른정당과 통합을 둘러싼 극심한 갈등이 지속되면서 갈등을 봉합하기에는 너무 멀리 온 게 아니냐는 시각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안철수 대표가 계속 통합을 추진한다면, 독단적 결정을 내리는 안 대표를 막겠다는 명분 하에 사퇴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박주현 최고위원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현 지도부에 대한 재신임을 묻기 위해 사퇴라는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나의 사퇴가) 유의미하다면 생각해볼 수 있겠다"고 밝혔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안철수 대표가 통합 논의를 중단할 것 같지 않다"며 "안 대표에 대한 신뢰는 이미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사퇴' 카드를 실행에 옮기기에는, 안철수 체제에 충격을 주지 못하고 단순히 최고위원직만 내려놓는 선에서 끝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의미로 풀이된다.

    한편 안철수 대표는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최고위원직을 언제쯤 임명할 계획이냐는 질문을 받자 "적절한 분을 찾아보겠다"고 답했지만 구체적인 시기는 특정짓지 않았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최명길 전 최고위원은 앞서 6명의 인사가 고사하고 7번째 제안을 받았던 것"이라고 말해, 적절한 인물을 빨리 찾기는 어려울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최명길 전 최고위원은 임명직이기 때문에, 그의 사퇴로 인한 공석에는 대표가 새로 임명이 가능하다. 선출직인 박주원 전 최고위원은 관련 보궐 규정이 따로 없어 무기한 공석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