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레바논 파견 장병 격려, 비서실장으론 이례적 행보… 대통령 대신할 유일한 사람?
  • ▲ 임종석 비서실장이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아랍에미리트(UAE)에 있는 아크부대를 방문한 모습. ⓒ청와대 제공
    ▲ 임종석 비서실장이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아랍에미리트(UAE)에 있는 아크부대를 방문한 모습. ⓒ청와대 제공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UAE와 레바논을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방문했다. 각종 외교·안보 분쟁 지역인 것은 물론 경제적 현안이 산적한 중동을 방문한 것으로,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아 보인다.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은 지난 10일 "임종석 비서실장은 해외파견 부대의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해 9일부터 12일까지 2박4일 일정으로 아랍에미레이트, 레바논 동명부대를 차례로 방문 중"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을 대신해 중동 평화유지 활동 및 재외 국민 보호 현장을 방문해 점검하고 우리 장병을 격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종석 실장은 격려 일정 외에도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외교 일정도 수행하게 된다"며 "10일에는 아랍에미레이트연합국(UAE)모하메드 왕세제 예방, 11일에는 레바논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 예방이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그림자로 불리는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가를 대표하는 특사 자격으로 해외로 출국한 것은 그만큼 문재인 대통령의 신뢰를 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청와대 비서실장이 특사로 외국에 파견된 것은 노무현 정부 당시 문희상 비서실장 이후 처음이다. 다만 당시 문 비서실장은 아르헨티나 대통령 취임식에 노 대통령 대신 참석한 수준이어서 이번 임 비서실장의 사례와는 의미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특사는 해외 파견 부대를 위로하는 것이 주 목적"이라고 했다. 최근 북한 귀순병 사건 이후 문 대통령이 DMZ를 방문한 뒤 "가까이 있는 국내 장병은 대통령이 격려하면 되는데, 열사의 땅에 있는 해외 장병들이 눈에 밟힌다"고 언급한 것이 배경이다. 이에 따라 '적어도 비서실장 정도는 돼야 대통령의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논리에 임 비서실장이 중동 파견 특사로 낙점된 것으로 알려졌다.

    '큰 의미 없다'는 청와대의 적극적인 해명이 있었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민감한 동북아 외교정세와 임 비서실장의 과거 전력이 맞물리면서 '대북 접촉을 위해 출국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이명박 정부 당시 임태희 고용노동부 장관이 싱가포르에서 북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과 비밀 접촉해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논의한 것이 뒤늦게 알려진 사례와 비슷한 맥락이다. 임 비서실장은 한양대 재학 시절 전대협 3기 의장을 맡으며 '임수경 방북'을 주도한 바 있고, 김정일 사망 당시 북한에 조문을 보낸 바가 있다.

    또 임 비서실장의 귀국이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 직전에 이뤄진다는 점도 '대북 접촉설'에 힘을 싣는다. 사드와 북한 원유공급 중단 촉구 등 '북핵 현안'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 정리에 임 비서실장의 대북 접촉이 먼저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청와대는 "(대북 접촉과 관련된) 그런 계획은 없다"며 적극적으로 선을 긋고 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만일 임 비서실장의 임무가 대북 특사나 접촉이라고 하면 공식 특사로 지정하고 발표 하는 형태를 취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임 비서실장의 특사 파견 배경이 단순한 해외 파병 병사 위로였는지, 비밀 대북 접촉이었는지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가 문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고 있다는 점이다.

    1966년생인 임 비서실장은 임명 당시에는 젊은 나이 등의 이유로 조직 장악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지지율 고공행진을 진두지휘하면서 최근 그의 청와대 내 입지가 탄탄해 졌다는 평가가 자주 들린다.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거취문제를 고민하면서 임 비서실장과 협의를 나눈 것이 대표적 사례다. 좀처럼 외부에 얼굴을 보이지 않았던 과거 비서실장들과는 달리 기자들과 만나서도 자신감 넘치는 언행을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향후 임 비서실장의 정치적 행보도 더욱 폭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을 대신할 유일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받은 것은 결코 작지 않은 의미다.

    청와대가 임종석에게 힘을 실으면서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내년 지방선거 차출설이다. 전남지사는 물론 서울시장 선거에도 임 비서실장이 나갈 것이라는 소문이 안팎으로 돌고 있다. 스스로 출마는 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청와대 지방선거 전략을 진두지휘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 정부 청와대 한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 중심으로 돌아가는 청와대에서 취임 7개월이 지난 시점에도 청와대 비서실장의 존재감이 부각된다는 것은 임 비서실장이 그만큼 조직 장악을 빠르게 해나가고 있다는 얘기"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