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지도자 오찬, 한상균 석방 요구 등 민감 사항 언급
  •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종교지도자들과 건배를 하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종교지도자들과 건배를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종교 지도자들과 만나 "남북관계를 위한 정부 대화가 막힌 만큼 종교계와 민간에서 물꼬를 터야한다"며 대화를 내세운 대북 정책에 동참해달라고 우회적으로 요구했다. 종교 지도자들은 ▲남북문제 해결 ▲범법자 석방 ▲사드 부지 문제 ▲탕평책 등을 제안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종교 지도자들은 6일 청와대 인왕실에서 오찬을 하며 이 같은 대화를 나눴다. 이날 오찬에는 김희중 대주교(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설정 스님(조계종 총무원장), 엄기호 목사(한국기독교총연합회장), 한은숙 교무(원불교 교정원장), 이정희 교령(천도교 교령), 박우균 회장(한국민족종교협의회장), 김영근 성균관 관장(유교), 김영주 목사(한국종교인평화회의 대표회장) 등이 참석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남북 관계는 두 가지 대화가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데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라며 "북핵 문제는 북·미가 중심이 될 수 밖에 없고 남북 대화는 북핵에 가로막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종교계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북한이 종교계와 민간 분야의 방북 신청을 번번히 거부하던 중 이번 천도교 방북이 처음 이뤄졌다"며 "그 것이 물꼬가 될 수도 있고 북한이 평창에 참여하면 스포츠분야에서 대화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북핵과 관련해선 "북핵은 반드시 해결하고 압박도 해야 하지만 군사적 선제 타격으로 전쟁이 나는 방식은 결단코 용납할 수 없다"며 "우리의 동의 없이 한반도 군사 행동은 있을 수 없다고 미국에게 단호히 밝혔다"고 강조했다.
    ◆ 민감한 정치 문제 요구 多… "문 대통령 잘 하고 있다"
    김희중 천주교 대주교는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의 사면을 촉구했다. 김 대주교는 "한상균 위원장이나 쌍용자동차 사태로 감옥에 있으면서 가족들까지 피폐해진 분들이 있다"며 "그들이 대통령님의 새로운 국정 철학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내년 4·3항쟁 70주년 기념식에 대통령이 오신다고 약속하셨다"며 문 대통령의 참석을 요구했다.
    설정 스님은 “통진당 당원 중 아직도 수감중인 분이 있는데 성탄절을 맞아 가족의 품에 안기길 바란다"고 이석기 전 의원 등의 석방을 에둘러 요청했다. 설정 스님은 "남북이 어떤 방법으로든 평화 통일의 길로 가야한다"며 "대통령께서 잘하고 계신데 행여나 대국들이 군사적 행위를 한다면 우리 민족은 전쟁의 참화 속에 빠질 것"이라고 전했다.
    김영근 성균관장은 이 자리에서 "남북 관계가 회복되면 종교인부터 교류할 수 있도록 배려해 달라"며 "모든 종교는 동질성을 가지고 있어 말이 안 통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정희 천도교 교령은 "통일이 지상 과제이지만 무력 통일은 안되며 자주·평화 통일이 우리의 목표"라며 "남북 민족 동질성이 기반이 돼야 하며 교류와 소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령은 "천도교는 남북 통일에 있어 국가적 중요 자산"이라며 "북한에 청우당이 제 2당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한은숙 원불교 교원정장은 사드 배치 장소가 원불교의 성지 순례를 방해하는 부분에 대해 재차 우려를 표했다. 한 교원정장은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은 이해하지만 우리가 하던 일(사드반대)을 멈출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현실 문제에 대처하는 문 대통령의 모습에 깊은 신뢰를 갖고 잘 견디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엄기호 목사는 문재인 정권의 적폐청산 방식에 대한 우려감을 드러냈다. 엄 목사는 "대통령의 지지도가 높아서 마음이 든든하다"면서도 "솔로몬의 성전에는 금은 그릇도 필요하지만 부지깽이도 필요하다. 도저히 나쁜 사람은 안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불구속 수사를 하거나 풀어줘서 모두가 어우러질 수 있도록 탕평책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문 대통령은 종교 지도자들의 각 요청에 대해 "내년 4·3 70주년 추도식에 참석하겠다" "사면은 준비된 바 없다. 한다면 서민 중심으로 해서 국민 통합에 기여해야 한다" "원불교 성지 순례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조치하겠다" "탕평책은 정말 바라는 바지만 대통령이 수사나 재판에 관여할 수 없다"고 답했다.
    아울러 3·1절 100주년을 언급하면서는 "2019년이 3·1절 100주년인데 범국민적인 행사를 하려면 내년부터 범국민준비위원회가 출범을 해야 한다. 내년 예산에도 반영되어 있다. 내년이 되면 이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겠다. 또한 임시정부 100년·건국 100년이기 때문에 뜻깊은 행사로 준비될 것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