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발언만 반복, '레드라인' 질문엔 즉답 피해
  •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
    북한의 미사일(ICBM 화성-15형) 도발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두 번째 통화가 '앙꼬없는 찐빵'으로 끝났다. 양국은 29일 오전 첫 번째 통화를 마치며 북한 미사일을 구체적으로 평가하고 다시 통화하자고 약속을 했지만 원론적 대화만 반복했다.
    청와대는 지난달 30일 양국 정상간 두 번째 통화에 대해 "한미 공조를 강화하고 대북 제재와 압박을 강화하자는 대화였다"고 1일 밝혔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이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기술이 확보되지 않은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미사일이 정밀 유도 기술이나 핵탄두 탑재 능력을 갖췄는 지를 확인할 수 없는 만큼 핵을 탑재한 ICBM개발 완성 단계로 확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한 셈이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미국의 선제타격을 막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문 대통령은 역대 최고도를 기록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구체적인 대처 방안을 강구하지 않았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주장에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말한 부분과 관련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견을 보이지 않은 것이 동의한다는 뜻은 아니지 않은가"라는 기자단의 질문에 "알아서 해석하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 발언은 알려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정부에게 미국의 군사적 대응 방안을 설명하거나 북한에 대한 한국의 압박 방식을 제안하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ICBM 개발 단계에 대해) 양국 정상이 세부적으로 평가하고 논의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다만 지금까지 등장한 미사일보다 사거리가 길고 고도가 높았다는 점에 대해 전세계 안보의 큰 위협이라는 인식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1시간이나 통화했는데 정확한 통화 의제가 뭐였나" "두 번째 통화는 향후 방안을 협의하려고 한 게 아니었나" "심도깊은 대화가 없었나" 등의 기자단 질문에 "군사 실무자나 안보 실무자가 통화했다면 모르지만 대통령 간 통화에서 그런 구체적인 건 안했다"라며 "각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의도와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볼 지를 대화하고, 강한 제재와 압박을 하자는 큰 틀을 논의했다"고 짧게 답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쏜 의도를 파악했나"라는 질문에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외신에선 '북한이 새로운 대화의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길'이라는 분석이 있더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북한이 미국과 직접 대화에 나서 한국의 역할이 약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선 "북핵·미사일 문제는 1차적으로 미국과 북한의 문제"라며 "우리는 북한과 미국의 대화를 통한 외교적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북한이 'ICBM 개발 완성'을 주장한 중대 발표에 대해 "셀프 선언"이라고 선을 그었다. 북한의 핵무력 완성을 인정할 경우 북한의 협상력이 높아질 것을 우려하는 국제 사회의 기조에 맞춘 것으로 해석된다. 
    관계자는 "우리도 화성-15형이 발사 거리로는 ICBM급으로 판단하면서도 나머지 기술적 문제가 확인되지 않기 때문에 '레드라인'을 넘고 안 넘고 차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레드라인 논쟁은 동의할 수 없고, 레드라인이라는 프레임으로 하는 질문은 답하지 않겠다"며 즉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