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 이사 및 언론노조 관계자 참석…후보자들 "MBC 진상조사해야" 보복인사 예고
  • ▲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MBC 사옥.ⓒ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MBC 사옥.ⓒ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1988년 방송문화진흥회 설립 이후 최초로 시도된 MBC 사장 후보자 정책설명회의 공통 키워드가 '세월호', '공영방송', '적폐청산'으로 좁혀졌다. 사실상 특정 노조를 향한 노골적 구애로 점철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는 지난 30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MBC 신임 사장 최종후보에 최승호 뉴스타파 PD, 임흥식 전 MBC 논설위원, 이우호 전 MBC 논설위원을 선출했다.

    1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MBC 사옥에서는 이들 3인의 향후 계획 및 청사진을 담은 정책설명회가 열렸다. 해당 자리에는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 관계자와 방문진 이사들이 참석했다.

    설명회 첫 주자로 나선 이우호 후보자는 "참담하게 폐허가 된 이 자리에 비장한 각오로 설 수 밖에 없었다"며 "노조를 억압하는 MBC 수난사는 20년 전부터 있었다"고 했다.

    1992년 10월 '공정방송 자유 지키기 위한 투쟁'이라는 명목의 노조파업이 진행될 당시 MBC 사측이 "외부세력과 내통해 사내 질서를 깨뜨리고 뉴스나 프로그램을 오염시키는 사람들을 철저히 다스리겠다"고 공개적인 엄포를 놨다는 주장이다. 

    이우호 후보자는 "향후 제가 사장이 된다면, (파업으로 인해 억울하게 해고된) 이들을 전원 복직시키고 MBC 바로 세우기 위원회를 만들어 철저한 진상조사를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주요 진상조사 대상은 국정원 등 권력 기관과 블랙리스트 작성 대상자 등이다. 이른바 적폐청산 테스크포스를 만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한 파업 종료 후 교체설이 불거진 MBC 뉴스데스크 메인 앵커직과 관련해서도 "전면 교체할 것이며 시청자 공개오디션을 도입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MBC 뉴스데스크는 배현진 아나운서가 2010년부터 도맡아 진행하고 있다.

    두 번째 주자로 나선 최승호 후보는 "170일 파업 후 해고조치를 당했다"며 "권력이 제 입을 막았고 결국 저는 떠나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MBC에 재직할 당시 제가 서 있던 위치는 좌우도 아니며, 제가 추구한 건 이념과 정파가 아닌 진실이었다"고 덧붙였다.

    최 후보자는 최근 방송파업이 민주당 언론장악 문건과 그 궤를 같이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정치권에 결코 기웃거리지 않겠다"고 공언한 뒤 "중립성 뒤에 숨지않는 분석을 통해 탐사보도를 살리고 사내 노사 공동 재건위원회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앞서 이우호 후보자가 'MBC 뉴스데스크' 앵커교체를 언급한 반면 최승호 후보자는 "라디오도 무너졌는데, 시선집중 같은 라디오도 살려야 한다"며 해당 프로그램을 언급했다.

    MBC 시선집중 라디오는 2013년부터 최근까지 신동호 아나운서국장이 맡아서 진행하던 프로그램이다. 신동호 국장은 MBC 방송파업 시작 후 배현진 뉴스데스크 앵커와 함께 이른바 '배신남매'로 낙인 찍혀 적폐 대상에 올랐다. 최근 시선집중 프로그램에서도 자진 하차했다.

    마지막 주자로 나선 임흥식 후보자 역시 앞선 두 후보자와 비슷하게 지난 정권 당시 임명된 사장들을 강하게 비난하며 포문을 열었다.

    임 후보자는 "(저는) 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하다가 해직됐는데, 요즘까지도 후배들 만나서 이야기 들어주고 울분을 토하고 술 마시고 뭐 그렇게 지내왔다"고 최근 근황을 언급했다.

    이어 "MBC 혁신 테스크포스를 만들 것이며 언론이 권력에 종속되면 망한다는 사실, MBC 주인이 시민이라는 인식을 전사회에 알려 정치권력이 손쉽게 MBC를 넘보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MBC의 한 관계자는 1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해당 3인으로 후보자가 압축된 정책설명회에서 어떤 내용이 나올지 뻔히 예상돼 굳이 시청하지 않았다"며 회의적 시각을 나타냈다. 

    그는 "해당 후보자들이 좌우 정치권과 얽매이지 않겠다고 말하겠지만, 방송파업 당시 노조의 행태를 보면 어떻게 특정 정치권 입김으로부터 자유롭겠느냐"며 "사장이 되기도 전부터 보복성 인사를 예고하는 것 자체가 이미 노조가 정치화됐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방문진은 이후 시청자 의견과 내부 구성원 의견을 취합해 7일 정기이사회에서 내정자를 결정할 방침이다. MBC 차기 사장의 임기는 지난 13일 해임된 김장겸 전 사장의 잔여임기인 2020년 주주총회 이전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