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친박 후보? 프레임에 당하면 끝장… 러닝메이트가 시금석
  • ▲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이 30일 오전 같은 당 이만희 의원이 주최한 의원회관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이 30일 오전 같은 당 이만희 의원이 주최한 의원회관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내달 12일 치러질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비박비홍(非朴非洪) 제3후보로 부상한 이주영 의원이 눈앞에 놓인 '안철수가 당했던 덫'을 성공적으로 돌파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국당 이주영 의원(5선·경남 마산합포)이 어느 때보다 좋은 호기(好機)를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맞이하고 있다. 한국당 중진의원은 30일 출입기자단과의 오찬에서 "지금으로서는 이주영 의원의 (선출)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내다봤다.

    ◆'제3지대' 영역 넓지만, 선거일 다가올수록 좁아져

    이주영 의원이 경선전 초반 대세론(大勢論)을 잡은 까닭은 심화되는 당 내홍 속에서 '화합'에 대한 갈망이 크고, '얘네도 싫고, 쟤네도 밉다'는 이른바 '제3지대'의 영역이 넓기 때문이다.

    한국당의 의석이 116석이지만, 친박(친박근혜)계와 친홍(친홍준표)계가 확실히 확보한 의원 수는 쌍방 20~30석 내외로 점쳐진다. 최소 50석에서 최대 70석 이상이 '제3지대' 표심인 것이다.

    그렇다고 이주영 의원이 때이른 안주(安住)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분석이다. '제3지대'는 분명 영역이 넓지만,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양 극단으로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결국 실제 표로는 연결되지 않는 속성이 있다.

    한국당 일각에서 "제3지대의 구심점이 없다" "교통정리가 안될 것"이라며 회의론을 제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5월 대선에서 비박비문(非朴非文)의 정서를 안고, 선거 한 달 전 문재인 대통령조차 오차범위 내에서 제친 적이 있었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결국 허망하게 3등으로 주저앉았던 것은 그 때문이다.

  • ▲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이 지난해 8·9 전당대회에서 당기를 들고, 화합을 선택할 것인지 분열을 선택할 것인지 호소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이 지난해 8·9 전당대회에서 당기를 들고, 화합을 선택할 것인지 분열을 선택할 것인지 호소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주영도 친박 후보? '적폐연대' 프레임 피해야

    특정 원내대표 후보에게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홍준표 대표는 소신과 추진력이 돋보이는 정치인이지만, 정략(政略)에도 능하다. 지난 2월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 정치인 중에 내공이 (나보다) 낫다고 보는 사람이 없다"며 "(있다면) 박지원 정도"라고 자신했다.

    그러한 홍준표 대표가 이주영 의원을 상대로,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대표를 상대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개명(改名) 논란을 제기하며 내부단속을 하는 한편 도덕성에 흠집을 내면서 이주영 의원을 친박계 후보로 뭉뚱그리는 방식으로 공세에 나서고 있다. 안철수 대표를 'MB아바타' '적폐연대'로 매도하던 문재인캠프의 방식이 떠오른다.

    특히 '친박 프레임'에는 잘못 대응하면 한 순간에 입지가 무너질 수 있다. 의원단 사이에서 '이번에 친박을 당의 원내대표로 뽑는 것은 좀 아니지 않느냐'는 정서가 강한 탓이다.

    이주영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되는 것을 '도로친박당'으로 인식되게끔 하거나, 혁신 의지가 없는 것으로 여겨지게끔 하는 프레임에 걸려들게 되면 위험하다.

    정말로 친박이라면 억울하지나 않겠지만, 그간 수 차례 이주영 의원이 나섰던 당내 경선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이른바 '친박 핵심'으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은 것도 없이 번번이 당하기만 했었는데, 이제 와서 '친박 프레임'을 덮어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8·9 전대, 친박 핵심에 대한 미련이 패착

    이러한 측면에서 지난해 8·9 전당대회 때의 실착(失着)을 반복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당시 이주영캠프는 친박 핵심의 표심(票心)에 기대를 걸고, 서청원·최경환 의원과 분명히 선을 긋지 못했다. 직전에 있었던 4월 총선에서의 '공천 전횡'과 관련한 논란이 확산되는데도 제대로 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친박 핵심의 의중이 서청원~최경환~김문수~이정현으로 옮겨가는 와중에서도 지지를 기대하다가, 막판에 '줄세우기' 문자메시지가 돌고나서야 전당대회 당일인 9일 "당원을 종으로 만드는 오더 정치야말로 반(反)혁신의 표본 아니냐"고 '친박의 오더 정치'를 질타했지만 이미 실기(失期)했다.

  • ▲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이 지난해 12·16 원내대표 경선에서 투표를 마치고 나온 뒤 동료 의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이 지난해 12·16 원내대표 경선에서 투표를 마치고 나온 뒤 동료 의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가 탈계파·화합 '시금석'

    지금 원내대표 경선이 돌아가는 판세도 심상치 않다.

    정치권에 친박계가 계파색이 짙은 후보로는 답이 없으니, 계파색이 옅은 이주영 의원을 밀기로 했다는 말들이 돌아다닌다. 홍준표 대표가 밀고 있는 특정 후보를 제외한 후보단일화 이야기도 나온다. 이런 것들은 '친박 프레임' 공격의 빌미만을 제공할 뿐이다.

    이주영 의원은 이날 의원회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탄핵 국면에서 비박 모임인 비상시국회의, 친박 그룹의 혁신과통합이 결성됐을 때에도 나는 다 거절하고 이런 모임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나를 친박 계파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선을 그었다.

    말로만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안철수 대표가 TV토론에서 "내가 MB아바타냐"라고 맞받았지만, 결과적으로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과 같은 이치다.

    결국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비박계 또는 복당파 의원들 중에서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를 구하고, 친박 핵심에게는 일체의 미련을 버리면서 단호하게 선을 긋는 한편 제3지대에서 '화합'의 이미지를 강조하며 외연을 넓혀 '리딩 주자'로서 경선전을 주도해나가야 한다.

    어차피 원내대표 경선은 당규에 따라 결선투표를 하게 돼 있으므로, 반드시 사전단일화나 특정 계파의 표를 미리 욕심낼 필요도 없다는 지적이다.

    ◆적극적 조력자 없어… 단독돌파 '이주영의 드리블'에 기대감

    제3지대의 또 하나의 불리한 점은 양 극단과는 달리 적극적 지지층이나 조력자가 없다는 점이다.

    전날 당사에서 열린 한국당 최고위원·3선의원연석회의에서 한 의원은 "여긴 (이쪽 좌석에 앉은 사람들은 전부) 다 ○○○"라고 특정 후보 지지 성향을 분명히 했다.

    또다른 의원은 최근 동료 의원들과의 오찬·만찬 등을 연일 가지며 보폭을 넓히고 있는데, 그 자신이 원내대표로 출마하기 위함이 아니라 특정 후보 지지를 호소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이처럼 '줄세우기' '선거운동'까지 대신 해주는 친박·친홍 양 극단과는 달리 제3지대 후보는 본인의 추진력만으로 경선판을 돌파해내야 한다. 이주영 의원이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어떤 추진력을 선보일지 궁금해지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이주영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이제부터는 아주 쎄게 드라이브를 걸겠다"며 "이주영의 카리스마가 뭔지 제대로 보여드리겠다"고 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