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文대통령 지지층이 대거 劉 선호… 지난 대선과 동일 현상
  •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며 웃음짓고 있다(자료사진).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며 웃음짓고 있다(자료사진).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야권을 대표하는 인물'로 나타난 국민의당 자체여론조사를 안철수 대표가 일반에 공개하도록 지시한 속내가 무엇일까.

    24일 국민의당 관계자에 따르면, 전날 일반공개된 국민정책연구원의 여론조사는 안철수 대표의 의지에 따라 배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여론조사에는 '현재 야권을 대표하는 인물'을 묻는 질문이 포함돼 있었다. 결과는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26.2%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14.5%)보다 높게 나타났다. 안철수 대표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18.2%)에게도 뒤처진 3위에 그쳤다.

    자체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의외의 결과에 당 관계자들은 당황했다. 그러나 안철수 대표는 "나는 괜찮다"며 "그런 것을 신경쓰지 말고 여론조사 결과를 모두 공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이 '야권 대표인물' 3위로 나타난 여론조사를 굳이 공개한 이유가 무엇일까.

    안철수 대표가 유승민 대표의 지지율에 허수(虛數)가 상당 부분 숨어 있다는 것을 이미 간파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론조사 결과를 자세히 뜯어보면,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에 투표했던 응답층은 여전히 안철수 대표를 '야권 대표인물'로 보는 경향이 38.2%에 달한다. 홍준표 후보에 투표했던 응답층이 홍준표 대표를 '야권 대표인물'로 보는 경향은 62.9%, 유승민 후보에 투표했던 응답층이 유승민 대표를 '야권 대표인물'로 보는 경향은 58.9%였다.

    문제는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했던 응답층이다. 이들은 32.9%가 유승민 대표를 '야권 대표인물'로 선택했다. 홍준표 대표나 안철수 대표(각 12.5%)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 국민정책연구원의 여론조사에서 지난 대선의 투표(지지) 후보별 야권 대표인물 응답 현황. ⓒ그래픽=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국민정책연구원의 여론조사에서 지난 대선의 투표(지지) 후보별 야권 대표인물 응답 현황. ⓒ그래픽=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응답층(495명)은 전체 응답자(1050명)의 절반에 육박한다. 문재인 후보 투표층의 선호를 받은 유승민 대표가 위로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동일한 현상은 정당 지지층 사이에서도 발견된다.

    자유한국당 지지층은 홍준표 대표(60.2%)를, 국민의당 지지층은 안철수 대표(50.3%)를, 바른정당 지지층은 유승민 대표(46.6%)를 '야권 대표인물'로 보는 가운데,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34.0%가 유승민 대표를 '야권 대표인물'로 바라보면서 순위에 영향을 미쳤다.

    정치권 관계자는 "제대로 경선을 하거나 하는 상황이라면 '역(逆)선택'으로 간주돼 모두 배제되는 응답들"이라며 "선거에서는 결국 친문(친문재인)을 찍을 사람들이 야권 대표주자로 유승민 대표를 선택하는 것은 의미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런 현상은 지난 대선 정국 때부터 있었다.

    유승민 대표는 범(汎)보수 단일후보 적합도 조사나, 3자 단일화 후보 적합도 등에서 항상 야권 후보들 중 1위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유승민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 각종 인터뷰에서 단일화에 관한 질문을 받으면 "적합도로 보면 보수 쪽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나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이 후보로 있을 때에도 줄곧 내가 1위"였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그 내실을 잘 살펴보면, 이 때도 결국 대선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찍을 응답층이 차선(次善)으로 유승민 후보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했다.

  • 국민정책연구원의 여론조사에서 지지 정당별 야권 대표인물 응답 현황. ⓒ그래픽=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국민정책연구원의 여론조사에서 지지 정당별 야권 대표인물 응답 현황. ⓒ그래픽=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여론조사에 나타난 유승민 대표를 향한 선호도에는 이러한 허수가 있다는 것을 간파한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야권 대표인물 3위'에는 큰 의미를 둘 까닭이 없고, 오히려 유승민 대표가 '야권 대표인물 1위'로 나타난 여론조사를 유포하면 중도통합으로 회유해내기가 더 유리할 것이라는 계산 하에 얼핏 보기에 자신에게 불리해보이는 여론조사 결과의 일반공개를 강행했다는 분석이다.

    국민의당 내의 호남 중진의원들도 이와 같은 속내를 읽어내고, 여론조사 의미의 평가절하에 나섰다.

    안철수 대표 '흔들기'에 나선 호남 중진의원들은 일견 이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안철수 대표를 향한 공세에 나서야 할 것 같지만, 기실 여론조사를 일반공개한 배경에 이와 같은 속내가 깔려 있기 때문에 섣불리 의미를 부여할 수가 없다는 설명이다.

    '안철수 체제'가 붕괴할 경우, 비상대책위원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장병완 의원은 "통계적으로 무의미한 결과를 아전인수로 해석했다"고 반발했다.

    박지원 전 대표도 이날 불교방송라디오 〈아침저널〉에 출연해 "이번 당내 여론조사에서 야권 지도자로서 1번이 유승민 의원 26.2%, 홍준표 대표가 18.2% 안철수 대표가 14.5%로 가장 밀리는 것으로 나왔지만 그렇더라도 사실대로 발표를 하자는 것은 참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과연 유의미한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참 곤혹스럽다"고 평했다.

    이번 국민정책연구원의 여론조사는 전국 만 19세 이상의 성인 남녀 유권자를 대상으로 유무선 RDD 1대1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지난 18~19일 양일간 시행했으며, 응답률은 11.0%로 최종 1050명이 응답했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0%p이며, 기타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