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략적 동반자 관계 발전 합의” 여론은 “3不 원칙 대가 받아야”
  • 지난 7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中국가주석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7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中국가주석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외교부는 지난 22일 한중 외교장관 회담 결과에 대해 브리핑했다. 핵심 내용은 오는 12월 중순 문재인 대통령이 국빈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한다는 것이었다.

    외교부는 “강경화 외교장관과 왕이 외교부장은 中베이징에서 만찬을 갖고,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 관련 사항, 한중 관계 발전 방향, 한반도 문제 등에 대해 5시간 동안 심도 있고 허심탄회한 논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번 회담에서 한중 양측은 금년 12월 중순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면서 “짧은 준비 기간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방문이 되도록 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심도 있게 협의하고 외교 당국 등 관계 당국 간에 긴밀한 소통을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진 외교부의 설명은 별다른 내용이 없었다. “한중 관계를 실질적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거나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는 등 한중 외교장관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서로의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사드’로 인한 문제를 풀고 한중 교류 활성화를 위해 적극 조치하겠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외교부 브리핑 이후 국내 여론의 시선은 “문재인 대통령이 방중해서 시진핑 中국가주석과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할 것인가”에 쏠려 있다.

    중국 시장에 목을 매는 일부 기업들이야 한국 정부가 무엇을 더 양보하더라도 중국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의 생각은 조금 달라 보인다. 가장 크게 다가오는 문제는 바로 문재인 정부가 中공산당에 약속한 ‘3不 원칙’이다.

  • 지난 22일 국회를 찾은 허이팅 中공산당 중앙당교 상무부총장과 만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환하게 웃고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22일 국회를 찾은 허이팅 中공산당 중앙당교 상무부총장과 만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환하게 웃고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22일 TV조선은 “지난 21일 주한 中대사관에서 허이팅 中공산당 중앙당교 상무부총장이 제19차 中공산당 대회 결과를 선전하는 행사가 열렸다”면서 “허이팅과 함께 방한한 대표단 고위 인사가 일부 참석자들에게 ‘사드는 이미 엎질러진 물 같은 것이라 미래를 위해 잊어야 한다’면서도 ‘한국이 3不 약속을 지키는지 지켜보겠다’는 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TV조선 보도에 따르면, 허이팅 中공산당 중앙당교 상무부총장이 참석한 행사에 한국 측 인사들이 많이 빠졌지만, 심재권, 권칠승, 박 정 등 더불어 민주당 의원, 조배숙 국민의 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고 한다.

    中공산당이 ‘사드’를 빌미로 계속 한국을 괴롭히자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3不 원칙’은 그 내용 때문에 국내에서도 많은 비난을 사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사드 요격체계를 더 이상 한국에 들이지 않겠다”,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 방어체계(MD)에 편입하지 않겠다”, 그리고 “한미일 군사동맹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中공산당에게 일방적으로 약속을 하자 국내 일각에서는 “북한의 스폰서인 중국 공산당에게 왜 저자세로 나가느냐”며 강하게 비난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정부가 중국에 제시한 ‘3不 원칙’은 상식적인 주장”이라며 옹호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다.

    지난 8일 ‘경향신문’은 “문정인 특보가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진행하는 ‘민병두의 문민시대’에 출연해 ‘3不 원칙’은 상식적인 주장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문정인 특보는 “중국이 말하는 ‘3개의 No’는 제가 볼 때는 흔쾌히 수용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자신의 주장을 폈다고 한다.

    문정인 특보는 “한국과 일본이 상호방위조약을 맺으려면 일본도 정규군과 교전권이 있는 정상국가로 가야 하는데 평화헌법에 의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고, “미국이 보유한 사드 포대가 7개뿐이어서 한국에 추가로 배치하는 것은 어렵다”면서 “또한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 방어(MD)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도 과거 정부부터 유지해 온 입장”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 지난 6월 21일 미국에 갔다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는 중 기자들의 질문공세를 뿌리치는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 그는 '3不 원칙'이 상식적인 주장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6월 21일 미국에 갔다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는 중 기자들의 질문공세를 뿌리치는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 그는 '3不 원칙'이 상식적인 주장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동안 자신의 주장을 펴다 구설수에 올랐던 문정인 특보의 말이기는 하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전반적인 여론은 ‘3不 원칙’에 별 문제가 없다는 분위기다.

    中공산당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지닌 국민들은 이 같은 여당의 분위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2월 중순 중국을 국빈 방문한다고 해도, 현지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는 것만 부각될 뿐 북한의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위협을 저지하기 위해 한중 정상 간의 줄다리기는 없지 않겠느냐고 우려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3不 원칙’을 먼저 제시한 전례 때문에 한중 정상회담에서 다른 주제들도 제대로 논의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중국에서 많은 사망자를 냈고, 현재는 국내에서도 발견되고 있는 H5N6형 조류독감 방역 문제, 겨울만 되면 한국인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는 불법 어선들의 문제 등에서 한국 정부가 자국민의 이익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 지난 9월 감비아 외교장관과 회담을 나눈 강경회 외교장관. 당시 강경화 외교장관은 "감비아 장관과 만나 북핵 해결을 위한 공조를 논의했다"고 밝혀 한동안 논란이 됐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9월 감비아 외교장관과 회담을 나눈 강경회 외교장관. 당시 강경화 외교장관은 "감비아 장관과 만나 북핵 해결을 위한 공조를 논의했다"고 밝혀 한동안 논란이 됐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에서는 지난 22일 ‘스리랑카 대통령’과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이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 이를 본 일부 네티즌은 “북핵 문제를 해결한다는 한-감 동맹에 이어 한-스 동맹이냐”면서 냉소를 짓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2월 중국 국빈방문을 통해, 북한 김정은 정권이 지탱하는데 가장 큰 지지대가 되고 있는 中공산당을 움직이지 못한다면 그에 대한 굳건한 지지율 또한 모래성처럼 스러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지적들이 서서히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