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현장] "선배님 힘내세요" 용산고 앞 응원 물결…학부모들은 두 손 모아 기도
  •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23일 제7시험장인 용산고 앞에 모인 학생들이 선배들을 위한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뉴데일리 박진형
    ▲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23일 제7시험장인 용산고 앞에 모인 학생들이 선배들을 위한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뉴데일리 박진형

     

    “합격 기원, 수능 대박, 선배님 힘내세요.”

    서울 용산에 위치한 용산고 정문 앞. 2018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르는 고3 선배들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배문고·성동고·장충고 등 학교별 응원단(70여명)은 이른 새벽부터 나와 북과 장구를 두들기고 손팻말을 흔들었다. “시험 잘 보세요.” 우렁찬 목소리가 23일 고요한 새벽(6시)의 정적을 깼다. 영하권의 날씨에도 이들의 함성으로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용산고교 사거리에서 야광봉으로 교통을 통제하는 경찰, 전자시계를 파는 상인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수능을 실감케 하는 모습이었다.

    배민고 학생들은 콘크리트 바닥 위에서 “파이팅” 구호를 목청 높여 외쳤다. 뒤에서 팻말을 들고 있던 학생들이 어깨를 들썩이며 호흡을 맞췄다. 야구장에서 흔히 보이는 응원용 막대 풍선도 힘차게 흔들었다. “수능 대박 지리고요”, “니 답이 정답”, “맞아야 사람 된다” 10대 사이에서 자주 쓰는 유행어도 등장했다. 피식 웃음을 짓게 하는 응원 메시지가 많았다.

    이하윤(환일고·1학년) 학생은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시험을 잘 봤으면 좋겠다”며 “선배들이 긴장하지 말고 실력을 발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충고 꿈★은 이루어진다’라고 적힌 팻말을 든 이형석(장충고·1학년) 학생은 “선배들이 좋은 성적을 받고 원하는 대학 갔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23일, 제7시험장인 용산고 앞에 모인 학생들이 선배들을 위한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뉴데일리 박진형
    ▲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23일, 제7시험장인 용산고 앞에 모인 학생들이 선배들을 위한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뉴데일리 박진형

     

    응원단은 오전 7시쯤 수험생들이 속속 도착하자 응원에 열을 올렸다. 북소리, 장구소리, 노랫소리, 손뼉소리, 셔터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서울과학고 학생들은 선배들에게 다가가 초콜릿과 캔커피, 핫팩을 쥐어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전근원 학생(서울과학고·3학년)은 “모르는 후배들도 있지만 모두 이렇게 응원을 와줘서 고맙고 힘이 나는 것 같다”고 화답했다.

    학생들의 표정이 모두 밝은 것은 아니었다. 상당수 수험생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정문만을 응시한 채 걸어갔다. 포항 지진으로 수능이 일주일 연기된 사상 초유의 상황이다. 오전 8시 40분부터 긴 싸움을 펼쳐야 하는 학생들의 표정에서는 비장함마저 느껴졌다.

    학부모 홍길영(41·여)씨는 “부디 우리 아이가 침착하게 시험을 치렀으면 좋겠다”며 두 손을 꼭 잡았다. 재수생을 자녀로 둔 김미옥(44·여)씨는 “포항 아이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픈데 모든 학생들에게 행운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연기된 일주일을 보너스라고 생각하면 용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정문이 닫히기 10분 전인 오전 8시쯤에는 수험생들이 종종걸음으로 빠르게 정문을 통과했다. 한 수험생은 후배들이 준비한 선물을 육상 경기에서 바톤 터치하듯 재빨리 집고는 헐레벌떡 고사장으로 뛰어갔다. 경찰 오토바이이나 순찰차를 타고 시험장에 도착하는 학생은 없었다. 모든 학생들이 8시 10분 전에 입실했다.

    한편 이날 수능은 오전 8시 40분부터 1교시 국어영역을 시작으로 2교시 수학(10:30∼12:10), 3교시 영어(13:10∼14:20), 4교시 한국사/탐구영역(14:50∼16:32), 5교시 제2외국어/한문(17:00∼17:40)의 순서로 진행된다. 일반학생의 경우 오후 5시 40분에 모든 시험이 종료된다. 전국 59만 명 수험생들이 1,180개 고사장에서 시험을 치른다.